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옛 어린이들의 일요일 아침을 책임지던 ‘디즈니 만화동산’을 아시나요?
온 몸에 이불을 돌돌 말고 TV 앞에 쪼그려 앉아있던 그 시간. 화면 속 판타지 세계는 현실만큼이나 생생했고 곰돌이 푸, 알라딘, 인어공주, 티몬과 품바는 저에게 친구이자 인생 첫 교과서였습니다.
청소년 시절 제 방과후 시간을 점령한 건 단연 만화책이었어요. 학교가 끝나자마자 친구와 함께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만화책장을 넘기고 또 넘겼답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과 ‘몬스터'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란.
'아름다운 그대에게', '허니와 클로버',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같은 일본 순정만화를 접할 때의 간질거림이란!
쏟아져 나오는 웹툰과 애니메이션은 또 어떻고요.
많은 사람들이 인생 애니로 꼽는 '진격의 거인'이 처음 나왔을 땐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파일을 구해 한 편 한 편 아껴봤습니다. (변명하자면, 그때는 넷플릭스가 없던 시절이라 일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었어요. 그래도 불법 다운로드는 안됩니다 ㅠㅠ)
지금은 OTT로 ‘귀주톱(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체인소맨)’을 보며 장면 하나 하나에 울고 웃고 있습니다.
만화는 어린 시절부터 사회인이 된 현재까지 제 곁을 함께 하는 동반자입니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만화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려요.
마치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초대 받은 것처럼요. 저는 한 명의 앨리스로 변해 총천연색 꿈을 꾸고 현실의 피로를 씻어냅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설렘을 안고 퇴근 후 만화 속으로 다시 출근합니다.
어린 시절 저를 만들고 어른이 된 지금을 지탱해주는 보물창고를 하나씩 나누고 싶어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로 꺼낼 이야기는 가장 여운이 오래 남은 ‘인생작’입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매번 다른 장면에서 멈춰 서게 만드는 작품,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부터 나눠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