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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독후기록 7]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산하 김형민

by 서민호

[세계史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副題 : 역사의 변곡점에서 펼쳐진 언더독의 치열한 저항의 순간들

김형민, 믹스커피, 2024년 10월, 볼륨 335쪽.



도서관 신간시가에서 마주쳤습니다.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분야로, 저 역시도 좋아합니다.


김형민 님의 책은 처음입니다. 책뿐 아니라 작가님도 생소하네요. 1970년 서울生으로 주로 부산에서 자라셨네요. 고려대 사학과 88학번으로 95년 SBSCNBC 방송사에 입사에 여러 프로그램을 만든 진짜 직업은 방송국 PD입니다. <한겨레 21>과 <시사IN>에 역사 이야기를 연재했고, 여러 권(진짜 많습니다)의 책을 쓴 글쟁이입니다. 필명인 ‘산하’로 더 알려진 분이네요.


‘언더독(UNDER DOG)’, ‘싸움에서 진 개’로 패배자, 약자를 의미합니다.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로 사용됩니다. 강자냐? 약자냐? 의 의미는 상대적입니다만, 약한 팀이 강팀을 꺾는 up set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의외의 결과에 더욱 흥분합니다. 공은 둥글다는데, 강팀이 늘 이기면 경기는 해보나 마나 잖아요.


우리 역사와 세계사의 주류인 유럽역사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언더독)들이 등장합니다.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이라는 5가지 키워드로 서른 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다윗과 골리앗’입니다. 거대한 힘을 가진 자를 골리앗, 이에 맞서 미약하지만 강자와 체제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려 시도하는 자를 다윗에 비유합니다.


소련에 맞선 핀란드(당시 인구 370만 명)의 겨울전쟁(1940), 프랑스와 세계 최강 미국을 맞아 전쟁 승리를 이끈 베트남 보응우엔잡 장군, 나폴레옹에 맞선 스페인 독립전쟁, 스페인에 맞선 네덜란드의 독립전쟁 등 남자들이 광분하는 전쟁이야기도 다루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에 맞선 콩고의 여성 은징가 음반데, 아프리카대륙에서 식민지를 겪지 않은 유이한 두 나라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의 메넬티크 2세, 스페인 여성 국회의원 돌로레스 이바루리 고메스, 파리코뮌의 여걸 류이즈 미셸, 태평양전쟁 종전 직전 원자폭탄을 운반하는 비밀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다 일본 잠수함에 의해 격침된 미 해군 인디애나폴리스호의 함장 맥베이 대령 이야기는 처음 접해보는 내용이라,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숨어있는 영웅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스토리를 찾아내는 작가님의 발굴 능력도 대단하고요. 아참. 지금은 상식이 돼버린 나치의 아우슈비츠 학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사람 중 한 분인 폴란드 군인 비톨트 펠레츠키를 빠뜨릴 뻔했네요.


우리나라 근현대史에 등장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동일방적 여성 노동자들의 피해 사진을 촬영하고 세상에 알린 동네 사진관 사진사 이기복 님,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불가촉천민(인도의 카스트제도도 아니고)’으로 취급되던 白丁해방운동인 형평사 운동을 전개한 양반출신 강상호 님, 보수의 텃밭인 경북 포항에서 반대당 깃발을 들고 시장과 국회의원에 6번 도전해 매번 낙선한 故 허대만 님 등은, 자신이 믿는 굳건한 신념으로 계란으로 바위에 균열을 내려 한 분들입니다.


작가님은 “역사는 승자만의 역사가 아니다. 승리가 찬란한 만큼 패배는 강렬하게 처절했고, 어마어마한 힘이 세계를 지배할망정 이에 짓눌린 사람들의 도전이 끊인 적이 없었기에, 또 그 기억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고 마음속에 새겨져 또 다른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에 그렇다”며, 이 책을 통해 저마다의 방식과 수단으로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의지로 역사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에 대한 사연을 정리해 보고자 이 책을 집필했답니다. 읽어보니 의도대로 잘 구성된 책입니다.


유튜브에서 작가님을 찾아보니 안경을 착용한 후덕한 아저씨 인상이시네요. 사실 88학번 후배들을 올림픽이 있는 해에 입학했다 하여 ‘88 꿈나무’라고 불렀었거든요. 이젠 50대 중반을 넘어 사회를 이끌어가는 입장인 데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道伴이기에 이런 분들이 계시다는 게 든든합니다.


역사 좋아하시고, 특히 언더독 인물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올해 7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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