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고사성어

'일석이조'에서 '일석다조'로

by 김영수

시사 고사성어


일석이조(一石二鳥)에서 일석다조(一石多鳥)로


‘돌멩이 하나로 새 두 마리’라는 뜻의 ‘일석이조’는 우리 일상에서 많이 쓰는 사자성어이다. 우리 속담에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와 ‘마당 쓸고 돈 줍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일석이조’는 영어 속담의 ‘To kill two birds with one stone’을 한자로 옮긴 것이다. 같은 뜻의 중국 성어로는 ‘일거양득(一擧兩得)’, ‘일전쌍조(一箭雙鵰)’가 있다. ‘일거양득’은 《전국책》(<진책秦策> 2)이 그 출처이고, 화살 하나로 수리 두 마리를 잡는다‘는 ‘일전쌍조’의 출처는 《북사(北史)》(<장손성전長孫晟傳>)라는 역사서이다. 간혹 더 많은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일석삼조’를 쓰기도 한다. 먼저 《전국책》에 나오는 관련한 역사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전국시대 중산국(中山國)의 상국 사마희(司馬熹)는 국왕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왕이 총애하는 음간(陰簡)이란 여자가 사마희를 아주 미워했다. 음간은 늘 베갯머리에서 사마희를 헐뜯었다. 왕이 그 말을 믿는 날에는 큰 일이 날 판이었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왕이 아끼는 여자에게 잘못 보여 죽음을 당하거나 쫓겨난 예들이 무수히 많았기 때문이다. 사마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중산국에는 전간(田簡)이란 지혜로운 자가 있었는데, 사마희가 이런 곤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슬며시 이렇게 저렇게 하라며 대책을 알려 주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이웃 조(趙)나라에서 사신이 왔다. 조나라는 전국칠웅(戰國七雄)의 하나였기 때문에 약소국인 중산국이 대접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나라였다. 상국인 사마희는 거의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사신에게 붙어 다니며 접대했다. 연회 석상에서 사마희는 사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물었다.


“듣자 하니 조나라에는 음악에 능숙한 미녀가 많다던데, 우리 중산국에도 보기만 해도 놀라 자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있지요. 우리 왕께서 총애하시는 음간이란 여인인데 마치 선녀와 같답니다. ⋯ ”


《전국책》 <중산책(中山策)>에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 용모와 자태가 실로 절세가인이라 할 수 있죠. 눈・코・피부・눈썹・머리 모양이 실로 제왕의 황후감이지 결코 제후의 첩은 아니지요.”


이 얘길 들은 조나라 왕은 아니나 다를까 직접 보지도 못했지만 이미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사신을 중산국으로 파견해 음간을 조나라 왕에게 달라고 했다. 사마희의 책략이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조나라 왕의 요구대로 음간을 바친다면 사마희는 곤경에서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다. 여기까지가 전간이 가르쳐 준 ‘첫 단계’였다.

그러나 중산국 왕은 승낙하지 않았다. 신하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국 조나라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중산국은 곤경에 처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중산국 왕은 속수무책이었다.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은 사람은 사마희 한 사람 뿐이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사마희는 ‘제2 단계’를 실천에 옮겼다. 사마희는 틈을 타 국왕에게 이렇게 대책을 올렸다.


“저에게 조나라 왕의 청도 거절하고 우리나라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사옵니다만.”

“뭐요? 그런 기막힌 대책이 있단 말이오?”

“이참에 음간을 아예 정식 왕후로 봉하십시오. 그러면 청을 거절해도 조나라가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밖에 다른 뾰족한 방법은 없을 것 같사옵니다만.”


이렇게 해서 중산국은 위기를 모면했고, 음간을 왕후로 앉히는데 힘을 다한 사마희는 더 이상 음간의 미움을 받지 않게 되었다.

전간의 꾀로 사마희는 곤경에서 빠져 나왔고, 음간을 왕후로 세움으로써 더 이상 음간에게 미움을 받지 않게 되었으며, 조나라의 요구를 적절히 거절하여 중산국의 체면을 살렸으니 정말이지 빈틈없는 ‘일석삼조’의 모략이었다.


2025년 10월 29일 경주 APEC을 앞두고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회담의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로서는 ‘일석이조’가 아니라 돌 하나로 여러 마리의 새를 잡은 ‘일석다조’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얻은 새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첫째, 협상타결이다. 미국의 일방적 압박과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이 타결된 것 자체가 우리가 잡은 첫 번째 새라고 할 것이다.

둘째, 핵연료로 추진되는 잠수함 건조라는 깜짝 놀랄 만한 엄청나게 큰 새를 잡았다.

셋째, 핵연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 재처리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따라온 세 번째 새였다.

넷째, 당연히 한·미 군사공조가 강화되었다.

다섯째, 북한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하나를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섯째, 자주국방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일곱째, 핵 재처리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여덟째, 이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아홉째, 우리 무기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높아져 더 많은 수출이 기대된다.


세계정세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업계의 판도도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이제 과거의 낡은 무조건 경쟁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윈윈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함께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함께 방한하여 이런 세계적 추세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제 국가 간 외교는 물론 기업경영은 ‘일석이조’에서 ‘일석다조’로 그 방향을 하루 빨리 바꾸어야 한다. 한미정상회담이 그것을 잘 보여주었다. APEC도 ‘일석다조’의 성과를 거두고 훌륭하게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한미정상회담(2025.10.29).jpeg

사진. 우리 잠수함을 배경으로 한 한미 두 정상의 모습.


참고 유튜브 채널: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https://youtube.com/channel/UCInT6bpyw9W5NdsDZMIBkzQ?si=Trg1wALMfPCLlm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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