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이유

일러스트? 세계관?

by 이샤라

시간이 10년도 훨씬 더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네요. 단순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제가 어쩌다 글을 쓰는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오늘은 그 긴 이야기를 잠시 풀어보려 합니다. 이런 식의 개인적인 글은 처음이라 잘 전달될지 모르지만 말이에요.


돌이켜보면 저는 미술이 참 좋았습니다. 물감은 싫어했지만 소묘는 좋아했고, 연필이나 샤프 한 자루 들고 하루종일 멋진 일러스트나 그림을 베껴그리는것을 좋아했어요. 학생시절에는 과학시간을 제외하고는 공부 하는 것을 싫어해서 뒷자리에 앉아 하루종일 그림만 그렸던 것 같구요. 거의 빽빽하게 노트 한권을 채워갈 정도였어요. 비록 짖궂은 누군가가 노트를 훔쳐가는 바람에 속이 상해서 중간에 그만두면서 학업으로 돌아갔지만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결국 제 발로 찾아가는지, 아니면 알아서 돌아오는건지. 군대에 들어가서도 그림을 하게 될 일이 생기더라구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군 생활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취지로 포상휴가를 건 부대의 프로젝트였지만 계기가 되었는지 너무 열심히해서 포상도 다달이 받고 말이에요. 그렇게 '아, 다시 제대로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전역후에 일러스트 공부를 시작했고, 예쁜 그림을 그리고 싶다에서 잘 그리고 싶다로, 잘 그리고 싶다에서는 무언가 의미있는 그림으로 발전한것 같아요.(물론 여전히 너무 모자라서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올해 기준으로 7년전부터 갑자기 몸이 안좋아졌습니다. 잠은 하루에 두시간도 채 못잘만큼 불면증에 시달렸고, 기운이 점점 빠지면서 피부는 검게 변하더니 암환자분들처럼 머리카락까지 빠지더라구요. 천성이 무뎌서 시간이 흐르면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쉽게 건강이 돌아오진 않았어요. 겨우 20대 중반에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것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제 긍정적인 사고방식도 점점 비관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제가 그림은 놓지 않고 붙잡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때는 그림을 붙잡고 있기보다는 세계관에 좀 더 집착을 했던것 같아요. 아픈 와중에 잠은 잘 못자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걸까요. 그때부터 '그래, 나만의 세계관도 한번 만들어보자'라는 마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것 같습니다. 사실, 생각 자체는 훨씬 예전부터 있었지만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었거든요.


평소에 반지의 제왕이나 듄, 에이리언 시리즈나 눈물을 마시는 새와 같은 판타지 대작 영화와 소설들을 좋아했습니다. 게임으로 넘어가면 다크 소울과 같은 다크 판타지 작품들을 좋아했고, 이제 한국 민속놀이로 완전히 자리잡은 스타크래프트는 좋아하는 범주를 넘어서 소장판과 세계관 소설도 빠짐없이 다 가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좋아했던 작품들로부터 영감을 받으면서 지금의 글이 나오게 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글쓰는 재주가 한참 모자라서 이게 맞나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자신감이 아예 없다는 아니지만 쓰다보면서 느꼈습니다.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 것을요. 그래도 꼴에 욕심이 있어서인지, 해보자 하고 시작한건 안내려놓는 똥고집때문인지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도 어느정도 찾았고, 그림도 다시 준비를 하면서 부지런히 소설 완결을 목표로 지내고 있습니다. 연재하고 있는 '부서진 심장의 노래'는 약 200편에 가까운 에피소드를 담아 낸 다크 판타지 작품입니다. 어제부로 1부가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었는데(중간에 약간의 번복이 있었지만요) 돌이켜보면 좀 더 생각을 많이하고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오히려 뒤로 갈수록 내용은 좀 더 정리가 잘 된고 나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참...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제가 할말인진 모르겠지만 요즘 시대는 책을 읽는 사람들도 없고, 도파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지 이런 류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구요.


내일부터는 부서진 심장의 노래 2부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3부까지 이어질 긴 여정이지만, 쓴소리도 좋으니 소설에 대한 피드백이나 감상평을 남겨주시면 제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글을 그리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열심히 끝까지 완주해 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작가의 이전글거인이 잠든 땅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