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지인논세

치명적인 내부의 적

by 김영수

김영수의 지인논세(知人論世)


내간(内間) - 치명적인 내부의 적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의 하나로 간첩(間諜)을 꼽는다. 구약성서에도 그 흔적을 보인다. 간첩에 관한 최초의 구체적인 기록은 약 2,500년 전의 《손자병법》이다. 손무(孫武)는 이 책 13편의 마지막 <용간편(用奸篇)>에 간첩의 종류와 그 활용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남겼다. 참고로 <용간편>에서 말하는 ‘오간(五間)’을 간략하게 소개해둔다.


향간(鄕間): 그 마을 사람을 간첩으로 만든다.

내간(內間): 상대 내부 사람을 이용하여 간첩 활동을 한다.

반간(反間):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여 간첩으로 만든다.

사간(死間): 죄인을 간첩으로 기용하여 필요할 때 희생시킨다.

생간(生間): 영리하고 강한 자를 간첩으로 삼아 임무를 완수하고 보고하게 한다.


이 다섯 종류 중 가장 치명적인 간첩이 세 번째 ‘내간’이다. ‘내간’은 기본적으로 상대 진영 내부의 사람을 간첩으로 활용할 경우 일컫는 용어이지만, 내 진영 내부의 간첩을 가리키기도 한다. 손무가 분류한 ‘내간’을 포함하여 내부의 간첩을 좀 더 잘게 나눠보면 아래와 같다.


적의 간첩이 자발적(?)으로 거짓 투항 또는 거짓 전향하여 내 진영에 침투한 다음 내 진영을 갈라 치거나 어지럽히는 ‘내간’

적이 공개적으로 투항시켜 보낸 자로 보내 내 진영에 분란을 일으키는 ‘내간’

내 진영의 사람을 적이 매수하여(매수당하여) 내 진영을 갈라 치는 ‘내간’

적이 내 진영에 오래 전에 심어 놓은 ‘간첩’으로 전문용어로 ‘두더지’란 뜻의 ‘mole’이라 부른다.

내 진영 내부의 사람으로 자발적으로 적을 위해 간첩 노릇을 하는 ‘내간’으로 가장 나쁜(안 좋은) 유형이다.

내 진영의 사람으로 무의식 또는 순간의 판단착오로 적을 이롭게 하는 ‘내간’으로, 수적으로 다른 유형의 ‘내간’보다 많다.

영향력 있는 ‘내간’에게 포섭 또는 선동 당한 내 진영 사람들로 엄밀히 ‘내간’이라 할 수 없지만 언제든 ‘내간’으로 진화할 수 있고, 그 수도 상대적으로 많다.


지금 집권 여당 내부를 갈라치기 하는 자들이 누구이며, 어떤 자들인지를 판단하는데 위 일곱 가지 ‘내간’ 종류가 나름 참고가 될 것이다. 내 진영 사람으로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내부 갈라치기에 동참했을 수는 있다. 이 경우는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금세 원상복구가 가능하다.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다섯 번째 유형으로 진화할 때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호된 질책이 해결책이다.

최근 상황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 것이 첫 번째 유형이었다. 마치 전향한 것처럼 온갖 매체를 떠돌며 나발을 불어대다가 중요한 순간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거나 고쳐 쓸 수 없다는 말들을 하나보다.

문득 조지훈 시인이 <지조론>에서 남긴 “그러므로 사람이 철이 들어서 세워 놓은 주체의 자세를 뒤집는 것은 모두 다 넓은 의미의 변절이다”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아무튼 이런 자들에 대한 세세한 분석은 구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대신 프랑스의 정치 사상가 알렉시드 토크빌(1805~1859)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한 민족의 성격을 인식하는 일은 한 사람의 성격을 인식하는 것과 같다”면서 남긴 유명한 말을 인용해둔다. 찬찬히 음미하다보면 그 사람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과거를 추적해야 마땅하며, 어머니 뱃속에 있던 시기도 살펴야 하며, 외부 세계가 그의 아직 밝지 않은 마음의 거울에 비추는 첫 그림자를 관찰해야 하며, 그가 처음으로 목격한 사물을 고려해야 하며, 그의 완강한 성격을 보여주는 최초의 분투를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그의 일생을 지배하고 있는 편견, 습관, 격정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