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마음엔 주름이 없는데

by 할미꽃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나서 결제할 때, 핸드폰을 내밀면 종업원들이 으레껏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본다.

의아하다는 눈치다. 어떤 이는

"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하고 묻기도 한다.

내 나이를 말해 주면 화들짝 놀라는 기색을 한다.

"대단하세요" 라든가, " 멋지세요" , 또는 " 신식이시네요" 한 마디씩 한다.

젊은이들이 핸드폰 결제를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내가 하면 왜 이상하게 생각하는가?

'내 나이가 어때서'

대들듯한 기분으로 마음 속에서만 말한다,

장하다고 하는 말일 터이니 좋게 받아들이지만 , 대단하다는 칭찬 뒤에 숨은 '노인은 못할 것' 이라는 편견이 못내 아쉬웠다.

90을 넘긴 나이라고 하면, 보호자 손에 끌려 다니거나, 유모차를 밀고 다니거나, 그도 못하고 집 안에서 엉금거리기나 하는 노인쯤으로 생각하나 보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 많은 노인들은 어디서나 한쪽 구석에 조용히 있기를 바라는 세상 인심이란 말인가?

비록 겉모습이야 주름진 얼굴에 볼살이 늘어져 볼 품 없이 되었어도 , 마음에는 주름살이 없다. 감정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봄이면 꽃구경도 가고 싶고, 가을이면 단풍놀이도 가고 싶다. 눈이 하얗게 쌓인 창 밖을 내다보면서 추억에 젖어 보기도 한다. 눈사람이 되도록 추운 줄도 모르고 걷던 옛추억이 살아나 다시 그렇게 눈길을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 동네에 새로운 산책길이 생겼다. 노인들이나 장애인까지도 안전하고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이다. 이 길에는 언제나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양상도 가지 각색이다. 두 부부가 손잡고 걷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홀로 걷는 내 모습보다 나도 누군가의 손을 맞잡고 그 길을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다.

나의 주름진 손 끝에는 여전히 따뜻한 온기와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은 간절함이 살아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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