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투쇼 중 시골배달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김 씨 집을 오른쪽으로 돌아서 박 씨 집이 나오면 큰 나무가 보여요. 그 근처입니다. 주소를 이런 식으로 알려줘서 배달에 어려움이 있는 이야기다. 옛날엔 그저 웃고 지나갔는데, 지금은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시골에서 꽃가게를 한다. 도서관을 들어가면 자기개발서와 어린이 동화책보다 치매 관련 서적이 먼저보일만큼 노령층이 많다. 어르신을 비하할 생각은 없으나, 솔직히 나이 많은 분이 오시면 한숨부터 나온다. 의사소통을 시작으로 자신보다 어리다고 말을 너무 막 한다.
가장 심각한 건 주소다. 한 번은 초등학교 앞, 마을 이름이 있는 바위를 지나 첫 번째로 보이는 파란 지붕이라고 했다. 다른 한 번은 긴 다리를 건너 보이는 카페 앞 주택이라고 했다. 다리가 어느 정도 길면 긴 다리일까? 그리고 여기에 카페가 얼마나 있는지 알고 있을까? 카페이름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지만 이름대신 건물 외관을 설명해 줬다. 회색 벽에 검정 간판을 찾아 헤매던 기억이 난다. 이 중 가장 어이없던 주문은 주소를 모르는데 배달을 해달라는 어르신이었다. 하루하루 놀랍고 신기해거 지루할 틈이 없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는 꽃바구니를 보내고 싶은데, 받는 분이 이사를 가서 주소를 모른다고 했다. 알고 있는 건 전화뿐인데, 나보고 전화해서 주소를 알아내라고 했다. 나는 받으시는 분과 무슨 관계냐고 물어봤다. 다행히 가까운 친척관계고 저번에 보내준 갈비가 너무 맛있어서 보답차원으로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이 오고 가는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나는 거절했다.
이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만약 내가 받는 분께 모든 상황을 설명하면, 주소를 받기는커녕 거절답변을 받을 것이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주문자는 계속 보내라고 매달릴 게 뻔하다. 그나마 이 일은 가족 간의 상황이라 여기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가끔씩 보내는 사람을 비밀로 부치고 보내달란 경우가 있다. 8화에서 한 번 쓴 적이 있지만, 그때는 받는 분이 보내는 분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지 몰랐다면 불쾌해했을 것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도 보면 당연하다. 본인은 어디까지나 호의로 보낸 꽃다발이지만, 받는 사람은 정체불명의 선물이다. 내가 받는 사람이었다면 기분이 더러웠을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엔 더 신경 써야 한다. 안 만나준다고 변을 당한 피해자가 한 둘이 아니다. 이런 세상에서 자기만족 빠져 선물을 보내는 건 독자 없는 연애소설을 쓰는 것밖에 안 된다. 주인공은 본인 혼자고, 등장인물은 가해자와 피해자뿐이다.
꽃배달을 하는 경우엔 정확한 주소와 받으시는 분 성함을 꼭 알려 줬으면 한다. 비밀, 서프라이즈.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멀쩡한 꽃을 안 버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