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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Jan 19. 2024

[2024  독후기록 3] 역사는 반복된다

배기성의 우리 근현대사

[역사는 반복된다]

배기성, 왕의서재, 2023.11월, 볼륨 284쪽.



수도권에 많은 눈이 온다네요(대설경보가 주의보로 상향).  제가 사는 남부지방은 저녁부터에나 적은 양의 눈이 예보된 상태입니다.


도서관 신간서가에서 찾은 책입니다.  배기성 님은 1975년 생으로 서울대 국사학과와 同대학원에서 근현대사(일제강점기)를 공부했습니다.  몽양 여운형 선생의 비서였던 할머니와 부일학생의거 주동자였던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랐고요. 최욱이 진행하는 <매불쇼(매우 불편한 쇼)> 월요일 <나만 말하는 한국사> 코너에 출연해 30분 정도씩 알려지지 않은(정확히 말하자면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어제 방송내용은 장면 피습사건에 대해 이야기).   역사학계가 강단 사학계와 이들로부터 소외된 재야 역사학자로 양분된 상태에서, 배기성 님은 “엉터리 사이비 강사”라는 강단 사학계의 비난을 받으시면서도 꿋꿋하게 “역사 독립군”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책은 19세기말 일본의 메이지유신 전후부터 20세기말 전두환 군사정권까지의 우리 현대사에 대해 다룹니다.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을 알게 되고, 재미 삼아 해당 강의를 들은 적 있거든요(설민석 강의와 큰별쌤 강의).  당 시험이 교육부 소속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관하다 보니(2006년 11월 15일 첫 실시) 새로운 사관이나 사건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접하긴 어려웠어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100% 수용하는 건 아니지만, 이 책 내용은 신선합니다.


書名인 [역사는 반복된다]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 꽁도르세 등 학자들이 주장한 “역사는 발전하는 것”에 대한 不同議 의미에서 정한 모양입니다.  에필로그에서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다.  우리는 반복되는 역사를 민중의 편으로 다잡기 위해 노력한다…  기득권 카르텔의 방해를 넘어, 깨어있는 시민의 노래를 부르며 전진한다.  조직된 힘으로”라는 말에서, 역사의 거울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정한 이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읽다 보면 페리제독 흑선에 의해 일본의 문호가 개방된 1858년 미일수호통상조약(당연히 불평등 조약)으로부터, 1868년 메이지유신 과정에서 요시다 쇼인의 단카쿠 제자들과는 달리, 조선의 대응이 매우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동학 2代교주 해월 최시형, 녹두장군 전봉준, 서재필 박사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껴 지구요.


우리에겐 알려지진 않았지만 해방직후인 1946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전두환이 집권한 1981년까지 국내에 체류하며 우리 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제임스 하우스만이란 미군(CIA소속 정보장교)의 행적도 알게 됩니다.


지난번 읽었던 박노자교수의 책 <당신이 몰랐던 K>에서 1948년 12월 이승만 정권에 의해 입법된 국가보안법에 대해 각을 세운 비판을 접했었는데, 조봉암에 대한 사형 집행의 근거가 된 게, 1958.12.24 강화된 국가보안법 날치기 통과에 의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승만을 국부로 격상하려는 세력이 국민통합이나 자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라기 보단, 친일파 혹은 수구 기득권 세력이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개정 강화된 국가보안법 조항을 한 번 살펴볼까요?  “국가보안법으로 재판을 받는 사람은 3심제의 구제를 받을 수 없고, 단심제로 처벌한다.  또한 변호사의 조력을 구 할 수 없다.”  이게 민주공화국을 천명한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사족입니다만 배기성 님은 올해 9월 말 뇌경색으로 쓰러져, 분당 차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를 받고 한 달쯤 후에 다시 일상에 복귀하셨습니다.  이 책이 11월에 출간되었으니 자칫 잘못했으면 작가님 처녀작이자 유고작이 될 뻔했습니다.  건강을 회복해 다시금 방송과 강의에 복귀하신 걸 응원합니다.


내용 중 <제주 4.3>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는데, 오늘자 한국일보 강지수 기자의 <“할망, 잘못한 거 어수다”… 눈물 참으며 무죄 구형한 4.3 재심 검사>라는 기사를 읽으며, 아, 이런 검사도 있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대한검국’의 시대에 이런 검사도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시간 되시면 검색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 잘못된 역사가 거듭 반복되지 않길 염원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강추드립니다.


올해 3번째 읽은책.


#배기성  #재야역사학자  #역사는반복된다  #제주43  #독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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