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
시사고사성어時事故事成語
거두절미(去頭截尾)
앞뒤를 멋대로 잘라 원래 의미를 왜곡하고 바꾸다
“올바른 정보 사용: 우리는 취재 활동 중에 취득한 정보를 보도의 목적에만 사용한다.”(‘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제4항)
‘복붙’이 일상화된 ‘언간’
앞서 왜곡조작 항목에서 우리는 저질 사이비 언론, 기레기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우리 언론이 여론 왜곡을 위해 써먹는 수법이 정말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수법은 역사상 간신들이 구사한 수법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이런 점 때문에 필자는 우리 사회의 나쁜 언론들을 ‘언간(言奸)’으로 규정했다. 이제 소개하는 ‘거두절미’는 어론계의 간신 ‘언간’들이 가장 많이 써먹는 나쁜 수법들 중 하나이다. 언론의 기본정신에 입각한 취재는 내팽개치고 남의 말과 글을 복사해서 붙이는 ‘복붙’에 길들여진 우리 언론의 실상은 이제 어떤 개혁으로도 답이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거두절미’라는 성어에 대해 알아보자.
요약(要約)이 아닌 요설(妖說)에 악용 당하는 ‘거두절미’
‘거두절미’는 ‘머리를 없애고 꼬리를 자르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어떤 일의 요점만 간결하게 말한다는 뜻이지만 자기 멋대로 잘라서 말하는 경우를 지적하기도 한다.
‘거두절미’의 출처는 알 수가 없다. 일본의 대표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에는 우리식 성어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는 ‘거두절미’는 보이지 않고 같은 뜻의 ‘참두거미(斬頭去尾)’가 나온다. ‘머리를 잘라내고 꼬리를 제거한다’로 풀이했다. 그리면서 그 출처를 중국 공산당 초기 지도자인 엽검영(葉劍英, 1897~1986)의 <위대한 전략결전>이란 글로 밝혔다. 이 글의 해당 대목은 이렇다.
“우리 군은 위에서 말한 방침을 집행했기 때문에 화북의 적은 바로 아군에게 ‘참두거미’ 당하여 하나하나 섬멸되었다.”
위 대목은 공산당 군대가 화북 지역 국민당 군대의 앞뒤를 끊어 전후방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만든 다음 각개 격파하여 섬멸한 사실을 전하면서 ‘참두거미’라는 표현을 사용한 글의 일부이다. 엽검영이 말한 ‘참두거미’는 중간 부분만 남기고 앞뒤로 잘랐다는 뜻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거두절미’의 의미들과는 그 뉘앙스가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두절미’가 되었건 ‘참두거미’가 되었건 글자 풀이는 모두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을 자르고 몸통 중간 부분만 남긴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성어를 일상생활이나 어떤 상황에 적용할 때 발생한다. 우리는 대체로 앞뒤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이나 부분을 잘라내고 요점만 간단하게 말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다 최근에는 다른 사람의 글이나 말을 자기 멋대로 잘라내서 자기 입맛에 맞추어 사용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성어의 의미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거두절미’는 타락한 언론 ‘언간’을 대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기레기’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언간’의 질 낮고 나쁜 보도 수법의 하나로 ‘거두절미’가 인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언론은 누군가의 말과 글 중에 핵심이나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진짜 뜻을 왜곡하여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서 이런 수법을 많이 쓴다. 관련한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소개할 수 없다. 검색 사이트에서 ‘언론의 거두절미 사례’ 등으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그 중 하나를 아래에 링크 걸어둔다.)
나쁜 언론은 ‘거두절미’와 함께 그 사람이 한 말이나 문장 중에서 논란이 될 만한 단어나 표현을 엉터리로 해석하여 여론을 더욱 심하게 왜곡하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2022년 4월 당시 야당 국회의원의 말 중에 ‘짤짤이’를 ‘딸딸이’로 알아들은 철딱서니 없는 젊은 정치인의 말만 집중 보도하여 아무 짝에 쓸데없는 논란을 부추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적어도 이 국회의원을 말을 전부 들어보았다면 결코 이렇게 알아들을 수 없고, 당연히 ‘거두절미’한 엉터리 기사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거두절미’는 취재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불량 언론 ‘언간’의 주요 수법이기도 하다. 남이 쓴 기사나 글과 말 등을 카피하면서 앞뒤는 물론 아무 곳이나 잘라 붙이는 수법이 그것이다. 이렇게 몇 번 거치면 원래 기사와는 완전히 다른 기사가 되어 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 말하자면 핵심을 찌르는 요약이 아니라 핵심을 흐리기 위한 요사스러운 글을 만들기 위해 ‘거두절미’를 악용한다. 문제는 ‘언간’의 ‘거두절미’는 마치 머리 나쁜 꿩이 대가리만 땅에 처박고 있는 꼴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라 한다. ‘머리만 감추고 꼬리는 드러내다’는 뜻이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거두절미’하고 남은 ‘몸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잘라낸다고 잘라낸 그 ‘머리’와 ‘꼬리’를 보고 그 ‘몸통’과 맞춘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수준이 ‘언간’을 한참 앞질렀다는 사실을 ‘언간’과 꿩 대가리 같은 간신 부류들만 모르고 있다.
‘언간’의 ‘거두절미’ 기사에 곤욕을 치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지금 언론을 개혁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아니 무의미하다. 이런 쓰레기 같은 언론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언론의 출현이 불가피하다. 시대는 지금 대안이 아닌 대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엉터리 가짜 뉴스나 보도를 일삼는 ‘언간’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한 처벌법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 관련기사: 조선 기자가 내 발언 엿듣고 거두절미 보도(2004년 7월 5일 미디어 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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