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봉쇄 / 출처 : 뉴스1
한국 해군의 전력이 경제 규모나 지정학적 위치에 비해 빈약하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만약 한반도에 직접적인 포탄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우월한 전력을 갖춘 중국 해군이 대만 인근이나 동중국해 등 주요 해상교통로를 장악하거나 봉쇄한다면 한국 경제는 과연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을까요.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이면서도 수출입 화물의 99.7%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섬'과 같은 물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요 해상 항로가 차단될 경우, 선박 운항에 즉각적인 차질이 생기고 물류비가 폭등하며 산업 전반이 치명적인 동맥경화에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상 봉쇄 시 가장 먼저 부족해질 것으로 우려하는 자원은 '원유'이지만, 실제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최근 한국석유공사 등의 자료와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민간 재고를 포함한 한국의 원유 비축량은 산정 기준에 따라 대략 115일에서 최대 200여 일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따라서 당장 해상 통로가 막혀도 원유 수급 문제로 단 며칠 만에 경제가 멈추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과 난방, 산업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가 문제입니다. LNG는 장기 보관이 어려워 법정 비축 의무가 약 9일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동중국해를 지나는 LNG 운반선의 항로가 차단된다면, 수개월을 버틸 수 있는 원유와 달리 길어야 수 주일 내에 심각한 가스 대란과 전력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너지 다음으로 피해를 입을 분야는 식량과 원자재입니다. 쌀 중심의 높은 자급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 식량 안보의 내실을 살펴보면 상황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밀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1.4%에 불과하며, 콩과 옥수수 등 사료 및 가공용 핵심 곡물 역시 완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해상 봉쇄가 장기화되어 곡물 운반선이 들어오지 못한다면, 기초 식량 원료와 육류 생산을 위한 사료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밥상 물가 폭등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게 해군의 역할은 단순한 영해 수호를 넘어, 국가 경제의 생명줄인 해상교통로를 확보하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해상 봉쇄라는 소리 없는 위협에 대비해 낡은 함정을 교체하고 해군 전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