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호 Jul 16. 2024

[2024 독후기록 46]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최송목.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최송목, 유노북스, 2024년 2월, 볼륨 323쪽.



人生에 있어 나이 五十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이젠 오십을 넘어 육십이 더 가까운 나이지만, 지속해 오십을 주제로 한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인생 백세시대’라는 말이 있듯, 나이 오십은 인생 後半戰을 시작하는 變曲點입니다.  이제 막 인생의 午後가 시작된 거죠.  운동 경기 좋아하시나요?  축구를 보면 결정력 있는 스트라이커는 선발로 나오지 않고,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구에서도 승부는 대부분 7회 이후에 결정되죠.  그만큼 후반전, 혹은 인생의 오후라는 시간은 중요합니다.  단지 나이 들어 은퇴를 준비하고, 은퇴 후 여생을 즐기는 시기라기 보단,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며 열심히 또다시 살아가야 할 나이임을 강조하십니다.  읽으면서 저도 힘을 내게 되네요.


저자인 최송목 님은 한마디로 어떤 분이라 정의하기엔 많은 직업과 경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강의, 컨설팅, 칼럼니스트, 작가, 교수, 사업가 등 한 가지로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학원만도 각기 다른 분야에 얼추 여덟 군데를 다니셨네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란 말 들어 보셨죠?  손무가 약 2,500여 년 전에 쓴 [손자병법]에서 유래한 말인데요.  정확한 구절은 百戰百勝이 아니라 百戰不殆(불태)입니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게 아니라, ‘불태’, 즉 ‘위태롭게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쟁은 승리를 하더라도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총력전이다 보니 전쟁에선 승리하고도 치명상을 입고 국가가 망해버리는 ‘승자의 저주’를 가끔 보게 되잖아요.  그래서 싸워 이기기보단, 위태롭게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백전불태입니다.


손자병법은 싸움(전쟁)에 대한 기술, 혹은 전략서입니다. 핵심은 딱 두 단어, ‘속임수’와 ‘기습’으로 정리할 수 있고요.  오나라 왕 합려의 눈에 들기 위해 손무가 쓴 전쟁 전략 기획서입니다.  [사기] <손자오기열전>에 나오는 두 명의 궁녀의 목을 벴더니, 궁녀들도 병사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단 고사처럼 실제 實演도 했고요.  오늘날의 의미로 재해석해 본다면 취업 면담 프레젠테이션용 업무 기획서입니다.  全文이 고작 6,109字에 불과합니다.  사마천의 [사기]가 약 526,500여字 임과 비교하면, 1% 남짓 분량입니다.  이런 적은 분량임에도 많은 내용이 담겨있고,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시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古典의 반열에 올려놓아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5部로 되어 있습니다.  1부는 인생 변곡점인 오십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다룬 오십의 변화 읽기, 2부는 흔들리지 않기 위한 오십의 계산과 전략, 3부는 오십의 감정 다루기, 4부는 지혜롭게 다른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오십의 인간관계, 마지막 5부는 오늘과 다른 내일을 위해 갖춰야 할 오십의 태도를 언급합니다.


제가 오십을 주제로 한 동양고전 시리즈物을 몇 권([주역(강기진)], [사기(김영수)], [논어(최종엽)]) 읽었는데요.  읽을 때마다 배울게 많고, 좋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 또한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원문을 인용해 꼭지의 주제를 정하되, 지금 시대를 반영한 현대적 해석과 사례를 제시하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참고문헌에서 보이듯 책뿐 아니라 수많은 기사와 칼럼을 인용하셨는데, 매우 적절한 인용입니다.  좋은 재료를 가져와 저자분만의 레시피와 손맛으로 풍미 가득한 진수성찬을 차려 냈다고나 할까요?


여러 문장 중에서도 저의 눈길을 끈, 몇 구절 맛보기로 옮겨 봅니다.

“변화를 읽기 위해선 세 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입체적 시야를 가진 곤충의 눈,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새의 눈, 물결과 시대 흐름을 파악하는 물고기의 눈.”


“전문가(프로)란 잘하는 것과 더 잘하는 것의 미세한 차이를 아는 사람”(244쪽)


“아마추어의 간단한 기획에는 ‘누락’이 있지만. 프로의 간략한 기획에는 ‘생략’이 있을 뿐이다.  생략 뒤엔 보이지 않는 엄청난 내용의 디테일이 숨어 있다”(287쪽)


“내일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날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새로운 시작점이다.”(295쪽)


“겸손을 나를 남들에게 낮추는 것이지만, 겸허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묵상해 보는 것”(321쪽)


일독을 강추합니다.


올해 46번째 책읽기.


#오십에읽는손자병법  #손자병법  #독후기록  #최송목  #오십시리즈

#지피지기  #지피지기백전불태



작가의 이전글 [2024 독후기록 45] 변방에서 중심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