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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서 Feb 20. 2023

4. 꽃가게를 하고 싶은 분께.

꽃가게가 많아졌다.

꽃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나라가 아님에도 계속 생기는 추세다. 그렇다고 다 잘 되는 건 아니다. 새로 생긴 만큼 문 닫는 가게도 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가게도 오픈한 지 반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렇게 좋은 자리를 두고 왜 문을 닫는지 처음엔 의아했지만,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0시 에서 7시까지 운영한다는 안내판과 달리 열린 걸 못 봤다. 불은 항상 꺼져있고 통유리 사이로 재료가 굴러다니는 게 보인다. 어쩌다가 문이 열려 있으면 살 물건이 없다. 꽃 냉장고에 꽃은 나도 없고 비쩍 마른 식물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른다. 오픈 초창기에는 손님이 없는 만큼 실망하니까 의욕이 없는 게 당연하다. 나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두 손 두 발 다 놓으면 안 된다. 일이 없으면 일을 찾아서라도 해야 한다. 더군다나 꽃집은 살아있는 생물을 파는 곳이다. 손님의 유무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곳임을 인지해야한다.


보통 꽃가게라고 하면 아름답고 향기로운 곳이라 생각한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 안엔 엄청난 노동이 숨어있다. 분과 꽃. 꽃가게를 이루는 기본적인 물건만 해도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보통 화분이하면 흙 넣고 식물 심는 게 끝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흙이 다 같은 흙은 아니다. 가장 아래 굵은 돌을 깔고 그 위에는 마사토를 깔면서 입자가 굵은 것부터 작은 것까지 차곡차곡 올라간다. 맨 위에 장식용 돌까지 올라가면 생각보다 많이 무겁다. 거기에 물까지 주면 젖 먹던 힘까지 내야 한다.

꽃도 마찬가지다. 꽃이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냐고 할 법하지만, 그건 소비자가 들고 다니는 꽃다발만 본 경우다. 판매자는 그 꽃다발 하나를 위해 다양한 꽃을 짊어지고 장을 봐야 한다. 10단 이상 어깨에 지고 꽃시장을 돌다 보면 팔이 아리면서 어깨가 무너질 것 같다. 카네이션처럼 가시 없는 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장미처럼 가시가 있는 꽃은 가끔씩 옷에 걸리고 살을 찌른다. 그걸 또 가지고 와서 다 정리해야 한다. 잎을 떼고 가시를 정리하고, 습이 진 꽃잎을 확인하고 밑단을 잘라 물에 넣어줘야 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꽃다발을 만들려면 포장지와 리본도 필요하고, 꽃바구니를 만들려면 바구니와 오아시시가 필요하다. 이런 부재료도 결코 가볍지 않다. 예쁘기만 한 겉모습에 혹해서 생각 없이 들면 다치기 십상이다. 


이 상황을 다 알아도 생업으로 삼으려는  있다. 내가 충고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직접 몸으로 경험하지 않는 이상 깨닫기 어렵다. 능하면 창업을 하기 전에 아르바이트를 권유하고 싶다. 꽃에만 관련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만약 자신이 정말 좋아하거나, 다른 무언가로 생계를 하고 싶다면 적어도 같은 업종에서 1년 이상 일해봐야 한다. 

짧은 시간동안 관련 업계가 이렇게 돌아가는 구나하고 파악해야 하고, 어떤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신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를 것이다.


그 분야가 너무 좋아서 이것밖에는 길이 없는 분은 이상과 다른 현실에 실망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사람이 좋아서 가게를 차렸는데 찾아오는 손님의 대부분이 진상일 수 있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진상손님 때문에 어느덧 사람 상대하는 게 싫어질 것이다. 는 물건도 사람처럼 나와 안 맞을 수 있다. 나는 A꽃을 팔고 싶은데 B꽃만 돈이 되면 B꽃이 싫어도 꾹 참고 팔아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최악은 가게를 열면서 지금까지 쏟은 열정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정하게 말해서 가게는 나의 능력과 실력을 돈으로 평가받는 공간이다. 가게가 처음부터 잘 되면 상관없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자리 잡는 동안 파리만 날아다니는 가게를 어떻게든 붙잡아야 한다.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느냐에 따라 날이 달라진다. 위에서 말했던 가게처럼 손님이 없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된다. 없으면 억지로라도 만들어서 손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을 보고 좋다고 펄쩍 뛰어도 안 된다. 손님은 말 그대로 오고 가는 사람이다.

손에 아무것도 안 들고나갈 수도 있다. 주문이 갑자기 들어오는 것처럼 들어온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은 날이 갈수록 많아질 텐데, 한 분 왔다고 좋아서 뛰고 아무것도 안 사고 돌아가서 시무룩해지면 내가 먼저 지친다. 오고 가는 손님을 담담하게 생각해야 내가 버틸 수 있다.


나는 창업을 준비하는 분께 2가지를 물어보고 싶다.

1. 꽃과 관련된 분야에서 1년 이상 일 해봤는지.

2. 을 좋아하는 만큼 현실과 타협할 수 있는지.


 개 중 하나라도 생각해 본 적 없거나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 문을 여는 가게가 많은 만큼 문을 닫는 가게도 많다. 창업이 쉬운 만큼 유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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