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어디가?

휴일에도 일하러 갔던 나는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는가?

by 레마일

사회에서 빨리 자리 잡고 성공하고 싶은 열망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바닥부터 시작하여 밤낮 가리지 않고, 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열정을 다하며 살았다. 우선순위에 있어 늘 일이 가장 먼저 자리 잡다 보니 가족사진에는 늘 내가 빠져있고, 친구 결혼식 사진에도 난 빠져 있을 정도로 바삐 살았다. 성공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남들과는 다른 길이 맞다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더욱 미친 듯이 내달리다 보니 내 사람들과의 추억이 많지 않다. 늘 모임은 파하기 직전에 등장하거나 한창 재미있을 때 일 또는 경조사를 챙기기 위해 먼저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성공과 순탄이란 단어는 내 삶에서 생소한 단어로 느껴진다. 오히려 실패와 포기가 더 익숙하다. 더 많은 노력과 뜨거운 열정으로 고군분투하였지만, 자리잡지도 성공하지도 못한 채 시간은 흘러 이제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그 사이 평범한 속도로 차근차근 가던 친구들은 어느덧 어느 한 분야에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한 후 아이들이 생겨났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아기에서 이제는 나와 대화를 이어나갈 정도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며 조급하게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친구의 자녀들과 주말마다 친구가 되어 한참 놀다가도 어김없이 난 회사로 향하기 위해 짐을 싼다. 그런 나를 보며 아이들이 가장 하는 말이 '삼촌 어디가?'였던 거 같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회사를 향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촉망받고 기회가 많았던 분야를 떠나 들어보지 못한 새 분야에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5년 차가 되어간다. 잠시 쉬어가다 다시금 본래의 필드로 돌아가겠다는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새로운 분야에 뿌리를 내리고 새싹이 나며 잎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야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와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그리 바삐 살았는지 나의 삶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일의 양은 줄었음에도 아이들과 하루 종일 놀다 보면 어김없이 난 회사를 향하거나 다른 모임을 위해 아이들과 이별을 한다. 숱한 도전과 경험을 위한 시도 속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이 많아졌고, 불규칙한 근무까지 더해져 늘 주말은 제대로 쉬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 아이들과도 신나게 놀다가도 헤어질 때면 서로가 힘들다. 아이들의 순진한 눈으로 삼촌 가지 말라고 할 때면 늘 마음이 무너진다.

아이들에게 인생의 길잡이는 되어주지 못하겠지만 어려운 순간을 피할 수 있는 등대가 되고프다.

아이들을 달래고 일, 경조사, 그리고 지인들과의 약속을 향하면서 문득 아이들 또한 성장하고 나이를 먹으면 사회에서 적응하는 상상에 빠져본다. 사회생활에서의 겪을 우여곡절과 변수는 많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되면서도 응원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제 막 학교를 가고 방과 후 동네 아이들과 노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먼 미래일 수 있다. 까마득한 미래도 흐르는 시간 속에 현실이 되어있을 텐데,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주변에서 촉망을 받기도 했고, 수많은 행운과 기회로 앞날은 창창했기도 했고, 한순간에 가진 걸 다 잃어보기도 했다. 넘어져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고, 인생에서 나 스스로 딛고 일어나는 법을 뼈 아프게 터득하기도 했다. 아직 나 또한 성공하지 못했고, 성공과는 거리가 먼 나는 아이들에게 성공하는 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망하지 않는 법과 사회에서 조금 더 유하게 적응하여 나아가는 방법은 숱한 실패를 경험 삼아 이야기해 줄 수 있을 듯싶다.


휘몰아치는 파도와 풍랑 속을 거치며 아직도 난 항해 중이다. 멋 훗날 나와 비슷한 상황 또는 고민으로 풍랑을 맞이하게 된다면, 한 번쯤 삼촌이 십 수년 전 진심을 담아 남긴 글을 읽으면서 잠시 피항하여 쉬어가고, 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한걸음 내달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사회라는 바다에서 항해를 시작하기 전까진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그저 행복하고 몸 건강히 자랐으면 한다.


사회라는 바다에서 쉬지 않고 지나온 지난 15년, 삼촌은 오늘도 회사로 향한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