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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Feb 11. 2021

책방을 열었습니다.

탱님의 책방 일기 첫 번째 이야기.

2019년 8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재취업 시장에 나선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지원서를 넣는 손가락에 힘이 빠졌습니다. 16년간 한 직장에 갇혀 있다 새로운 길을 찾으려니 여러모로 쉽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두렵고 막막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구인 사이트를 통해 원서를 넣었던 심리상담센터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니 책방을 열어 운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왔습니다.      


두 갈래 길은 직장에 다니며 안정적인 삶을 살 것인지, 불확실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연락이 온 곳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일단 면접을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면접 당일 센터 소장님은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뒤 빠른 결단력을 보이시며 출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기다리던 답이었음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날려주는 답이었음에도 선뜻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며 고민하는 제게 남편은 말했습니다. 

“오랜시간 직장생활을 해봤으니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 


그의 말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하는 일이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없는 것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내 인생을 오직 돈이라는 가치 안에서 썩어가도록 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결국 센터에는 솔직한 계획을 말하고 출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 후로 책방 오픈을 향한 질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벽까지 부동산 앱으로 상가를 검색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공간을 보려 다녔습니다. 금전적 상황이 넉넉치도 않았지만 많은 돈을 투자했다 후회할까 봐 겁이 났습니다.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여보자 생각했습니다.      


책방을 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산 마두동에 보증금 천만 원, 권리금 550만 원의 13평짜리 네모 반듯한 공간을 얻었습니다. 가장 먼저 독립출판 작가들에게 연락해 책을 받았습니다. 출판사 신고와 사업자등록을 하고, 커피를 판매해야 하므로 영업신고증도 받았습니다.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하고 발품을 팔아 책방에 넣을 집기들도 구매했습니다. 그렇게 2020년 4월 21일 책방 문을 열었습니다. 

                 


 꽃집이었던 상가가 책방의 모습을 갖출때까지

마두동에서의 3개월, 독립출판 작가님들과의 친분도 생기고, 단골손님도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집근처에 새로 생긴 공간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습니다. 교통 접근성도, 규모도 좋지 않았던 그곳에서 그 시간동안 저는 서점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매출과는 별개로 ^^;;) 


마침 남편이 직장문제로 파주로 이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내왔고 경의선 근처로 책방을 이전하는게 좋겠다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또 한번 밤낮없이 공간을 찾다 일산에서 가장 핫하다는 '밤리단길' 에 조건이 좋은 상가를 찾아냈고, 2020년 8월 지금 책방이 위치한 정발산동으로 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폴란드 그릇가게였던 '너의 작업실', 계약서를 쓰는데 함께 가준 샤샤미우 작가님과 럭키비바님.

책방이야기는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오래 공들여 퇴고할 수 없어 가볍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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