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미국 스타벅스 생존기(3)

3. 대환장 파티-트레이닝

by Moonfeel

한국 스타벅스는 매장에 배치되기 전 트레이닝 센터에서 트레이닝 이수를 받고 실전에 투입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 것 같다.

실제 매장과 똑같은 주방을 갖춘 트레이닝 센터에서 체계별로 익숙해질 때까지 40시간 이던가? 교육을 시켜준다는 글을 어디선가에서 본 것 같은데, 그럼 미국은?

일단, 땅덩이 넓은 미국에서 따로 트레이닝 센터??

그딴 게 있을 리가……


1호점 있는 시애틀엔 있으려나?

대답은 No가 정답일 듯.

그리고 위에서 그런 거에 투자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스타벅스의 훌륭한 점은 모든 걸 매뉴얼화시켜서 시퀀스 그대로 따라 하면 모두가 다 따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이걸 이용한 정기적인 직원교육도 시키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요즘은 태블릿으로 간편하게 업데이트를 통한 교육을 시키고, 또 꼭 받아야 하도록 체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교육도 당연히 시간으로 포함시켜서 계산해 준다.

이런 칼 같은 점이 미국 스럽달까.


당연 연장 수당, 업무 외 수당, 다른 가게로 물건 픽업하러 갈 때 받는 기름값 청구하면 계산해서 다 챙겨준다.

그런 점이 한국의 두루뭉술한 지급보다는 훨씬 투명해서 좋았다.

그리고 만약 이 점을 악용해 부당수당을 받았다?

얄짤없이 바로 해고 날아간다.

참고로 스토어 매니저(SM)의 경우는 더 빡빡하게 해고 사유로 통보받는 경우가 많다.


암튼.

매장 구석에서 일단 동영상으로 열심히 위생 관리부터 기기 사용, 손님 응대를 두 시간씩 교육받고 나면, 플로어에서 레지스터, 푸드섹션, 드라이브스루 그리고 마지막으로 콜드바와 핫 바로 교육이 진행된다.

매니저가 직접 교육을 하는 게 맞지만, 때에 따라선 담당 시프트 슈퍼바이저에게 맡겨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날 뽑아주었던 한인 매니저가 바로 그 케이스였는데, 아침에 가장 바쁜 시간이 지나고 교육할 때면 시프트에게 트레이너 주면서 교육하라고 넘겨준다.

물론 새로 들어올 파트너의 경우는 문제가 되진 않지만, 그게 시프트 슈퍼바이저 교육에 시프트를 붙여 놓으면 그건 좀……후덜덜해지는 결과가 나오니 별로 추천은 안 하고 싶다.

내 경우는 아무래도 같은 한국인이기도 하고 매장이 오픈을 안 해서 그런지 교육 때마다 옆에서 매니저가 붙어서 교육을 시켜주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플로어 별로 교육을 받긴 했는데 체감상 바의 경우는 정말 정말 짧게 딱 20분 만에 교육을 끝내버리더라.

나 보고는 이건 나중에 일하면서 익히면 되니까 기본적인 것만 시켜주고 레지스터에서 메뉴 주문받는 것만 힘들게 시켰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날 레지스터 시키려고 그랬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새 가게 오픈 예정일이 대략 8월 말이었는데, 내가 일하게 된 시점은 4월.

무려 4개월 동안 다른 가게에서 거의 트레이너 아닌 트레이너로 가게 돌아다니면서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바에 날 세우는 게 아닌 제일 만만한 레지스터만 뺑뺑이 돌면서 레지스터 사용법만 주야장천 익혀야만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4개월 동안에도 수많은 레지스터 메뉴들 숙지가 다 안 되더라.

워낙 스타벅스의 경우는 커스터마이즈가 많아서 메뉴별, 종류별, 시럽별, 샷별, 얼음별, 온도별 별의별 옵션이 너무 많아서 간단한 게 아니면 헤매고 묻기 일쑤였다.


그리고 일상영어랑 달리 나와서 일을 해야 하다 보니, 그동안 듣도보도 못한 영단어들이 한꺼번에 쓰나미 밀려오듯 밀려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엔 항상 물음표를 매달고 다니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쌩긋 웃는 거 정도?

그냥 대충 고개 끄덕이다 눈치로 이거 이거 끼워 맞추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새 단어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귀에 들어와 익기는 익는데, 스펠은 모르겠더라고.

대충 아하! 그거? 이거였지? 하는 정도다.

진짜 영어를 늘리고 싶다면, 일하기보다는 지역 커뮤니티 대학이라도 가서 거기서 공부하면서 배우는 편이 훨씬 영어가 늘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도 같이 일하게 된 파트너들이 나쁜 애들이 아니고 이해 많이 해줘서 내가 먼저 나 영어 잘 못 알아들어 그러는데 천천히 해줘, 라든가 다시 한번 말해줘. 해주면 친절히 다시 설명해 준다.

그래도 세 번 이상은 내가 미안하니까 안 물었지만.


기본적인 12시간 트레이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가게에 배치가 되어야 하는데, 뭐라고?

가게가 아직 오픈을 안 했다.

그때 나는 바보같이 착각했었던 게 우리 집 근처 15분 거리에 있는 새로 건물 올리는 곳이 내가 일할 매장이라고 생각하고 무척 좋아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30분에서 35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매장이었다.

한국에서야 차로 그 정도 거리면 얼마 안 머네? 할지도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차로 30분?

시속 80킬로로 달려서 30분이다.

절대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내버스?

그딴 거 없음이다.

차가 없으면 가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간혹 보이긴 하던데, 새벽이나 늦은 밤엔 정말 비추다.

일단 이곳은 가로등이 잘 없다.

커다란 대로 쪽이야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한적한 길로 들어선다?

머리에 라이트 키지 않는 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캄캄대로가 따로 없다.

사고 나니까 되도록 밤에는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사용 금지.

임시로 가서 일하라고 한 매장은 한국으로 치면 XX구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가야만 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자동차로 50분 걸리는 곳에.

그런데 내가 오프닝 시프트라 아침 일찍 나가야 했다.

코로나 이전의 스타벅스는 아침 5시에 매장오픈을 한다.

그리고 오프닝조는 오픈 30분 전에 출근해야 해서 새벽 4시 30분 출근.

나는?

50분 걸리니까 집에서 적어도 1시간 30분 전에는 출근해야 하니 기상 시간은 대략 새벽 3시.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저걸 버텼나 싶다.

난 절대로 아침 일찍 못 일어나고 항상 새벽 늦게 잠이 드는 전형적인 올빼미족인데 새벽 3시 기상.

그래도 엄마는 위대하다 하지 않던가.

내 어깨에 먹여 살릴 입이 올려져 있다 생각하니까 번쩍번쩍 일어나지긴 하더라.

내 살 깎아 먹기이긴 했지만.


이래저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도파민이 제대로 뿜어져 나올 때였던 데다,

나이도 30대 중반(?)이라 젊었어서 그런가,

정신없이 휘몰아쳐서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한 번은 매장에 트레이닝받은 애들이 넘쳐나다 보니, 나에게는 매장 안쪽에 위치한 직원들 휴식처 겸 창고 청소를 시키더라.

먼지떨이개 하나 주고는.

냉장고 위랑 아래 통풍구 사이사이 모두 청소해 달라 하기에 특유 한국인 아줌마 센서가 작동해 정말 열심히 닦고 털고 쓸어줬더니 매니저랑 부매니저가 뭐라 속닥속닥하다 내게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스타벅스 파트너 카드

그때 받았던 건 어디다 팔아먹은 건지 보이진 않지만 이런 식의 파트너 카드로 고마움을 파트너들끼리 주고받을 때 뒷면에 메시지를 적어 건네는 용도로 사용한다.


대략 내용은 너어어어어무 열심히 청소해 주고 도와줘서 고맙다는 내용.

이제껏 한 번도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랬던가 무척이나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뭐든, 처음이 가장 감동적인 것 아니겠는가.

자랑은 아니지만, 네가 너무 일을 잘해서 자기네 매장에서 쭉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듣긴 했다.

일종의 립서비스일지도 모르겠지만…….

덕분에 나는 14시간짜리 트레이닝을 가게마다 돌아다니면서 알게 모르게 장장 4개월을 트레이닝받으며 대환장파티를 열게 되었던 것이다.


여담으로 그때까지 차가 1대밖에 없어서 주 3일 정도 신랑 차 타고 새벽에 나갔다가 들어오길 며칠, 정말 도저히 안 되겠어서 차를 한 대 더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중고지만 한 7천 불?이었나?

5년 미만 5만 마일 이하짜리 소형차로 하나 샀는데 여태까지 잘 굴러는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