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by 할미꽃

어렸을 때 나는 뜰 안의 병아리 같았다.

주는 것은 잘 받아먹고, 햇볕을 따라 종종걸음 치며 노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조금 더 자라 학교에 가서는,

한눈팔지 않고 공부 잘 해서 좋은 성젹표 보여 드리면 효도인줄 알았다.

또 조금 더 자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자,

주위를 돌아볼 틈도 없이 그 마음 속에 깊이 빠져 지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미 자격 연수’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 어미가 되었다.

아이들을 배고프지 않게 먹이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덮어 주고,

더울 때는 부채질해 주면 되는 줄 알았다.

학비를 대 주고,

성가(成家)까지 시키면

어미로서 할 도리는 다한 것이라 여겼다.

교사로서는 교과서에 있는 것들 잘 가르쳐 주고 ,

다치지 않게 보호해 주고, 아픈 아이 있으면 양호실 보내는 것만으로 선생의 도리를 다 하는 것으로 여겼다.

나는 그렇게 보이는 것만 보며 자랐고,

내 아이들을 키웠고, 남의 아이들을 가르쳤다.


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중하다는 것을.


그때, 내 젊은 날에 이런 것들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따듯한 딸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내 아이들과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의 마음에

좀 더 따뜻한 온기를 심어 줄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모두 어른이 된 그 아이들의 가슴 어딘가에,

혹시라도 나로 인해 남은 시린 자리가 있지는 않을까.

문득, 내 마음이 먼저 시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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