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가 / 허진년
운전대에 얹혀진 도톰한 손등의 푸른 핏줄이
장마철 반변천 멍석말이 흙탕물 같구나
결혼기념으로 먹던 요석궁 코스요리가 매웠던지
마님의 심기가 틀어져 버렸다
마흔 해를 부둥켜안고 살아도 싸늘한 틈은 서릿발이다
가던 길보다 돌아오는 길이 더 멀다는 느낌은
한치 앞을 겨누지 못한 대장부 실수로다
조수석에 앉아 앞서 달리는 차량 안개등 불빛으로
휴대폰 블루투스를 더듬거려 연결하고
울림 좋은 남자가수의 태평가를 내가 부르듯 틀었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 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늴리리야 니나노 공수래공수거 인생~“
슬쩍 곁 눈길에 명품매장 마네킹 같던 하얀 얼굴이
공수래공수거 인생 대목에서 살구 빛이 돈다
니나노가 칼로 물 베기 명약이 되어주니
실눈 뜨고 잠자는 척하며 해거름을 세고 있는데
최부자댁 마당에 적혀 있던 6훈 6연의 가르침이
경부선 고속도로 갓길로 일어서고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 하였는데도
눈치 없는 노랫가락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