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의 기억

by 요아킴
pngtree-bench-with-rain-in-the-rain-picture-image_2487675.jpg


나는 비를 좋아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가 내리면 마음이 참 차분해진다. 어릴적부터 그랬다. 창 밖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평화롭다. 거세게 퍼붓는 세찬 비를 보면 반대로 감정이 끓어 오른다. 어떤 비가 오더라도 나는 비가 좋다.


많은 사람들은 비가 오면 불편해 한다. 여름에 오는 비는 습도를 높여서 끈적거리게 하니까 싫어한다. 봄이나 가을에 오는 비는 밝은 태양빛을 가리고 우울하게 만드니까 싫어한다. 겨울에 오는 비는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공기를 더 차게 만드니까 싫어한다. 그러나 나는 무조건 어느 계절이든 비를 좋아한다. 그냥 기분이 좋다. 그거다.

autumn-landscape-on-a-rainy-day-in-a-city-park-yellow-trees-in-the-rain_548821-21255.jpg

물론 비의 기억 중 불편했던 적도 있따. 초등학교 1학뎐 때로 기억난다. 수두가 걸려서 한 달 정도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 어느 비 오는 날, 아마 봄으로 생각한다, 우산을 받혀 들고 골목을 나와 동네 구멍가게로 갔다. 당시 유행하던 뽀빠이라는 과자를 사기 위해서였다. 지금 표현으로는 라면땅이라고 하던가? 한 봉지 가격은 당시 돈으로 2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때는 용돈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엄마가 출근 전에 가끔 주시던 10원짜리 몇개가 나의 그때 그때 용돈이었다. 어떨 때는 은색의 50원 짜리를 주시던 날도 있었다. 정말 드문 경우였지만 정말 거금이었다.


그날 내 손에는 구릿빛 10원짜리 두 개가 있었다. 뽀빠이 한 봉지를 사니 세상이 내 것 같았다. 뽀빠이를 들고 골목으로 나와서 어깨에 우산을 받치고 뽀빠이를 뜯었다. 그런데, 아뿔사, 잘못 뜯었다. 내용물이 몽땅 골목의 흙탕길로 쏟아졌다. 당시에는 주택가 골목길은 거의 비포장으로 군데 군데 작은 웅덩이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진창길에 가까웠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방으로 흩어진 뽀빠이 과자를 한참 내려다 봤다. 아,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하는 나만의 간식 타임이 그렇게 사라져 간 것이다. 울고 싶을 정도의 절망감이 엄습했다. 그렇게 한참을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슬퍼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나의 유일한 비에 대한 나쁜 기억이었다.


지금도 비가 오면 그때 그순간이 문득문득 떠 오른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 내게 뽀빠이 한 봉지는 일주일의 즐거움이었다. 그 쾌락이 한 순간에 쏟아진 비극. 그 후로 나는 비닐 봉지를 뜯을 때마다 긴장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지금, 모든 것이 흔해진 이 시절, 내 아이들은 그런 기분을 알까 궁금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구에너지총회 10년, 에너지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