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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후기록 2] 당신이 몰랐던 K

박노자교수의 진짜 선진국을 위한 불편한 제안

by 서민호

박노자 교수님 책을 읽었습니다. 읽고 나니 마음이 많이 심란해지네요.



[당신이 몰랐던 K]

부제 :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의 불편한 제안.

박노자, 한겨레출판, 2021년11월, 볼륨238쪽.


K는 우리나라를 말합니다.

박노자교수님은 1973년 구 소련의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레닌그라드대에서 조선사를 전공하고, 모스크바대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입니다. 영화 <춘향전>을 보고 한국에 심취해 2001년 귀화를 하신 러시아출신 한국인입니다. 지금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위치한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계시네요. 역사학자이신데 실제 정치, 경제, 사회에 두루 관심을 두고 계신 분입니다. 러시아 이름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유대계이며 어릴 적 뚱뚱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경험했고, 한국노동당 당적을 가지셨다는데 한국노동당이 어딜 의미하는지는 좀 애매하네요.


부제에서 지칭하듯 무늬만 선진국이 아닌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와 나아갈 방향을 여러 분야에서 신랄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은 총 6개 장으로 1장, 과거로부터 시작해, 2장. 위계 없는 세상, 즉 너와 나의 동등함, 존중을 거쳐, 3장, 혐오의 사회를 공감과 연대로 바꾸자는 이야기, 4장, 노동에 대한 이야기, 5장, 세계화를 위한 제언, 마지막 6장에선 미래를 위해 없어져야 할 것들과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50년을 넘게 이 나라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아온 저보다도 더 적확하게 알고 계신 듯해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감이 가는 건, 누군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개선도, 발전에 대한 노력도 하지 않게 되는 게 사실이잖아요. 외국인이 아닌, 외국 출신의 한국인이 하는 쓴소리라 더 새겨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1장 과거, 돌아오는 망령들에선 빈곤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가 된 배경으로 양극화 속의 빈곤, 극심한 노인빈곤, 노동시장의 이원화, 비정규직 양산으로 인한 불안노동의 증가, 청년실업률과 관련된 노동시장 진입의 실패와 함께, 심리적인 요소인 타인과의 관계빈곤을 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 빈곤뿐만 아니라 시간빈곤, 노동시간 과대로 인한 휴식빈곤 등 도 다루고요. 특히 상대적 빈곤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 영향이라며, 우리가 삶의 행복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진보 투쟁의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한다 주장합니다.


특이한 주장으로 이순신장군을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빼야 한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장군이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세대가 정말로 보고 배워야 할 남성성에 적합한 아이콘인가"라는 질문을 해오십니다. 다소 파격적인 주장입니다만 과거가 아닌 미래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선 일견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1948년 제정되어 지금껏 합헌판결을 받아 유지 중인 국가보안법에 대한 비판도 날이 서 있고요.


2장 위계, 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에선

학벌주의 타파, 사회적 서열 의식 파괴는 사회 통합의 전제조건이라며,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맹신을 타파하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를 말씀하십니다.


3장 혐오, 나는 혐오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는 동포인 조선족에 대한 차별, 반여성, 반중국, 반난민에 대해서,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출신의 백인 아닌 외국인에 대한 혐오 바이러스에서 벗어나자며, 혐오가 아닌 공감과 상호 연대를 통해서만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주장하십니다.


4장 노동, 일이라는 식민지에선 직장 내 회식문화, 중고등학교에서 노동권 교육의 제도화가 필요함을 역설하시고요.


5장 세계,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위하여에선

서구중심주의, 즉 오리엔탈리즘으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극일과 혐중을 넘어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갖자고 하시네요.


6장 미래. 사라져야 할 것들, 와야 할 것들에선

초고령시대의 도래로 이젠 대한민국 이민정책 변화가 절실함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식량무기화에 대비함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48.9프로에 불과).


교수님의 한국에 대한 사랑이 그 어떤 국민보다 각별해 보입니다. 현재 세계와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고찰하고 조언하심을 서슴지 않습니다.

'한국식 생태형 복지국가 모델'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하시고요.

'한국식 생태형 복지국가 모델'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에서 완전히 벗어나,

첫째, 대학평준화(학벌, 서열 없는 사회),

둘째, 비정규직 고용 사유의 제한,

셋째, 외국인 고용허가제 폐지 및 노동허가제 도입,

넷째, 외국인 영구 정주를 위한 제도 도입,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상식과 통념의 변화를 주장하시는데,

이 많은 것을 다 이룰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하더군요.


어쨌든 스스로 바꾸고 준비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가서는 타의와 타력에 의해 강제로 바뀔 수밖에 없을 테지요.

아니면 내부 모순의 폭발로 혁명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거나 말이죠.

바르고 올바른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제대로 된 지도자,

여기에 무조건 '같음'이 아닌 '조화로움'(화이부동)으로 통합된 지지와 실천이 필요함을 말해주는 책입니다.


진짜 선진국은 부강한 나라가 아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나라'라는 게 박교수 님의 주장이라 결론지을 수 있겠네요.


이 글들이 쓰인 시점이 문재인 정부 때입니다. 책의 말미인 233쪽에서 포괄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장기 로드맵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차후 언젠가 적폐정권 시즌2를 또다시 맞이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었는데요... 이다음 말은 생략하겠습니다.


우리 시대의 문제를 정리해 보는 차원에서라도 차분히 생각해 보며 읽어봄직한 책입니다.


올해 두번째 책읽기.


#박노자 #당신이몰랐던K #진짜선진국

#독후기록 #행복한나라 #블라드미르티호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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