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 요리, 볶음밥을 만들어 보았다.

백종원 레시피, 지친 나를 위해 요리를 시작하다.

by 전태희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매일 아침 지구가 왜 망하지 않았을까 한탄을 하고, 지옥철에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루하고도 정신없는 하루 일과가 끝나고 퇴근을 하면 휑한 집이 나를 반긴다. 마치 혼자 사는 것처럼 묘사되었지만, 참고로 나는 엄마와 산다.



엄마도 직장생활을 시작하시고부터는 주방과의 사이가 소원해지셨다. 자연스레 배달음식이나 즉석식품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힘들고 지친 날에는 위가 뻥 뚫릴 만큼 매운 마라샹궈를 시킨다. 그리곤 캔맥주를 딴다. 치이익.




그러나 건강 상의 문제로 금주를 선언하고는 퇴근 후 저녁시간이 헛헛해졌다. 그러다 문득 집밥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프라이팬을 꺼내 들어 내가 제일 잘하는 18번 요리, 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볶음밥 레시피


양파를 다진다. 갈지 않고 다진다. 잘게 깍둑썰기라고나 할까?고기를 넣으면 좋으련만, 집에 고기가 없다. 그래도 괜찮다! 지난 명절에 선물 받은 스팸이 있으니까:)



스팸도 양파와 같은 크기로 다진다. 잘은 깍둑썰기처럼. 냉장고에서 계란 2개를 꺼내고 냉동실에 얼려둔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그리고 가스불을 켠다.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스팸을 볶는다. 프라이팬 한 편으로 척척 몰아두고 빈 곳에 다시 기름을 두른다. 계란 2개를 깨뜨려 스크램블 해준다. 이렇게 따로 볶아야 중국식 볶음밥처럼 계란이 따로 볶아진다고 했다. 집밥 백종원 선생님께서.



그리고 밥을 넣어 재료들과 함께 볶아준다. 간장 조금, 소금 조금 넣고 볶아준 후 불을 끈다. 화룡정점으로 챔기름을 두르고 그릇에 예쁘게 플레이팅 해준다. 그리곤 마치 셰프처럼 통후추를 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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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






자랑스럽게 엄마에게 내 요리를 선보였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엄마를 쳐다보자, "어, 맛있네. 먹을만하다."라는 감동의 신호탄을 쏜다.



엄마의 김치와 함께 오손도손 옛날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한다. 어린시절 두 자녀를 위해 아침, 저녁, 간식까지 매끼니를 해주시던 엄마의 열정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한다. "직장 다니더니 다 컸네. 엄마 생각도 할 줄 알고."라는 말이 괜시리 울컥해지는 저녁이 됐다.



나를 위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 일인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물론 함께 먹을 가족이나 친구, 또는 애인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코로나로 망가진 일상 때문에 퇴근 후 곧장 집으로 올 수밖에 없는 요즘.



오늘 하루만큼은 퇴근 후 내가 가장 잘하는 18번 요리를 나에게 대접해보는 것이 어떨까?



나의 볶음밥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