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보안 사고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국방 정보화에 투입되는 수천억 원대 예산의 뒤편에는 상용 메신저를 통한 보안 사고라는 심각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부 보안업무 실무편람은 군사 기밀과 내부 문서를 이메일, 웹하드, 상용 메신저로 주고받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방 부대 병사들이 3급 비밀인 암구호를 카카오톡으로 공유했던 사건과 기밀정보 녹음 파일이 지인의 메신저를 통해 새어나간 사건 등에서 보듯, 스마트폰 앱을 거쳐 발생하는 보안 사고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를 단순한 병사들의 기강 해이로 보기는 어려운 이유는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군 보안 사고 위반자는 총 3,922명에 달했으며, 이 중 64%인 2,514명이 위관·영관급 장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규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장교 계층에서 보안 위반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개인의 보안 의식 부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전문가들은 상용 메신저 사용이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으로 군 공식 정보체계의 한계와 실효성 부족을 지적합니다. 군 당국은 최근 연 4천억~7천억 원대의 정보화 예산을 투입하여 지휘통제통신(C4I) 체계와 군수·인사정보체계를 구축해 왔지만,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시스템이 느리고 상호운용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과거 감사원의 지적에 따르면, 거액이 투입된 국방인사정보체계는 전력화 2년이 지나도록 전체 13개 기능 중 4개 기능만 제한적으로 이용되며 활용률 저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시스템 간 연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불편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작전을 조율해야 하는 일선 부대원들은 가장 빠르고 익숙한 비공식 채널인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같은 상용 메신저에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공식 시스템이 현장의 민첩한 업무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상용 메신저가 그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우회 채널'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불편함을 이유로 보안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사고 발생 시마다 개인을 처벌하고 스마트폰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보안 구멍을 근본적으로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상용 스마트폰 기반의 소부대 전투지휘체계를 신속시범획득 대상으로 선정한 사례는 군 스스로도 민간 수준의 빠르고 직관적인 IT 환경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근본적인 보안 확립을 위해서는 일선 장병들이 외부 메신저를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군 내부 시스템의 편의성과 실시간 협업 기능을 대폭 향상시켜야 합니다. 수천억 원의 국방 IT 예산이 거대한 서버 구축에만 그치지 않고, 실무자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빠른 소통 채널을 만드는 데 활용되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