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재미있는 책입니다. 文科출신인 제가 理科쪽 책을 읽으려면 나름 고생을 하는데, 이 책만큼은 흥미진진합니다. 제게 책을 추천해 준 동생의 한. 줄. 평. “졸라 재밌어!” 정신없이 두 번 읽었습니다.
루시 쿡은 옥스퍼드大 동물학 석사출신의 자연사 다큐멘터리 작가입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의 직계 제자이고요. 그럼에도 남성(수컷) 중심의 진화생물학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합니다. “암컷은 착취당하는 性”이라는 도킨스와 생물학의 거두 찰스 다윈의 주장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11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살짝 요약해 봅니다.
‘인트로 : 다윈의 고정관념을 거스르는 암컷들’에선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며, 암컷의 수동성과 수컷의 효율성과 적극성이라는 기존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합니다.
‘1장 무정부 상태의 성 : 암컷이란 무엇인가?’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여성은 성의 始祖임을 말합니다. “태초에 여성이 있었고 여성이 남성을 낳았다.” 여성은 성의 시조랍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의 오래된 논란은 게임 오버. 창세기의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는 부분은 수정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2장 배우자 선택의 미스터리 : 여성은 무엇을 선택하는가?’에서는 암컷의 수컷 선택은 본질적으로 종잡을 수 없다로 요약.
‘3장 조작된 암컷 신화 : 바람둥이 암컷에 대한 불편한 발견’은 암컷이 난교를 통해 번식 적합도를 높인다 주장합니다.
‘4장 연인을 잡아먹는 50가지 방법 : 성적 동족포식의 난제’는 인간이 보기엔 엽기적인 동족포식이 그들에게는 미래의 자손에게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려는 행동일 뿐임을 이야기합니다.
‘5장 생식기 전쟁 : 사랑은 전쟁터이다’에서는 “포유류의 정자는 암컷의 개입 없이는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조차 힘들다. 암컷에게 난자의 수정 권한이 더 많이 주어지고 원래 중요했던 ‘정자 경주’는 어이없는 발상”이라 일갈합니다..
‘6장 성모 마리아는 없다 : 상상을 초월하는 어머니들’은 모성애의 목표는 무작정 새끼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번식할 때까지 오래 살아남는 자손의 수를 최대로 늘리는 곳에 자신의 제한된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라 설명
‘7장 계집 對 계집 : 암컷의 싸움’은 번식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번식 경쟁을 낳았음을 설명.
‘8장 영장류 정치학 : 자매愛의 힘’에서는 지금껏 주류였던 남성중심 침팬지 사회와 여성중심 보노보 사회를 비교하면서, 페미니스트 운동은 혈연관계 아닌 여성과 자매처럼 행동하면 힘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9장 범고래 여족장과 완경 : 고래가 품은 진화의 비밀’은 5천 여종의 포유류中 자연적으로 완경에 이르는 종은 이빨고래류 4종과 인간 총 5개뿐이라며, 삶의 목적이 번식이라면 더 이상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없는 동물은 목숨을 부지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 완경에 이른 나이 많은 범고래 암컷이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범고래에게도 삶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더불어 동생이 좋아하는 윤도현의 <흰 수염고래> 노래도 생각 나고요.
‘10장 수컷 없는 삶 : 자매들끼리 알아서 해결하고 있다’는 단성생식, 암컷의 수컷 없는 자기 복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1장 이분법을 넘어서 : 무지갯빛 진화’는 성이란 이원적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현상으로서, 진화의 변덕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호한 경계를 지니며, 이러한 非이원적인 생물로 따개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킵니다.
영국에서의 찰스 다윈은 일개 과학자가 아닌 국가적 영웅입니다. 그로부터 출발한 ‘자연선택’과 ‘성선택’의 주장은 남성만이 사람으로 대접받던 빅토리아 시대에서는 학문 연구에 있어서도 수컷중심의 학계를 만들었다며, 성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함을 주장합니다. “성은 한쪽 끝에는 수컷이, 다른 한쪽 끝에는 암컷이 있는 연속체이며, 저 둘 사이에는 연속적인 변이가 있을 뿐”이라고요.
에필로그에서는 편견 없는 자연계에 대해 다시 한번 요약정리 합니다. 암컷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진화론 자체에 대한 이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진화의 메커니즘에 자연선택, 성선택뿐 아니라 ‘사회선택’이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요. 생물학적 진실을 밝히는 싸움(정확히는 연구)은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미래를 보호하기 이해 꼭 필요함을 역설합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자주 망각하는, 기존 서구의 산업화 사회의 백인, 상류층, 남성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된 연구가 가능함도 재차 강조합니다.
여러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아 책을 정리하는 데만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책입니다. 문과출신인 저에게 한 손 잡이가 아닌 양손잡이가 되기 위해 읽어야 할 가치가 충분한, 그러면서도 흥미진진한 책입니다. 일독을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