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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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푸치니 오페라 콘서트가 많다. 여름에는 게오르규가 나오는 토스카를 보았다. 기사화되어 유명해졌던 게오르규의 공연장 난입을 직접 눈으로 보았던 잊을 수 없는 공연의 기억이 강렬하기도 했지만, 감정묘사가 풍부한 토스카의 아리아가 좋아서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 아리아도 듣고 싶었는데 마침 지인으로부터 할인티켓 연략을 받았다. 토스카와 나비부인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임세경 성악가가 나온다면 이 콘서트는 꼭 봐야만 한다며 신청했다. 결론적으로 나 자신을 칭찬한다.
콘서트 오페라는 정치철님의 해설로 시작이 되었다. 라보엠의 경우, 뮤지컬 렌트를 통해 약간의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도움이 되었고 투란도트는 본 적이 없는데, 서사가 재미있어서 귀를 쫑긋하며 집중해서 들었다. 성우의 음성보다 더 부드럽고 우아한 목소리고 막힘없이 풀어주시는 해설 덕분에 공연이 더 알찼다. 잘 모르는 분야는 해설이 있는 콘서트를 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푸치니의 라보엠을 현대화한 뮤지컬 렌트를 떠올리며 로돌프와 미미, 마르첼로와 뮤제타 커플의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과 온도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마지막 비극에 이르는 결말까지 보지는 못해서 라보엠이 가진 슬픔에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뮤지컬 배우로도 유명한 김순영 성악가와 '영웅'과 '웃는 남자'에서 만났던 양준모 성악강의 열창을 듣는 일은 즐거웠다.
지난여름, 오페라도 뮤지컬 못지않게 재미있다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했던 토스카. 임세경 성악가의 시원한 성량에 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해서 나도 모르게 물개 박수를 쳤다. 1층 6열에서 지켜본 임세경 성악가의 카리스마와 연기, 거기에 능숙한 여유는 관객들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었다. 밀당의 고수. 작품 전체를 감상했음에도 대표적인 아리아만 기억하고 있어서 들은 기억도 나지 않는 '테 데움'은 웅장하고도 황홀해서 다른 곡보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연주 속에서 막힘없이 뻗어나가는 임세경 성악가의 소리가 콘서트홀을 가득 채우니, 듣는 관객조차 이유 모르게 부풀며 차올랐다.
처음 경험한 투란도트는 서사가 재미있었다.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이 극대화한 작품이라고 하더니 허황된 줄거리가 딱 그랬다. 전설이나 동화에서 있을 법한 환상 혹은 신화를 오페라로 만들었나 보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우리에게 서사는 엉뚱할 수 있어도, 아리아가 멋지다는 평가에 한 번은 보고 싶었는데 임세경, 김순영 소프라노와 정호윤 테너의 아리아를 들으니 더 궁금해졌다. 연말에 투란도트 관련 공연이 많을 텐데 한 번쯤 챙겨봐야겠다. 대표 곡인 네순도르마만 들어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니까.
클래식 공연을 가면 반응하는 눈물글썽과 손목 시큰거림의 감동까지는 아니었지만, 성악가들의 다양한 감성을 만날 수 있었다. 열정적인 지휘자의 감성이 스민 오케스트라 연주, 거기에 합창단의 웅장함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콘서트이기도 했다. 푸치니의 오페라 중에서는 토스카만 영접했던 경험이 부족하단 느낌에 라보엠과 투란도트도 가까운 시일 내 만나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대중가요 콘서트도 좋고 뮤지컬도 좋지만 오페라에도 심도 있는 관심을 가져야겠단 결심을 마음에 품었다. 올 연말, 뮤지컬과 콘서트로 바쁘기는 하지만, 오페라에 대한 관심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