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전 1승 1패
전화를 받았을 땐 무척이나 기뻐 방방 뛰었었더랬다.
생애 첫 직장 인터뷰인데, 그것도 미국이라니.
처한 상황이 비록 썩 좋진 않았지만,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로 다음날 인터뷰 시간을 잡고 나간 곳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부촌 옆에 위치한 나름 잘 나가던 곳이었다.
쭈뼛거리며 일하고 있던 파트너 하나를 붙잡고 되도 않는 영어로 매니저 보러 왔다 하니까 잠깐 기다리면 불러 주겠다며 기다리라 했다.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렸더니 백인의 여자가 파일 더미를 하나 들고 오더니 인사를 건넸다.
인터뷰 매뉴얼도 따로 있는 것인지 여자는 파일을 펼치고 내 신상에서부터 직장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질문했다.
첫 영어 인터뷰에 내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두근거렸지만, 최대한 차근차근 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래서 첫 인터뷰는 어땠냐고?
대차게 말아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최소한 인터넷에서 면접요령이라던가 예상 질문지가 있는지 검색해 보고 약속을 잡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미안하지만 너도 좋은 사람인데 더 적합한 사람을 뽑기로 했다면서 에두르지 않아도 응, 너 안 뽑을래. 하는 말을 듣고 실망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나름 아, 떨어지겠구나 하고 느끼고는 있었다.
인터뷰 질문의 2/3 정도를 이해를 못 했었거든.
나름 추론해서 대답한다고는 했지만, 나중에 찾아본 예상 질문을 보니 떨어질 만 하긴 했더라.
미리 생각하고 가지 않으면 쉽게 나오지 않은 질문들만 빼곡하더라고.
예를 들면, 만약 다른 파트너와 문제가 생기면 어떡할 것이냐라던가 가게 손님이 난동을 부리면 어떻게 대처할지 등에 대해 질문이 매뉴얼화되어 있더라고.
그걸 하나도 숙지 못하고 갔는데 당연히 떨어지겠지.
나름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러고 하루 지났으려나?
다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봤더니 다른 스타벅스 매니저라고 하고 인터뷰하러 오라길래 알았다 하고 일주일 뒤로 날을 잡았다.
당시 나는 해고된 신랑 회사의 본사로부터 지원해 준 가족들과 위로(?) 여행 중이었던지라 바로 응할 수가 없었다.
(지금에서야 털어놓고 얘기지만, 당시 신랑이 자기 부하가 하는 말을 사장이 안 들어주고 부당 대우 하니 열받아서 난리 피우고 해고된 거라 본사에서도 충분히 이해하며 퇴직금 없는 미국에서 얼마 정도 퇴직금도 쥐어주고 여행도 보내주게 도와주었었다.)
여기서 스타벅스의 인력채용 시스템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일단 스타벅스는 독자적인 인쿠르트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구직자의 주변 우편번호를 기초로 반경 얼마 이내 자리가 있는지 어느 지점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한번 이력서를 등록해 놓으면 구직자가 직접 가게를 지정해서 지원할 수도 있고 지원한 지원서를 가게 매니저가 보고 연락해 올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내가 일을 구하고 다녔을 당시만 해도 대기업 이외 소규모의 가게들에서는 직접 이력서 들고 발품 팔았어야 했다.
아니면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 올려서 하나하나 돌리던지.
어찌 되었든 여행 중간중간 인터뷰 매뉴얼을 프린트까지 해서 마르고 닳도록 외우고 외워 인터뷰 장소로 갔다.
나는 진짜 일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고 지난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이 기회를 꼭 붙잡아야만 했기에 한인 가게들이 많은 지역에 위치한 스타벅스 중 하나로 들어갔다.
전화했던 매니저는 놀랍지 않게도 한인 1.5세였다.
자신은 어렸을 때와서 영어는 하지만 한국말은 알아듣기만 좀 알아듣고 거의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한국인 매니저는 미국 와서 처음 보았기에 무척 신기했었다.
내 이력서를 뒤적이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내 제과 경력을 보더니 굉장히 대단한 이력이라면서 좋아했다.
내가 학부 때도 복수 전공으로 호텔 경영도 했고 나름 대학원도 수료해서 석사학위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거 다 떠나서 코르동 블루에서 수료증 받은 것을 보더니 이야! 이거 진짜 좋은데? 그랬다. 정말로!
경력을 본 뒤에 본격적인 매뉴얼 인터뷰를 하겠구나……하고 잔뜩 졸아있었는데,
어라?
안 물어본다.
물어본 거라고는 아이가 어린데 어떡할 거냐, 오프닝 근무 할 수 있냐, 우리 아직 가게 만드는 중이라서 가게가 없다.
뭐 이런 질문만 해서 잔뜩 준비해 간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아마, 내가 신랑이 실직을 해서 로스쿨 간다 그래 내가 일해야 한다 하니, 같은 한국인으로서 도와주고 싶어서였을까?
모르는 사이 그대로 채용되어 있었다.
다음번에 서류에 사인해야 하니 그린카드(영주권)랑 소셜 번호랑 들고 오라고 하더라.
(근데 사실 한국인들이 일 제일 열심히 잘한다. 아마 매니저도 할 수 있다면 많이 쓰고 싶어 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나보고 영어로 대화하는 게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말하는 거 잘 알아듣고 이해하는 것 같으니 문제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미국에서 살면서 많인 한인분들이 하시는 말 중에 하나가
”어머, 나 스타벅스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영어가 무서워서. “
라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 난 영어, 중학교 때 이미 포기했었다.
영어 단어나 문법 외우기가 어찌나 싫던지.
내가 알고 있는 건 거의 기초나 기본 단어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발음이나 듣기는 사실 초등학교 때 조기 교육 덕에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었고, 드라마나 영화 좋아하는 게 있으면 자막 틀어놓고 몇 번씩 돌려가며 되풀이 봐 온 덕을 보았다.
나머지는?
나머지는 눈치 싸움이었다.
상대방의 억양, 몸짓, 눈빛, 표정을 통해 체득한 생활의 달인 편을 찍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기회만에 스타벅스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