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는 계속 변한다. 가족들이 원하는 그대로 멈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진행을 늦춘다고 하는 여러 약이나 음식등도 그다지 변화를 늦추는 것 같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치매 환자에게는 오늘이 가장 상태가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변하지 않을 유일한 것은 가족들이었다. 아무리 변하지 않게 하려고 해도 엄마는 이전에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계속 변화되어 갔지만 나와 가족들은 변할 것인가 변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치매 환자에게는 가족 또는 돌봄을 하는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 이 사람들이 변해버리면 그야말로 비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변해가는 엄마를 이전처럼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갑자기 화를 내고 미운 말을 하고 아이들에게 거친 욕을 하는 엄마에 대해서 본래도 매정했던 나는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 갔다. 말이 통하지 않고 상식이 먹히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유혹이 올라왔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밤중에 혼자 일어나서 배회하더라도 내버려 두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어도 내 속에 있는 악함을 나의 유익을 위해서 그것을 내버려 둘 수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기도 했다. 나의 최고의 공격.
그러나 변했어도, 이전처럼 사랑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성격을 나타낼지라도 나의 엄마였다. 어려웠던 것은 이전 엄마에 대한 기억과 느낌은 자꾸 사라져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야 엄마를 인간적으로 대할 수 있었다. 사람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소변을 가리지 못해서 자다가 이불을 버리는 일이 자꾸 생겼다. 또 엄마는 화장실을 자주 가셨는데 어느 때는 변기의 사용법을 잊어버리고 변기 옆에 변을 보거나 방 여기저기 변을 보고 다니셨다.
자꾸 다르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이전처럼 사랑으로 상냥하게 대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변하지 않을 수 있는 것, 내가 막을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것이 내가 변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꼭 붙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장모님을 모시기 위해서 남편은 밤낮없이 일하고 집에 와서도 장모님과 함께 하려 노력했다. 아무래도 들어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가사 및 육아일에는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에 다른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퇴근이 늦어지는 남편을 기다리며 엄마와 아이 둘과 씨름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감정 조절이 안될 때가 많았다.
아무리 아이들끼리도 서로 넘지 않는 규칙이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들과 있을 때 자꾸 그 선을 넘었다. 큰소리 나지 않고 싸우지 않도록 각자의 간식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본인의 몫을 다 드신 후 아이들의 것을 가져가서 먹기 일쑤였다. 할머니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던 애들은 속상해서 울며 슬퍼했다.
내 소지품을 비롯하여 아이들의 준비물들이 없어지는 때도 많았다. 엄마는 이것저것을 주머니에 넣으셨고 그것을 달라고 할 때 불같이 화를 냈다. 또 자기만의 것들을 꽁꽁 싸서 숨겨 두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그래서 너희 것들을 잘 챙겨야 하는 거야. 우리가 물건을 귀히 여기고 잘 챙기는 것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감사로 돌리긴 했지만 급히 가져가야 할 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는 나도 속이 탔다.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힘들었지만 누구에게도 이 어려움을 쉽게 얘기할 수가 없었다. 남편과 동생 아이들까지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힘들게 버텨내고 있었다. 내가 감당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꾹꾹 참아왔던 시간들은 마음의 병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