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너지총회 10년, 에너지의 미래

by 요아킴


지금부터 11년 전인 2013년 10월, 대구에서는 제22회 세계에너지총회(World Energy Congress, WEC DAEGU 2013)가 열렸다. 이 대회의 슬로건은 “내일의 미래를 오늘 준비하자(Securing Tomorrow’s Energy Today)였다.


전력, 석유, 가스, 제조업 등 에너지 산업의 기업들이 모인 세계 최대 민간기구인 세계에너지위원회(World Energy Council, WEC)는 3년에 한 번씩 회원국을 순회하며 총회를 개최한다. WEC2 013에는 세계 140여 나라에서 7천여 명이 참석했고 장관급 인사 70여 명, 국제기구 대표 10여 명, CEO 500여 명 등 역대 에너지총회 중 가장 큰 규모의 성공을 자랑했다.


영국 런던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 WEC는 매년 세계 120여 나라의 에너지 환경을 분석, 각 나라의 에너지 환경을 일정한 지수로 환산하고 순위를 매긴다. WEC는 에너지 안보(Security), 보편적 접근성(Equ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3가지 요소로 각국의 에너지 상황을 평가한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에너지 트라일레마(Energy Trilemma)라고 부르는데, 억지로 우리말로 번역해서 에너지 삼중고(三重苦)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너지 트라일레마는 전 지구적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지에서 개발된 하나의 지표로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인용하면서 WEC의 위상을 높여줬다. 에너지 안보/보편성/지속가능성은 어느 한쪽이 높아지면 다른 한쪽이 손상을 입는 개념들이다. 에너지 안보를 강조해서 원전을 많이 짓거나 석탄생산량을 늘리면 지속가능성이 훼손된다. 형평성을 중시해서 에너지 가격을 너무 싸게 책정하면 안보와 지속가능성이 훼손되는 그런 식으로 말이다.


WEC는 2010년에 이 트라일레마 개발했고, 2013년 대구총회인 WEC2013에서 정식으로 이 개념을 사용하겠다고 의결했다. WEC는 매년 나라별 에너지 트라일레마 지수와 순위를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전기요금 덕분에 보편적 접근성(Equity)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만, 낮은 에너지 가격이 결국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붕괴시키기 때문에 지속가능성과 안보에서 점수를 잃는 결과를 낳고 있다. 2013년 트라일레마 조사에서 한국의 종합 순위는 대상국 100 나라 중 27위였다.


WEC가 비록 민간기구이기는 하지만 회원조직이 각 나라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들이기에 각 국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수출기구(OPEC),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수력발전협회(IHA) 등과 같은 다양한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들과도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 또한, 런던의 사무국에는 각 회원조직이 파견한 전문가들과 WEC 사무국이 직접 채용한 에너지 전문가들이 세계 에너지 문제를 연구한다.


대구총회는 한국 정부와 한전, SK, 대성그룹 등 핵심 회원사들의 노력으로 역대급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아시아 대륙에서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했고 역대급 성공을 거둔 대구총회의 결실을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미래 발전에 이를 활용하려는 후속 노력은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총회의 준비를 담당했던 조직위원회는 해체됐고 WEC 한국사무소는 에너지재단 업무의 일부로 축소됐다.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에너지 산업의 세계적 동향을 공부하고 큰 경험을 얻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관심은 보이지 않고 그 경험은 사장됐다.


나는 2013년 대구총회 당시 조직위원회에서 프로그램 개발 담당 역할을 2년 동안 하면서 여러 차례 영국 사무국 출장을 통해 WEC의 다양한 회의 참석 등을 통해 세계 에너지 산업의 동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런던의 사무국에는 일본, 호주, 미국 등 여러 나라 에너지 기업에서 직원을 파견, 에너지 산업의 국제정세를 읽는 한편 활발한 정보 교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SK 에너지에서만 직원을 파견해서 사무국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세계 에너지 업계의 동향을 읽는 동시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 뿐 다른 에너지 기업들은 WEC의 가치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다행히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이 차기 WEC 의장에 선출돼 나름대로 역할을 하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WEC에 가입했고 주도적 역할을 해 왔던 한전은 대구총회 이후 WEC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는 뛰어난 조직력과 업무추진력으로 눈앞의 당면 과제는 잘 해결한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우리를 한 단계 높이려는 노력은 많지 않아 보인다. 현재 우리 눈앞에는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다. WEC와 같은 국제기구를 잘 활용하면 이런 난제를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을 대구총회가 끝난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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