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나는 있었다)
오늘은 오래 묵혀둔 내 삶의 종결편입니다.
타국에서 여러 역할을 겪으며 살아온 나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와 다짐입니다.
내일부터는 방랑자의 세계인 사랑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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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조용했다기보다
점점 작아지는 쪽을 선택했지.
말을 줄이면
마찰도 줄어든다고 믿었으니까.
타국에서.
입을 열면 설명해야 했고,
설명하면 이해받지 못했으니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가장 덜 다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너는
괜찮은 척을 배웠고
그 말이 입에 붙었다.
정작 괜찮은 날은 없었는데.
웃기게도
참으면 언젠가 누가 알아줄 거라
어렴풋이 기대했지만
세상은 참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지나간 사람으로
정리할 뿐이다.
몸만이
말하지 않은 것들을 기억했다.
허리와 위장과 어깨에
조용히 적어두었다.
네가 하지 않은 말을
몸이 대신 말했다.
도망치지 않은 건
용기 때문이 아니라
갈 방향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애매한 자리에
오래 서 있었다.
그러다 이제 와서 글을 쓴다.
일흔이 되어서야
평생을 감내해 온 시간이
문장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니 아무도 읽어주지 않던 나야,
너는 실패한 게 아니다.
다만 너무 오래
침묵 쪽으로 성실했을 뿐이다.
이제는 잘 살려고 애쓰지 않겠다.
그건 이미 충분히 해봤으니까.
대신 조금 웃기게라도,
조금 늦게라도
말해보려 한다.
오늘 한 줄을 쓴다.
그건 글이지만
동시에 그때의 너를
이제야 부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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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말하지 못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세상으로 나가려 한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그곳에서 느낀 웃음과 슬픔,
작은 우연과 깊은 인연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왔다.
타국에서 조용히 서 있던 내가 배운 것처럼,
조금 늦고 조금 어설프더라도,
여행에서 마주친 모든 순간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증거라는 걸,
이제는 부끄럼 없이 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