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의 취미생활에 점점 목숨을 걸지 않는 이유
결혼 전 나의 취미 생활은 운동화를 모으는 것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다만 운동화를 사기 시작한 이유는 어릴때의 결핍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파편처럼 내 가슴에 박혀 있는 장면.
초등학교 5학년때 나이키 조던 8 플레이오프(검정색 밴드가 엑스자로 되어 있는)
그 신발을 사달라고 엄마에게 1달 이상을 졸랐지만,
결국 실패하고 친구가 신은 신발을 내내 쪼그려 앉아서 구경하며,
난 살 수 없는 것을 가진 그 아이를 향한 동경.
이 모든 일련의 장면이 사진처럼 내 가슴 한 구석에 박혀있다.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부터 하나 둘씩 모은 신발들은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도
밤 늦게까지 통계분석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차곡차곡 모아갔다.
그렇게 나의 취미 생활은 완성 되어 가는 듯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실제 결혼을 준비하려고 하니
내 수중에 모아놓은 돈이라고는 천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결혼을 하기 위해서 애지중지 하던 신발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처분을 하나씩 하면서 각각의 신발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도 처분될까 두려웠지만,
이내 담담해지고, 목표는 100족 중 5~6개만 남기고 다 파는 것으로 설정하니
오히려 그 간 왜그렇게 싸매고 있었는지 의문스럽기도 한 과정을 거쳤다.
지금도 아내와 아이들이 신는 신발을 섣불리 고르지는 않지만,
예전같이 모아야겠다 혹은 저건 무조건 사야해 하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일을 대하는 방법도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40대 초반의 남성들이 업무를 대하는 태도는
열정보다는 계산적인 마인드이지 않을까 싶다.
전에는 열정을 가지고 임했던 일들이
다른 중요한 가치들로 인해 힘은 좀 빼고 시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그런 성향으로 바뀌어 간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열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개인의 역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렇게 열정을 불사르다간 정작 중요한 시기에 하얗게 재가 되어 버리는 과오에 대해서도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두서 없이 마음 가는대로 써보았지만,
요약하면 결국...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치관은 바뀌어 가고,
열정적이지 않더라도 비난하지 말고
인생의 주인공은 "나"로써 살기 위해 주인공 역할에 대한 무게를 견뎌내어 가는 것
그게 오늘을 살아가는 40대 가장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