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은 언제나 거창하다, 삼월의 시작인 오늘도 그러했듯.
1월 1일에는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이것저것 펼쳐보느라 바빴고, 2월 1일에는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빴었다.
그리고 오늘 3월 1일은 좋아하는 영화를 보겠다고 아침, 아니 새벽부터 몸을 일으켜 매서운 바람을 뚫고 집을 나섰다.
해도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는 시간에 무슨 영화인가, 그냥 더 잘까 하는 솔깃한 유혹을 몇 번을 뿌리쳤는지.
아마 나처럼 고민하다가 다시 잠든 사람들도 많겠거니, 생각보다 영화관이 한산하려나, 하는 생각으로 영화관에 도착했을 땐 오늘 귀찮아했던 사람은 나뿐이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양옆 앞뒤 할 것 없이 아주 꽉 차있었다, 그 넓은 관이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영화의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지만 나만 이렇게 굼떴구나 싶었다.
워낙 이른 시간부터 상영을 한 탓에 꽤 긴 러닝타임을 마치고도 시간은 아직 10시 전이었다.
점심을 먹으려 가려고 찾아본 식당이 오픈하려면 한 시간이나 넘게 남은 시간.
그냥 넋 놓고 앉아 바깥 구경만 해도 충분했을 텐데 부러 카페를 찾아 들려 차도 마시고 두런두런 영화 이야기도 나눴다. 어떻게든 오늘의 시간을 알차게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올라타니 이제야 한시가 다 되어갔다.
하루보다 긴 오전이 지나간 듯한 기분에 벌써부터 몸이 피곤하게 느껴졌지만 머릿속은 집에 돌아가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지, 이때는 뭘 읽어야지.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니 정신이 없었다.
애초에 이렇게 알차게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닌데 1일이라고 남들만큼 알차게 살려고 보니 다른 날보다 배로 힘든 날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이렇게 무리 아닌 무리를 하는 이유는 새로운 달의 시작인 1일, 오늘이라도 이렇게 살아야 다음인 2일에도 3일에도 그다음에도 1일의 반의반, 그 반의반 정도는 하고 사는 삶이 될 거 같다는 마음이 밑에 깔려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굳이 그렇게 하루를 보내야 잘 보낸 하루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라도 시작이 좋았다, 알찼다.라는 생각 한번 들면 좋을 테니까.
이제 세시가 다 되어간다.
여전히 할 일은 많고
다행인지 어쩐지
아직 거창한 1일은 꽤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