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마음속에 품었던 꿈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꿈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어른들이 종종 묻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도 늘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되고 싶은 것이 하나가 아니라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우주비행사, 셰프, 심리상담사, 영화감독까지.
어린 나에게 세상은 너무 넓었고, 그 안에는 해보고 싶은 일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그렇게 많았던 아이였으니, 가보고 싶은 곳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엄마는 내게 한 권의 여행책을 선물해 주었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매력적인지 미리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유였다.
그 책은 나에게 판타지 소설과도 같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황홀한 풍경들이 펼쳐졌고, 이름도 생소한 도시들이 지도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드라큘라가 살았다는 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니, 소공녀가 살던 옥탑방들이 골목에 가득 펼쳐져 있다니!
더 이상 그런 풍경이 내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임을 자각한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직접 가볼 수도 있는 곳들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그이후 책에서 마음에 드는 도시를 발견하면 사진을 오려 따로 모아 두었다. 프라하의 붉은 지붕들, 파리의 오래된 골목길, 폴란드의 화려한 축제 풍경들. ‘어른이 되면 꼭 가봐야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작은 스크랩북을 만들어 갔다.
그때의 나에게 그 스크랩북은 미래의 지도와도 같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은 어른이 되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고, 동시에 앞으로의 시간을 기대하며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2년 전 어느 날, 집 인테리어 공사를 준비하며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그 종이 묶음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두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마치 오래전에 써 두었던 편지를 우연히 다시 읽게 된 기분이랄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그때의 꿈들을 얼마나 이루었을까?
사진을 한 장씩 넘겨 보자 놀라움에 사로잡히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꿈을 이뤄왔던 것이다. 체코 프라하의 까를교를 걸었고, 프랑스의 거리들을 천천히 걸어 다녔다. 과거의 내가 종이를 오려 붙이며 상상하던 장면들이, 어느새 내 삶의 기억이자 기록이 되어 있었다.
체코와 프랑스에서 내가 이루게 된 작은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