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와 3% 사이, 우리가 지나온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 김민희·이민기 주연 <연애의 온도>를 보고

by 홍반장

가끔은 연기하는 배우의 예전 모습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김민희라는 배우가 그랬다.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그녀를 몇 편 보고 나니, 그녀의 예전 연기는 어땠는지 다시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넷플릭스에서 영화 **<연애의 온도>**를 픽했다.


화면 속의 그녀는 참 고운 이마를 가졌고, 연기는 리얼보다 더 리얼하면서도 잔잔했다. 지금의 연기와 맞닿아 있는 특유의 호흡이 그때도 여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와 호흡을 맞춘 배우는 이민기였다.


82%와 3%, 그 사이의 간극

영화는 은행원 대리로 근무하는 동희(이민기 분)와 영(김민희 분)의 3년 차 비밀 연애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헤어져"라는 한마디로 남이 되었지만, 실상은 그때부터 진짜 연애가 시작된 듯 보였다.


빌려준 물건을 부숴서 착불로 보내고, 커플 요금을 해지하기 전 인터넷 쇼핑으로 요금 폭탄을 던지는 그들의 모습은 치졸하다 못해 처절하다.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를 향해 가장 뜨거운 감정을 쏟아내는 두 사람.


사랑할 때보다 더 치열하게 서로를 할퀴는 과정을 보며 '연애가 원래 저런 건가' 싶다가도, 한편으론 '저렇게까지 사고를 치고도 다시 얼굴 들고 회사를 다니며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의문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영화 속 명대사처럼,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만날 확률은 **82%**라고 한다. 하지만 그중 다시 잘 되는 사람들은 단 **3%**뿐이다. 나머지 97%는 처음 헤어졌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결국 다시 돌아선다. 3%라는 숫자는 로또 1등 확률인 814만 분의 1에 비하면 꽤 커 보이지만, 연애의 현실에서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수치다.


환상을 걷어낸 '바닥'의 기록

2013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치고 평론가들에게 꽤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환상과 포장을 걷어낸 청춘남녀의 밑바닥 감정, 그 바닥 모를 치졸함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민희의 연기는 '실제 성격이 저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었고, 관객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보았다.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연애의 민낯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했다는 데 있지 않았을까.

결국, 다시 걸어가는 보통의 연애

다시 만나 사랑을 할 때, 그들은 처음처럼 설렌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같은 이유로 싸우고 지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의 연애는 달콤하지도 아름답지도 이벤트로 가득 차 있지도 않았어요. 지루하고 평범하고 아무 특별할 것 없는 그저 보통의 연애였죠. 하지만 우리는 둘 다 진심이었어요. 진짜 사랑을 했고 아마 그건 내 인생에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가장 영화 같은 일일 거예요."


영의 마지막 독백은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지루하고 평범한 '보통의 연애'가 사실은 생애 가장 영화 같은 일이었다는 고백.


영화 시사회장에서 다시 마주친 동희와 영은 또다시 그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랑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3%의 기적을 믿으며, 혹은 97%의 필연을 예감하며.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 역시 질문을 던져본다.


나의 연애는 몇 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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