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람도 꽃이다

by 허진년

사람도 꽃이다 / 허진년


말 없는 것들은

수직으로 잠이 든다


무엇이든 오래 되면 과묵이 업이고

침묵이 뒤꿈치 세우고 몸 꾸미는 아침마다

물안개 머리를 풀어내는 산이 부럽다


고사목은 죽어도 더불어 살고

살을 베어 내어 꽃대를 말아 내듯이

몸을 식혀 길 내는 법을 알아야

성긴 지문을 지우고 꽃이 된다


탑 쌓지 않아도 공덕 깨닫고

작은 것은 아래로만 피어 생이 가볍고

꽃의 반은 바람이 피우는데


붉어야 사람도 꽃이다


추록> 울산예총 "예루하" 행사기간(06.20~22)에 태화강둔치 전시장인 울산문협 시화전에 게시하였던 작품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토굴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