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춤출 때 가장 아름다운 여자
나는 철저하게 몸치이다.
나이트클럽(평생 세 번)이나 노래방을 가더라도 춤추는 건 꿈도 못 꾸고 박수만 치다 집에 돌아온다.
늘 제대로 즐기지 못한 아쉬움만 남긴 채......
"야! 뭐가 부끄럽니?
내가 너 정도 몸매되면 맨날 춤추러 가겠다. 나이트는 조명이 있어서 살랑살랑 흔들기만 해도 잘 추는 것처럼 보인다. "
타고난 춤꾼인 언니는 이렇게 말하지만, 아.... 그래도... 나는 너무 부끄럽다.
춤을 춘다는 건 내 인생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무아지경이 되어 춤춰보고 싶다는 꿈은 늘 있었다.
긴장지수가 월등히 높아 반대의 활동, 즉 에너지 발산이 필요한 사람이기도 했으니깐.
그런데 정말 바라면 꿈은 이루어지는 것인가?
걷지도 못할 만큼의 통증으로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고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이왕이면 운동도 되고 즐길 수 있는 댄스를 배워보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내가 등록한 학원의 원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실력인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벨리댄스 수업 첫날, 그녀는 긴 생머리를 나풀거리며 헤라여신처럼 나타났는데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와 진중함이 묻어나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춤은 또 얼마나 잘 추는지 나풀나풀 한 마리 나비의 움직임을 보는 듯했다.
수업은 선생님의 동작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의 반복인데,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가르치고 온 힘을 다해 춤췄다.
한쪽 벽면을 다 채운 통거울에 비친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나도 저렇게 추고 싶다는 열망이 올라오는데 그 열망은 나를 더 분발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댄스학원을 다닌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통나무 같던 나는 바람풍선만큼은 아니어도 그녀를 조금 흉내 내게 되었고 춤선도 제법 폼이 난다.
부끄럽기만 하던 마음에도 내면의 근육을 키우니 자신감이 생겼다.
굵은 땀방울을 마룻바닥에 뚝뚝 흘릴 만큼 춤추는 것을 즐기는 여자가 되어간다.
내 수업시간이 끝나고 높은 레벨의 벨리수업이 이어지는데, 나는 집에 돌아가는 것을 미루고 춤추는 그녀를 지켜본다.
춤주는 것에 온 마음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아름다운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감동이 밀려온다.
춤출 때 가장 아름다운 여자, 가까운 미래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