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30년째 사는 사람
훌륭한 서평을 소개합니다.
사마천의 책 속에서 30년째 사는 사람, 김영수
-《사마천사기성어대사전》(김영수 지음, 창해 펴냄, 2816쪽)
어떤 사람은 책을 연구한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으며 살아간다. 아주 드물게는 한 권의 책 속으로 들어가 그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김영수 교수에게 사마천(司馬遷, 기원전 145~기원전 90)과 《사기(史記)》가 바로 그런 존재다. 김 교수는 30년 넘는 세월 동안 사마천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사이 중국 역사 현장을 150차례 넘게 발로 밟았다. 사마천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땅을 밟고, 《사기》의 문장에 등장하는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한 문장, 한 성어에 담긴 역사와 인간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냈다.
사마천은 궁형이라는 치욕을 견디면서도 《사기》를 완성했다. 사마천은 “미처 못 다한 말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이 바로 《사기》였다. 사마천은 자신의 고통과 고독, 세상을 향한 질문을 모두 《사기》에 새겨 넣었다. 인간은 왜 살아가며 역사는 무엇을 남기는가. 그의 기록에는 시대와 권력을 넘어서는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김영수 교수의 작업도 그와 닮아 있다. 학자로서의 연구를 넘어 자신의 시간과 삶을 이 작업에 바쳤다. 30년간 사마천과 《사기》를 공부했고, 중국 각지의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과 현실을 대조했다. 심지어 사비를 털어 학회를 만들고 연구를 이어 갔다. 어떤 의미에서는 중국 학자들보다 더 집요하게 사마천을 파고든 셈이다. 그래서 《사마천사기성어대사전》은 단순히 성어를 모은 사전이 아니다. 그것은 사마천의 언어를 통해 인간과 역사를 다시 읽으려는 한 사람의 긴 노력의 기록이다.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지만 그 죽음의 무게는 서로 다르다.” 그의 기록이 2000년을 건너 오늘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그 말에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한 한국 학자가 그 언어들을 한데 모아 다시 세상에 꺼내 놓았다. 《사마천사기성어대사전》은 그래서 단순한 사전이 아니다. 그것은 사마천의 언어와 정신을 오늘로 다시 불러내는 하나의 다리이며, 한 인간의 집념이 시간 위에 남긴 또 하나의 기록이다.
[사마천과 《사기》: 역사와 언어의 거대한 유산]
사마천은 중국 역사학에서 사성(史聖)으로 불린다. 그는 아버지 사마담의 뜻을 이어 태사령의 자리에서 방대한 역사 기록을 정리했고, 마침내 인류 역사서 가운데 가장 위대한 저작 가운데 하나로 평가를 받는 《사기》를 완성했다. 《사기》는 황제 시대부터 한 무제에 이르기까지 약 2000년에 걸친 역사를 담은 통사다. 모두 130권, 약 52만 6500자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사마천은 이 책에서 본기·표·서·세가·열전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서술 체계를 창조했는데, 이것이 이후 중국 역사서의 기본 형식이 된 기전체(紀傳體)이다. 이 때문에 《사기》는 역사 기록을 넘어 중국 역사학의 출발점이자 모든 정사(正史)의 모범으로 평가된다.
학자들은 《사기》의 가치를 흔히 네 가지 말로 설명한다. ‘The First, The Only, The Best, The Great’이다. 먼저 ‘The First’는 최초의 기전체 역사서이자 체계적 통사로서의 역사서이다. 또 저자 서문을 남기고 책의 글자 수까지 밝힌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독보적이다. ‘The Only’는 그 체계와 규모, 역사 인식의 깊이에서 이후 역사서들이 따랐지만 끝내 같은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The Best’는 《사기》가 수천 년 동안 역사서의 기준이자 역사서의 바이블로 불려 온 이유를 설명한다. ‘The Great’는 사마천이라는 한 인간의 위대한 삶과 고통 속에서 탄생한 위대한 역사서를 가리킨다.
《사기》의 가치는 역사 기록에만 있지 않다. 이 책에는 인간과 권력, 성공과 몰락, 의리와 배신, 삶의 의미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 기록을 넘어 인간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래서 성경과 불경, 코란, 논어와 도덕경의 말씀이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듯, 사마천과 《사기》의 언어 또한 인간에게 울림을 주는 정신적 유산으로 평가된다. 수많은 사자성어와 고사, 인생의 지혜가 이 책에서 태어났다. 이러한 점에서 《사기》는 인간과 역사, 언어가 만들어 낸 웅장한 문명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사마천사기성어대사전》: 사마천의 언어를 모은 인류사적 작업]
이처럼 위대한 역사서인 《사기》에는 수많은 성어와 문장이 담겨 있다. 수천 년간 동아시아 사람들은 그 속에서 삶의 지혜와 역사적 통찰을 읽어 왔다. 그러나 이렇게 풍부한 언어를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작업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사마천사기성어대사전》의 가치가 반짝인다. 이 사전은 사마천과 《사기》에 담긴 언어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작업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사전에는 약 1400개의 항목과 2816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기》에 등장하는 성어와 표현들을 단순히 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말이 태어난 역사적 배경과 인물, 사건을 입체적으로 설명했다. 여기서 독자는 한 문장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서로 관련된 성어와 고사를 연결해 보여 주어 《사기》라는 거대한 역사서 속에서 언어와 사건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자료의 풍부함이다. 중국 각지의 역사 현장에서 촬영한 1000장에 이르는 사진, 다양한 지도와 표가 실려 있어 독자가 역사적 공간과 사건을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포함해 주요 역사 유적에 대한 참고 자료도 함께 제시되어 있다. 중국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여기에 편찬자의 해설과 핵심 키워드가 더해져 역사와 언어를 함께 읽는 인문 교양서의 성격도 갖췄다.
책의 말미에는 특별 부록 〈사기를 읽고 쓰고 말하다〉가 실려 있다. 《사기》의 문장과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마천과 《사기》, 그리고 사마천의 고향인 섬서성 한성시에 대한 소개도 담겨 있다. 항목별·인명별·지명별 찾아보기도 구성이 충실해 독자가 필요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마천사기성어대사전》은 단순한 성어 사전을 넘어, 《사기》라는 거대한 역사의 현장에서 태어난 언어와 이야기를 한데 모아 보여 주는 방대한 인문학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언어와 역사 ― 그리고 한중 문화의 다리]
방대한 작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도움과 응원이 있었다. 세종텔레콤 김형진 회장은 출간 인사말에서 “사전의 출간은 역사적으로 한 나라 국력의 척도이기도 했다”라고 말하며, 탄생의 의미를 강조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신과 학문의 수준을 보여 주는 중요한 지표가 바로 사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이 사전이 《사기》에 담긴 사마천의 역사관과 정신 세계, 그리고 격조 높은 언어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라며, 많은 독자가 언어의 격과 삶의 질을 높이기 바란다고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 다이빙 대사도 축사를 통해 사마천의 《사기》가 오랫동안 한중 양국의 지식인과 문화 교류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사전의 출간이 양국의 문화와 정서적 공감대를 확장하고, 한중 우호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은 K팝과 K컬처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대에, 이 사전이 한국 인문학의 수준과 깊이를 보여 주는 중요한 콘텐츠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그리고 이 책이 학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당나라의 사학자 유지기는 사마천을 두고 “그 말은 두루 통하니 깊은 못과 넓은 바다와 같다”라고 했다. 송나라의 학자 정초는 “백 세대가 지나도 사관은 그 법을 바꿀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근대의 사상가 양계초는 사마천을 역사학의 태조라 했고, 노신은 《사기》를 “역사가의 절창이며 운율 없는 시”라고 표현했다. 시대를 이끈 많은 학자가 《사기》를 인류 역사와 문학이 만나는 위대한 기록으로 평가한 것이다.
사마천은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그는 자신의 삶과 고통을 넘어 기록을 남겼고, 그 기록은 2000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한 학자가 그 언어들을 한데 모아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사마천사기성어대사전》은 사마천의 정신과 언어를 오늘의 독자에게 전해 주는 하나의 다리인 셈이다.
[이 책은 누구에게 필요한가]
《사마천사기성어대사전》은 성어 사전의 의미뿐 아니라 사마천의 언어를 통해 인간과 역사,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인문학의 보고이다. 그래서 이 책은 중국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된다. 《사기》에는 정치와 권력의 흥망, 인간의 선택과 운명, 성공과 몰락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이 책은 언어의 힘을 다시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사마천의 문장은 짧지만 깊고, 간결하지만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다. 오늘날 말과 글이 가볍게 소비되는 시대에 이러한 언어를 다시 읽는 일은 삶의 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학생과 연구자는 물론, 역사와 인문학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도 사마천의 깊은 언어와 사유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한 항목씩 읽어도 좋고, 역사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어도 된다. 그렇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사마천의 목소리가 지금 우리의 삶과도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작성자 : 이태종 행복한 논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