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

신재은

by 김민규

*작성일 : 2026년 3월 14일


요즘 새로운 과업을 받아 전체적인 관리와 세부 실무를 병행하며,

새로운 산업과 환경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여러 방식들을 경험하고 있다.


산업의 차이인가? 아이템의 차이인가? 혹은 지역, 문화의 차이인가?


아직까지는 신규 사업에 문외한인 나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항상 나에게 질문한다.


결국 회사와 조직은 거기서 거기일 텐데,

빠른 진단과 솔루션에 대해 갈증이 있었던 나는,

서울보다 17시간이나 느린 실리콘밸리에 그 해법을 찾기로 했다.




성공하는 기업은 비저너리와 오퍼레이터가 공존하며 함께 시너지를 발휘할 때 탄생한다. 세기의 경영자로 평가받는 제너럴 일렉트릭의 전 CEO, 잭 웰치가 강조한 것처럼 비전과 전략에 더해 실질적인 실행 능력을 갖춘 사람만큼 강력한 기업가는 없다.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의 비전은 아름다운 환상에 불과하지만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오퍼레이터 역량이 뒷받침되는 기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36 페이지

애플의 시작을 알리고 그 방향성을 창시한 잡스,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전 세계를 애플 공화국으로 만든 쿡. 이들의 시너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하얀 도화지 위에 4B 연필로 가이드를 그리는 것이 전략이라면, 거기에 더 선명한 선과 색깔 그리고 음영과 명암을 넣어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실행이다.


최근 부서 이동 후 전략기획 쪽 일들을 경험하고, 이전의 실행에 가까운 업과 비교했을 때, 나에게는 어떤 옷이 더 잘 맞나 생각이 들었다. 방향을 정하는 기획? 목표에 더 빠르게 다다르는 방법을 고민하는 실행? 아무래도 나는 잡스보다는 쿡쪽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본사 직원을 파견하여 전 세계에 있는 직원들을 일일이 관리하는 운영 방식처럼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법은 기업의 운영 효율성과 확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조직 관리 방식이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한번 구축하면 전 세계 모든 사용자나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 기반의 기업 운영 방식을 꼼꼼하게 설계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 – 41 페이지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 명제는 참이다. 그러나 ‘결국 일은 그 사람이 하는 것이다.’는 거짓이다. 만일 그 사람이 떠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회사 문을 닫을 것인가? 사장님은 그 사람이 떠나지 않을까 매일 노심초사할 것이고, 그 유능한 인재 또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고자 계속 시선이 외부로 쏠릴 것이다.


결국 어느 정도 검증된 누군가가 새로 오더라도 회사가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직원 교육 체계가 잡혀야 한다. 물론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유능한 인재의 채용은 꼭 필요할 수 있지만, 결국 이러한 새로운 에너지 또한 내부에서부터 발현될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그런 시스템을 계속적으로 갖춰 나가야 한다.


개인은 유한하지만 법인은 무한하다. 그 시작은 개인적일 수 있지만 끝은 법인적인 체계를 갖춰 나가는 것 그것이 CEO가 생각해야 할 첫 번째 과업이다.


장사꾼 마인드는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기업가적인 마인드는 미래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한다. 나에게 의존적인 고객이야말로 미래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 88 페이지

이 대목에서 나온 예가 바로 아마존의 자동 경제 시스템이다.


자, 고객이 몰리는 주말 오후 대형 마트를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카트에 담고 결제를 위해 줄을 서기 시작한다. 물론 셀프 계산대가 있어서 예전보다는 다소 결제 대기시간이 줄었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자연스럽게 점원이 결제하는 매대로 향한다. 장 보는 시간이 1시간인데 줄 서는 시간이 20~30분이라고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것이다. 이는 결국 쿠팡 주가만 올려주는 셈이다.


마트의 전략실에서는 여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결제 대기 시간 단축을 통한 고객 만족도 향상’이라는 주제를 펴 놓고, 여러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할 것이다. 여기서 기업 입장에서의 솔루션은 간단하다. 매대 늘리자! 점원 더 뽑자! 그럼 매장도 넓히자! 물론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고객수가 그만큼 늘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신규 점원의 결제 처리 능력이 미비한 상황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아마존의 고객 중심적 사고는 바로 문제를 아예 없애는 것이다. 약간 도면 밖에 선을 그어 문제를 푸는 느낌이다. 바코드를 아예 찍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야? 그 이후는 실행이다. 전략이 나왔다면 실행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개발-설계-시운행-피드백-출시-확장의 순서로 진행하면 된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회사에서 고객으로 바꾸는 태도, 이게 결국 궁극적으로 갖춰야 할 고객 지향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직원들이 업무 수행을 할 때, ‘왜 이 업무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목적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목적에 맞는 명확한 업무 목표를 세울 수 있고, 자신의 행동이 업무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통해 업무의 방향성과 실행 방식을 스스로 조율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 147 페이지

정말 공감하는 대목이다. 위에서 업무 지시가 내려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한다. 진짜로 그냥 한다. 심지어 열심히 밤을 새워가며 한다. 이게 우리의 전체 사업과 비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왜 이런 일이 생겨났으며 그 목적은 무엇인지, 그러면 더 좋은 방법이나 필요한 리소스는 없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이러면 초안과 피드백의 과정이 더 길어지고, 보고 횟수가 많아져 서로가 피곤해진다. 팀장의 지시가 불명확하네, 팀원이 마음 같지가 않네 하면서 말이다.


따라서 어떤 업무가 발생했을 때는 그 발생 목적과 최종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또한, 절대 ‘어떤 이유가 있겠지’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내가 이해가 안 되면 아무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업무 방향성이 맞지 않거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들면, 이를 주변 동료들 혹은 지시자와 협의해서 그 모호함을 명확하게 해결하고 나서, 실행해야 한다. 내가 알아야 내가 잘할 수 있다.


언어와 인간의 사고방식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언어에 따라 사고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도 이미 존재한다. 다시 말해 사내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직원들이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사내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직원들이 실행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 168 페이지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다듬어서 말로 내뱉는 것이고, 이를 더 정교하게 정제하여 글로 전달하면 보고자료가 된다. 이렇게 다듬고 정제하는 버릇을 들이고 계속하다 보면, 반대로 생각 자체를 정교하게 하게 된다는 말이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결국 말과 글이다. 몸짓? 이미지? 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기에 결국 우리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메시지나 메일을 보낸다. 심지어 대부분이 채용공고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야 뽑겠다고 한다. 현안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말과 글로 정리하여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 어쩌면 지금 현대 직장인들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의 협업은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협조 형태가 아닌, 사전적 의미 그대로 ‘많은 사람이 일정한 계획 아래 노동을 분담하여 협동적/조직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종적인 업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부서나 팀과 상관없이 각자의 개별 업무 오너에게 분담하고, 업무 오너는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협업이다. – 181 페이지

몇몇 관계 지향적 회사들이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 사람의 평판이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개인의 업무 능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업무 협조의 역설이 튀어나온다.


회사는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을 의미하고, 이는 각 조직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맡은 일을 잘 수행하여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업무 협조에 있어 분장 이슈로 싸우고 책임을 회피하고자 협조에 수동적인 경우들이 있다. 이건 결국 부서 간 사일로로 이어지고, 결국 조직은 병들고 죽어간다.


해법은 명확하다. 조직별 존재 이유와 업무, 그리고 조직 간의 분장을 더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전부 내일이다 생각하고 임하는 직원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기에, 매니지먼트는 항상 조직 간 혹은 부서 간 사일로를 경계하며, 모두가 불공정 혹은 불공평의 감정이 들지 않게끔 신경 쓰며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실무자의 관점에서 고객 중심을 실천하는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다. 제품 출시, 신사업 검토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사내 정치나 부서 간의 경쟁 없이 오로지 ‘고객을 위한’ 의사결정을 쉽고 빠르게 내릴 수 있다. 또한 신규 제품 기획 단계에서 세부 기능과 구성을 논의할 때 상사나 경영진의 다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을 배제하고, 오직 고객의 관점으로 제품의 기능과 구성을 생가해볼 수 있다. – 256 페이지

약간 기술 혹은 기술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회사에 국한될 수 있자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모든 회사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화사의 사람들은 소극적이다. 나섰을 때의 책임과 피곤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사내 정치적 이슈로 효과적이지 못한 결정들이 나는 경우들도 있다.


여기서의 솔루션은 ‘고객 지향적’이라는 말이다. 내가 아무리 사원이라도 임원까지 참석한 회의시간에 나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어떻게? ‘고객 지향적’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또한, 사내 여러 복잡한 상황들 속에서 명확한 의사결정이 나지 못할 때도 적용이 가능하다. 아무도 정리하지도 결정 내리지도 못할 때, 고객을 위한 방향으로만 생각하자고 한다면 그 속의 복잡성이 생각보다 효과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충분히 실행해 볼 법한,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잊고 있는 것 같다.




약간 강연을 듣는 느낌으로 책을 봤고,

당장 지금 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디테일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당연 보편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 느낌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일과 회사로부터 점점 멀이지는 듯한 시점에,

다시 한번 정신 차리고 복잡한 현안을 단순하게 바라볼 의지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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