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는 언제 소리를 듣고, 언제 정보를 듣는가
앞선 글에서 전치사 of / about이 함께 쓰이면서 명사를 ‘추상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개념을 이야기했다. think 같은 의미상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대상을 목적어를 취하기 어려운 동사의 경우, 사고의 대상을 만들기 위해 of / about을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think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of / about이 선택적으로 사용되면서 문장의 초점이나 동사의 심층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는 꽤 많다.
이번에는 “듣다”라는 의미의 hear 동사를 가지고 이 차이를 살펴보자.
사람은 물리적인 파동인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다음 문장은 아주 직관적이다.
I heard the noise. (나는 그 소음을 들었다.)
이 문장에서 hear는 감각 동사로서, 실제 소리를 직접 인식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of나 about이 붙으면 의미가 달라진다.
I heard of/about the noise. (나는 그 소음이 대해서/관해서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소리 그 자체’를 들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음이라는 사건이나 사실, 혹은 그 원인과 배경 같은 ‘정보’를 들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굳이 구분하자면 of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에 가깝고, about은 ‘그에 관한 내용까지 들었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of와 about의 선택에 따른 미묘한 차이는 여기서 깊게 다루지 않고, 다른 글에서 따로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of / about이 단순히 명사를 꾸미는 게 아니라 hear라는 동사의 작동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hear를 물리적인 소리를 인식하는 감각 동사로 쓰면, 실제 감각 입력을 다루는 동사가 된다. 하지만 of / about과 함께 쓰이면, ‘어떤 내용을 듣다 → 그 내용을 알게 되다’라는 방향으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인지·인식 동사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관점으로 확대하면, hear 동사가 5형식에서 지각동사로 쓰인다든가 하는 다른 용법에 대한 이해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앞선 내용을 종합해서 가장 회화에서 많이 들어보는 표현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Yeah, I heard of him. (그래. 나 그 사람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어.)
그리고 이 내용을 한국어 문장으로 빗대어 보면, 좀 더 재미있는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
“그 잡음 들었어?”
→ “응, 들었어.” (실제 소리를 의미)
“그 뉴스 들었어?”
→ “응, 들었어.” (소리 자체가 아니라 뉴스의 내용을 의미)
같은 ‘듣다’라는 동사지만, 문맥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 다만 한국어에서는 ‘뉴스’처럼 이미 추상적인 명사가 오면 별도의 장치 없이도 자연스럽게 의미가 전환된다. 이는 think류 동사에서 한국어는 대상 명사의 종류에 상관없이 그냥 추상적은 대상으로 전환해서 이해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다음 문장은 그렇지 않다.
“너 그 사람 들었어?” → 어색함
“너 그 사람에 대해서 들었어?” → 자연스러움
물리적 존재인 ‘사람’을 그대로 두고는 ‘듣다’라는 동사와 잘 결합되지 않는다. 그래서 “~에 대해서”라는 추상화 장치가 필요해진다. 이는 “생각하다”라는 동사와 달리, “듣다”는 소리의 파동 같은 물리적인 것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추상적인 내용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한국어도 추상화 장치를 사용해야 의미가 명확해진다. 결국 많은 경우 “어느 한 언어는 딱 이렇다”라고 딘정지을 수 없고, 그 언어가 쓰이는 환경과 상황에 따라 많은 비슷한 개념이나 장치들이 다양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이런 식의 심층적인 의미 이해가 도움이 되는 이유는, 한 번 체득한 개념을 다른 동사나 용법으로 확장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암기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모든 학습의 성과는 기본적으로 노출 빈도에 비례하고, 암기는 노출빈도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다만 같은 노출 빈도라 하더라도, 이해를 기반으로 하면 그 효과는 산술급수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