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살이더라

37 ~ 38사이에 형성되어있지

by 마음한켠

글쓰기 BGM 곡은 정호 - 마흔이 처음이라.


누가 몇 살인지 물어보면, 한참 고민한다. 나 몇 살이더라. 아직 마흔 아닌 거 맞지? 벌써 다시 아홉수 됐나?


어느 예능에서 28에서 30 사이에 형성되어있다는 말을 듣고, 내 나이가 어디에 형성되어있는지 돌아봤더니 37~38 사이에 형성되어있더라. 많이도 먹었네.


아직 앞자리 4는 아니라고 자기 위안을 하고 돌아보면, 아직 앞자리 2라고 안도하던 때가 얼마 전인 것 같다.




스물아홉에 아홉 수라고 점을 보러 갔었는데, 그때 사주 봐주는 분들이 2027년에 대운이 들어온다고 했었다. 그래서 좀 힘들어도 잘 견디고 지나가야 한다고 했더랬지.


잘 견뎠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떻게 잘 지나왔다.

아닌가? 좀 힘들게 지나왔다. 돌아보니 진짜 파란만장했네.


사실 그때 그분들이 ‘너는 지금이 대운이야.’ 했으면 좀 상처받았을 거다. ‘대운인데 이렇게 힘들면, 대체 대운 아닐 때는 어떻게 살라는 거야’ 했을 테니까. 그때는 그 시간이 지나가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졌는데, 지나고 돌아보니 2~3년도 찰나로 느껴진다.




옳다고 믿고, 온전히 다 바쳐서 걷던 길이었는데, 한참을 걷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소.” 해야 할 때가 있었다. 믿었던 사람들이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순간들도 있었고,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억울하게 비난을 받을 때도 있었다.


어느 순간 나 혼자 남게 되었을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그냥 눈에서 소금물이 흘렀다. 그리고 상처 나고 그 위에 딱지 앉기를 반복하다 보니, 마음에 정말 굳은살이 생겼다.




그 철학관 사장님들 혹시 내 안색이 안 좋아서, 한 10년쯤 잡고 대운 들어올 거라고 위로해 준 건가.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그 대운은 막 쓰나미처럼 오는 건가. 나도 모르게 불시에 막 찾아와서, 나도 모르게 대충 쓸고 지나가면 어떡해. 미리 대운 들어올 자리는 닦아놔야지.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분들이다. 사실 나는 가톨릭이라서 사주를 믿지 않는다. 그냥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3만 원을 들고 갔던 것 같다.




내가 힘들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들 그런지 모르겠다. 그렇게 삼십 대 초반을 지나오면서 나는 내 나이를 외면하고 산 것 같다.


나이 이야기가 나올 자리는 피하고, 나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나도 모르게 애썼던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서른하나 서른다섯을 지나 서른여섯. 삼십 대 후반에는 다가오는 생일이 마치 수험생의 모의고사같이 느껴졌다.


생일이 다가올 때까지는 부들부들 떨다가 지나고 나면 에라 모르겠다. 또 내년 1월이 시작되면 부들부들 떨겠지. 안 그러고 싶은데. 안 그런 사람들도 있나?




손가락으로 꼽아보면 참 오래 살았다 싶다. 그런데도 우리 엄마는 아직 나를 아기로 착각할 때가 있다.


심지어 아흔이 넘은 우리 할머니는 일흔이 넘은 아버지에게 '우리 아기'라고 하셨었다. (살짝 할머니의 정신건강을 염려했었지만 돌아가실 때까지 너무나 정정하셨다.)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