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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12. 2024

금요일 연차의 여유

냅다 금요일에 연차를 써버렸다. 

오늘 날씨는 맑다 못해 더울 지경이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따사한 햇빛이 지금 창가를 통해 방으로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랄까, 아니면 남들은 모두 출근해 있는데 나만 쉬고 있다는 자만심에서 나오는 착각일까.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여유가 모든 것을 대신해주고 있으니.

요 며칠 동안 야근한다고 못 읽고 있던 책을 꺼내 읽어보았다. 선선히 부는 바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 그에 따라서 창틀 선반에 있는 디퓨저의 향이 코를 가볍게 스치듯 지나간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밀렸던 빨래도 세탁기에 우르르 몰아놓고 돌려놨다. 오늘은 필히 날이 좋으니 하루 만에 다 마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득 안은 채로. 


캡슐커피머신으로 다가가서 커피 한잔을 뽑아낸다. 따뜻한 커피가 컵에 내려질수록 그윽한 커피 향이 온 방에 퍼진다. 기분이 좋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이대로 책만 읽기엔 심심해서 멜론 차트로 들어가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뒤져본다. 역시, 맘에 드는 플레이리스트가 눈에 보여 바로 좋아요 저장을 눌렀다. 아무 곡이나 누르자 내 방은 곧 재즈가 흐르는 카페로 변신한다.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으니 이 소소한 행복 자체에 감사하게 되더라. 행복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아무리 미래의 행복을 염원하면서 인간들은 산다지만, 다 필요 없고 그저 눈앞의 행복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일단 큰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방 안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재즈음악이 나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어 준다. 그러다 한 번씩 예상치 못한 리듬이 느껴지면 책 읽다 말고 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탄다. 

아- 재즈는 이래서 좋다니까.


그렇다고 방 안에서 하루종일 이럴 수는 없을 것 같다. 날씨가 이 정도로 날 찬란하게 만들어 준다면 나도 이에 맞추어 화사한 옷이라도 입고 밖으로 나가줘야지. 


다른 사람들은 오늘 불금이라면서 열심히 일을 쳐내고 있을 테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 저녁 약속을 만들어 내보고자 한다. 이렇게나 날씨가 좋은데 집에만 하루종일 박혀있는 것은 불과 몇 개월 전에 우울했던 나였으면 충분할 테니까.


자, 빨래가 다 된 것 같다. 이만 빨래를 널러, 청소를 해보러 일어나 봐야지. 


지금 직장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만에 하나 나와 같이 여유 넘치는 오늘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겐 기쁨의 공감을, 이도저도 아닌 오늘을 보내고 계신 분들에게는 이도저도라는 방식도 썩 괜찮다는 것을-


말해주면서 이만 퇴장해 보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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