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소프트웨어 사업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보안이 최우선인 군 조직에서 상용 메신저나 엑셀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선 지휘관과 실무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불합리함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문제는 매년 국방 정보화 예산이라는 명목 아래 수천억 원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새롭게 도입된 첨단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백억 원을 들여 개발한 전산 체계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오래된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거나, 심지어 손으로 작성하는 보고로 되돌아가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선 부대의 적응 능력 부족이 아니라 계획 단계부터 현장과 완전히 분리된 국방부 소프트웨어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국방 정보화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는 일반인의 예상을 크게 초과합니다. 국방부의 연도별 예산 공개 자료에 따르면 국방 정보화 예산은 2018년 약 4,519억 원 수준에서 2023년에는 7,347억 원 규모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대용량 클라우드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 도입을 이유로 점점 더 커지는 예산이 마치 큰 비용을 먹어치우는 존재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예산 규모와 전력화 실적 뒤에는 현장에서 실제로 느끼는 활용도가 극도로 낮다는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과거 감사원의 국방정보체계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인용한 보도들에 따르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국방인사정보체계의 경우 전력화 시점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도 전체 13개 핵심 기능 중 4개 기능만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개발에만 수백억 원을 투자하여 거대한 골격을 구축했지만 실무자들은 3분의 1 수준의 기능만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전락해버린 것입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국방 소프트웨어가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예산 집행의 심각한 불균형에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 대부분이 대규모 시스템의 초기 개발과 구축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전력화 이후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와 실무자 교육 투자는 크게 부족합니다. 새로운 지휘통제통신 체계나 군수정보체계가 일선 부대에 보급되더라도 직관적이지 못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빈번한 시스템 오류를 즉각적으로 개선할 사후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방대한 업무에 쫓기는 실무자들은 오류가 수정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익숙하고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기존의 엑셀 파일이나 별도의 메신저를 사용하는 비효율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요 예측이 맞지 않는 만성적인 문제 역시 시스템의 생명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과거 국가정보화사업 평가 자료를 보면 특정 국방전시군수정보체계 사업은 사업 범위의 구체화와 계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당해 연도 예산 집행률이 38.4%에 그친 낮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철저한 현장 수요 조사나 작전 운용 개념의 반영 없이 먼저 예산을 책정하고 시작하는 국방 IT 사업의 오랜 관행이 수치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부처와 각 군별로 분산된 중복 투자와 기존 시스템과의 상호운용성 부족 역시 시스템 활용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심각한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국방부는 2014년 산재한 기존 군수 체계들의 연동 오류와 자료 미활용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겠다며 296억 원 규모의 군수통합정보체계를 새로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시스템들이 연동되지 않은 근본 원인인 데이터 표준화 등을 고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문제를 가리기 위해 또 다른 거대 통합 시스템을 그 위에 얹는 임시방편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체 군을 아우르는 일관된 소프트웨어 가이드라인 없이 각 부대나 군별로 제각각 시스템을 발주하고 더하다 보니 데이터 호환성이 떨어지고 시스템 간 장벽이 점점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유사시 적절한 때에 정확한 정보가 계속 오가야 하는 군사 작전의 특성을 고려할 때 평시 행정 업무에서조차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 시스템은 실제 전투에서 쓸모없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국방부 소프트웨어 사업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천억 원의 세금이 낭비되는 검은 구멍을 막으려면 거대한 시스템을 새로 짓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실적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실무자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소프트웨어의 수명을 연장하는 현장과 밀접한 IT 혁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