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자의 의미로 보는 두 단어의 차이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하다 보면, 이상하게 비슷한 지점에서 자꾸 막히는 순간이 있다. 문법 자체를 몰라서 라기보다는, 설명을 듣고도 어딘가 찜찜함이 남는 종류의 막힘이다. 대표적으로 ‘consider 뒤에는 to be가 맞는 걸까, as가 맞는 걸까? regard는 왜 항상 as랑 붙어 다니는 걸까?’ 같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개 수험용으로 이런 동사를 공부하다 보니 보통은 그냥 외운다. consider A to be B, regard A as B. 문제는 이렇게 외웠는데도 여전히 헷갈린다는 점이다. 시험의 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직접 만들려고 하면 다시 손이 멈춘다.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른 예시를 실제 영어에서 보면 더욱 이런 망설임은 커진다.
또한 전통 문법에서는 to be를 부정사, as를 전치사로 분류하지만, 실제 문장을 읽다 보면 이 구분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as를 전치사라는 형태적 역할로만 이해해 버리면 그 뒤에 형용사 등이 쓰이는 것이 매우 어색하게 보인다. 띠라서 이 글에서는 to be와 as의 문법 명칭이나 형태 보다는 의미적인 기능, 다시 말해 A와 B를 어떤 관계로 묶느냐에 초점을 두고 이해해 보고자 한다.
기본적인 핵심은, to be는 A의 속성이나 상태를 설명하고, as는 A를 어떤 범주나 역할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먼저 to be와 as를 사용한 두 예문을 보자. A에 해당하는 this document와 B에 해당하는 evidence를 각각 to be와 as라는 단어로 연결한 것으로, 공통적으로 A = B의 관계를 보여준다.
This document seems (to be) evidence. (이 문서는 증거인 것처럼 보인다.)
This document serves as evidence. (이 문서는 증거 역할을 한다.)
to be가 쓰이는 문장은 보통 이런 느낌을 가진다. “A를 보니, B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즉, 대상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 성질을 판단하거나 추정하는 방식이다. 첫 예문의 동사 seem에서 이 성질이 잘 드러난다. 이 문장에서 화자는 이 문서를 증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문서를 살펴보니 증거 같은 성질을 띠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to be가 자연스럽다. 판단의 대상은 역할이 아니라 속성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to be: A의 '속성/상태'를 설명
느낌: "A는 본래 B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기능: A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 성질을 판단하거나 추정함.
기호화: A ≈ B (A는 B와 비슷함 / B의 속성을 지님)
반면 as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as가 쓰이는 순간, 화자는 A를 B라는 범주 안에 넣는다. “A를 앞으로 B로 취급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두 번째 예문의 serve의 의미가 이것과 잘 어울린다. 이 문장은 추정이나 느낌이 아니다. 이 문서는 실제로 ‘증거’라는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 이 문장을 문법적으로 보면 1형식 뒤에 전치사 수식어구가 붙은 구조지만, 의미적으로는 주어의 정체성을 직접 규정한다. 그래서 의미로만 본다면 A = B 처럼 2형식에 가깝게 느껴진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s: A를 B라는 '범주/역할'로 취급
느낌: "A를 앞으로 B로 대우하겠다."
기능: A에게 B라는 이름표(Label)나 역할(Role)을 부여함.
기호화: A ↦ B (A를 B라는 틀에 매핑함)
우리가 to be와 as 앞에서 계속 헷갈렸던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속성을 말하는 문장과 범주를 부여하는 문장을 같은 방식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영어에서는 이 둘이 꽤 다른 일을 한다. to be가 어울리는 동사들은 대개 ‘어떻게 보이느냐’를 말하고, as가 어울리는 동사들은 대개 ‘무엇으로 취급하느냐’를 말한다. to be와 as의 차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생긴다.
이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consider는 대체로 to be를 쓰고, 왜 regard는 as를 고집할까? 그건 동사별 암기 문제가 아니라, 각 동사가 판단을 하는지, 아니면 분류를 하는지의 차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프레임을 그대로 가지고 consider와 regard 같은 동사들을 다시 들여다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