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덩이가 된 언간들
암덩이가 된 언간(言奸)들
‘진화타겁(趁火打劫)’에서 ‘방화타겁(放火打劫)’으로
우리 사회에 간신현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계의 간신’, 글쓴이가 《간신론》이란 책에서 ‘언간’으로 분류하고 정의한 이 자들의 짓거리가 도를 넘어 나라를 좀 먹고 있다. 필자는 《간신론》을 비롯하여 《간신전》과 《간신학》까지 ‘간신 3부작’을 출간한 뒤로도 언론계 간신‘언간’들의 수법을 여러 경로로 글로써 고발하기도 했다. 이번에 이를 바탕으로 언간들의 수법을 좀 더 상세히 정리하여 현재 우리 언론의 심각한 병폐를 좀 더 고발하고자 한다.
역사상 수많은 간신들은 그 수만큼이나 실로 다양한 수법을 창조(?)해냈다. 이 수법들은 이후 간신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정착했고, 지금도 여전히 이런 수법을 한껏 이용하여 나쁜 목적을 달성한다. 간신들의 공통된 특징들을 큰 범위로 분류하여 비슷한 성격의 수법들을 한 곳에 넣을 수 있는데, 그 중 한 범주로 ‘틈타기’라는 것이 있다.
역대 간신은 예외 없이 상대가 곤경에 처한 ‘틈을 타서’ 상대를 치거나 바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일가견을 가진 자들이다. 이를 모략에서는 ‘진화타겁’이란 네 글자로 요약한다. ‘불난 틈에 물건 따위를 훔친다’는 뜻이다. 화재가 발생하여 혼란스럽고 이것저것 돌볼 수 없는 상황을 틈 타 무엇인가를 훔친다는 것이다.
‘진화타겁’은 모략가들에 의해 흔히 전투에서 기회를 선택할 때 활용하는 모략으로 받아들여졌다.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에서는 “혼란스러울 때 취하라”라고 했고, 《십이가주손자(十二家注孫子)》에서 두목(杜牧)은 한결 명확하게 “적에 혼란이 생기면 놓치지 말고 (원하는 것을) 취해라”라고 했다. 모두 적의 위기를 틈 타 승리를 거두라는 뜻이다. 한편 《36계》에서 ‘진화타겁’은 <승전계> 다섯 번째에 배열되어 있다.
전략의 전체적인 국면으로 볼 때 상대에게 위기상황이 초래되는 원인은 일반적으로 내우(內憂)와 외환(外患) 두 방면이다. 내우로 초래되는 위기는 자연재해로 조성되는 경제적 곤란이나 민심이 도탄에 빠지는 것 등과 같은 것이 있다. 또는 간신이 정권을 휘둘러 국가의 기강이 어지러워지거나, 내란이 일어나는 등등을 말하기도 한다. 외환은 적의 침입이다. 봉건 체제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상대를 아우르기 위한 전쟁에서 활용되는 일부 모략들은 적에게 내우가 발생하면 출병하여 그 토지를 점령하고, 외환이 발생하면 민중 또는 재물을 탈취할 것이며, 내우외환이 함께 겹치면 그 나라를 집어삼키라고 주장한다. 이것들이 모두 ‘진화타겁’의 구체적 운용이다.
춘추시대 월왕 구천은 오나라에 패배한 다음 와신상담(臥薪嘗膽), “10년간 인구를 늘리고 10년간 백성을 가르치고 군사를 훈련시켜” 몰래 오나라 정벌을 준비했다. 기원전 484년 오나라의 명장 오자서(伍子胥)가 간신 백비(伯嚭)의 모함으로 죽음을 당했다. 기원전 482년 오나라 왕 부차는 오나라의 전체 병력을 이끌고 북상해서 중원의 여러 제후들과 지금의 하남성 봉구현(封丘縣) 서남쪽의 황지(黃池)에서 회맹했다. 국내에는 늙고 약한 잔병들만 남아 있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기원전 478년, 오나라에 큰 가뭄이 들어 논 게들과 벼들이 모두 말라죽고 나라의 식량 창고는 텅 비고 말았다. 월왕 구천은 이 틈을 타 대거 오나라를 공격하여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진화타겁’은 일종의 모략으로, ‘남의 위기에 편승하여’,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부도덕한 면이 있어 정상적인 인간관계 내지 국가・사회단체간의 관계에서는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쌍방이 이익이란 점에서 근본적으로 영원히 조화할 수 없는 모순에 놓여 있을 때는 확실히 활용한 예가 적지 않다. 특히 간신들은 언제든지 ‘진화타겁’ 수법을 사용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간신들과 생사를 건 투쟁을 벌이고 있을 때는 내 쪽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진화타겁’ 역시 그 중 하나인데, 대개는 ‘이간책’을 비롯한 다른 수법들을 함께 구사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단,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며칠 사이 우리 사회를 달군 기사가 둘 있었다. 하나는 재벌가 자식의 대학입시 성적에 관한 낯 뜨거운 미담일색(?)의 기사들이었고, 또 하나는 30년 전 학폭의 가해자였던 유명한 영화배우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었다. 둘 다 언간들의 노골적인 ‘관음증(觀淫症, voyeurism)’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들이었다. 그런데 언간들의 이런 짓거리가 종래 ‘불난 틈에 물건 따위를 훔치는’ ‘진화타겁’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했다.
종래에는 어떤 사건이 터지면, 즉 불이 나면 그 틈에 그 사건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 클릭 장사를 하고, 나아가 자신들에게 불리는 중요한 사건을 덮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두 사례에서 보다시피 최근에 와서는 심지어 ‘불법으로 불씨를 훔쳐다 불을 지르고’, 이어 다른 기레기 언간들이 그 불에다 기름을 끼얹는 식으로 일을 말도 안 되게 키워 다른 이슈를 덮고 클릭 장사를 하는 사악한 방향으로 악성 진화하고 있다.
‘진화타겁’은 남이 지른 불을 틈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짓거리는 대놓고 자기들이 불을 지르고 그 불에다 마구 기름을 부어 활활 타오르게 한 다음 불순한 의도와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간’들에 대한 주의와 경계 및 단호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진화타겁’이란 사자성어를 빌려 이 짓거리를 표현하자면 ‘방화타겁’이라 하겠다. 기레기 언간들이 급기야 스스로 불을 지르는 방화범들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2025년 12월 8일)
도면. ‘진화타겁’은 군사 방면의 책략이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정치 방면의 간신들이 써먹는 트레이드 마크 같은 것이 되었다. ‘진화타겁’을 나타낸 만화이다.
참고 유튜브 영상
1. 36계: 제5계 진화타겁(趁火打劫) 불난 틈을 타서 공격하고 빼앗다(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