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관돌 May 16. 2024

'新흥부와 놀부전(?)' 나 놀부가 된건가?ㅋ

'이름모를 새'야! 너 왜 그런거니?힝...

'흥부와 놀부'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이다.

가난한 흥부가 나중에는 결국 부자가 되어 착하게 잘 산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그런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 아니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는...

흥부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바로 흥부가 다리를 다친 제비를 치료해 준 후,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제비는 흥부에게 '박 씨'를 물어다 주었고

그 '박' 속에 수많은 금은보화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흥부는 결국 부자가 되었다.

반면, 놀부는 부자가 된 동생 흥부가 샘이나고 배가 아팠다. 그래서 멀쩡한 제비의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서

치료를 해준 후, 자신에게도 '박 씨'를 물어다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놀부에게도 치료(?)를 받은 제비가 '박 씨'를 물어다 준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 속에는 기대했던 금은보화는커녕 무시무시한 도끼비들이 방망이를 들고 나와 욕심 많은 놀부를

흠씬 두들겨 패는 등 놀부의 집을 패가망신시켜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뜬끔없이 웬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지난주 토요일에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추억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날은 회사 업무 때문에 출근할 일이 생겨 12시쯤 대충 츄리닝을 입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 가기 싫어... 이번주만 잘 처리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끝나겠지? 햄버거나 하나 사 먹고 들어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던 중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금요일 저녁 늦게 퇴근을 한 탓에 아파트 우리 동 입구 쪽에는 주차 공간이 없어 뒤편에 주차를 해두었다.

그래서 1층 통로 옆쪽에 있는 철문으로 나갈 생각에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퍼드득퍼드득' 소리가 제일 끝 철문 쪽에서 들렸다.

'잉? 무슨 소리지?' 자세히 쳐다보니 새 한 마리가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밖을 나가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아! 저 녀석이 잘못 들어와서 밖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있구나... 어이구...'

안타깝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안타까운 이유야 따로 설명을 안 해도 되겠지만, 웃은 이유는...

아파트 통로는 외부 쪽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밖이 훤하게 보이는 구조로 되어있다.

아마 유리창이 투명해서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날아가는 것 같았는데 그게 계속 부딪힌 모양이었다.

웃음 포인트는 이 부분은 아니었다. 하필 녀석은 창문이 열려있는 곳을 교묘히 피해서 닫힌 쪽으로만 기를

쓰고 나가려는 모습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그러나 절대 크게 웃진 않았다. 왜냐하면 저 녀석은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등 꽤나 심각했기에...


다행히 토요일이라 출근시간은 얽매이지 않아도 되어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머리를 박았던 쪽의 창문을 열어 주었다(사실 나도 날아다니는 새를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겁이 좀 있어서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

'이제 나가겠지? 빨리 나가라!'

그러나 잠시 후...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하였지만, 이번에는 열어놓은 창문을 피해 또 그 옆쪽에 닫혀

있는 창문 쪽으로 시도를 하더니 머리를 처박는 것이 아닌가...

'잉? 이 녀석 뭐지? 일부러 그러는 건가? 그건 아닐 텐데... 휴~'

다시 방금 부딪힌 곳의 창문까지도 같이 열어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그 녀석을 코너 쪽으로 몰아가는 형국이었다.

그때 까지도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냥 빨리 이렇게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녀석의 소원을 들어

주고 싶은 마음 한 가지뿐이었다.

'왜 못 나가지? 이렇게 활짝 열어뒀는데...'

또 한 번의 시도! 역시나 실패다.

이 순간 갑자기 드는 생각?

'휴~ 진짜 왜 머리가 나쁜 사람을 지칭할 때, '새 대가리'라고 표현하는 줄 알겠네...'

'진짜 이 녀석 참... 이 만큼 나갈 수 있는 곳을 넓게 해 줬는데... 못 나가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한데?'

진짜 일부러 닫힌 곳으로 찾아가 머리를 부딪히는 것이 오히려 더 신기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그 녀석의 다음 시도는 창문 쪽이 아닌 철문이었다. 역시나 꽝!

보기만 해도 엄청 아파 보였다. 그냥 가다가 부딪힌 것도 아니고 가속도를 붙여 닫혀있는 철문을

들이박은 것이니 얼마나 아팠을까? 안 되겠다 싶어서 철문까지 열어다 주고 이번에는 제발 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켜보았다.

그 순간 이 녀석은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갑자기 열어 둔 철문 반대편... 그러니깐 내가 서 있는 쪽의 반대편으로 급하게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날아가면서 또 한 번 통로에서 탈출을 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지만, 여전히 닫혀있는 창문만을 골라

시도를 한 탓에 머리를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안쓰러웠다. 그 순간까지도 그렇게만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재빨리 다시 쫓아가 닫힌 창문을 열어주려던 순간...


"쾍! 꽥! 꽥!"

이건 오리 소리가 아니다. 참새도 아니었다. 비둘기도 아니었다. 정확히 종류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제비도 역시 아니었지만....^^;;;

참새와 비둘기 중간 사이즈 정도 되는데...

(말이 옆으로 새어버린 듯... 이 순간 사이즈와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닌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반대편 끝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건 무슨 상황이지?

그리고 왜 저리 소리를 지르는 걸까? 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을 받았다.

그랬다. 저 녀석은 순간 공포심을 느낀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나를 놀부러 완전 심한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았다.

사람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보다 큰 형체를 가진 자가 갑자기 자신 쪽으로 다가오고 옆에서

기다리는 것을 보면서 뭔가 오싹한 공포심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알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얘야! 너 밖으로 보내려고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거니깐 무서워하지 마!'라고 얘기를 해줄 수도 없고...


'도대체 어쩌란 거지?'

'그냥 모른 척하고 나가면 지가 알아서 나가려나? 그런데 잠깐 동안 봤지만, 정말 많이 부딪히던데...'

'어떻게 들어와서 갇히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가는 것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알아서 나가려나?'

그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이 녀석을 밖으로 내보내야 될 의무나 책임감을 느껴야 할 필요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냥 불쌍해서 도와주려는 것뿐이었는데... 호의를 악의로 받아들이는 저 녀석을 보니...

안 그래도 주말 출근을 해서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는데...

그래서 그냥 모른 척하고 확 돌아서 나가려는 순간... 괜한 오기가 생겼다.

거의 20분 동안 매달려 저 녀석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애썼는데, 그냥 가려고 하니 발길이 안 떨어졌다.

꼭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니 나가는 것을 보고 싶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여전히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닫힌 창문을 향해 머리를 부딪히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입구 옆쪽에 있는 손으로 열 수 있는 창문은 하나씩 열어가면서 끝으로 향했다.

점점 그 녀석과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또다시 혼자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내 예상이 맞는 것 같았다. 이 녀석은 분명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소리를 빽빽하고 지르는 것이었다. 처음이었다.

새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는 건...


항상 새소리는 밝고 경쾌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짹짹짹! 뻐꾹뻐꾹!" 이런 종류의 경쾌한 새소리... 그래서 항상 기분 좋게만 느껴왔는데...

지금 이 녀석의 울음소리는 절대 내가 알던 그 소리가 아니라...

진짜 가까이에서 표정과 입모양을 볼 수 있었는데...

나를 쫓아내기 위한...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최대한의 발버둥과 발악이었다.

'휴~ 이 녀석아! 난 놀부가 아닌데... 그렇다고 흥부가 도와준 제비처럼 너한테 '박 씨'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좀 서운했다. 아니 많이 서운했다.

그저 시간을 내서 도와주고자 한 것뿐이었는데...


더 이상 여에서 기다리며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건 이 녀석의 정신건강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창문을 열어두고 출입구 밖으로 나와버렸다.

'저만큼 열어 뒀는데 진짜 못 나가면 넌 진짜 새 대가리다!' 라며 혼자 생각을 하고 밖에서 지켜봤다.

여전히 나가지 않고 있길래... 작은 솔방울을 들어서 유리창 쪽에 던져 보았다.

솔방울이 창가에 부딪힌 소리를 듣고 다시 한번 날갯짓을 하더니만 결국에는...

빆으로 나가지 못했다.

역시나 부딪혔다. 닫힌 문쪽으로 날아간 탓에...


'아! 진짜... 니도 너무하네... 걱정이 되어 다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분명 바닥에 또 떨어져 있을 건데...'

그리고 이 날은 비가 오고, 강한 바람이 분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1층에 열어 둔 내가 열어 둔 창문들은 닫고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가기를 계속 기다린 것도 있었다.


그런데 다시 들어가 보니 그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잉? 어디 갔지? 분명 나가는 건 못 봤는데... 입구로 들어오는 사이에 나간 건가?'

조심스럽게 다시 바닥 쪽을 훑어보았다. 구석구석... 유모차, 자전거 뒤편까지 살펴보았지만 없었다.

다행이었다. 드디어 밖으로 나간 것이다.

아니 눈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지 못하긴 했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 눈에 띄지 않았기에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휴~ 진짜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네. 그리고 그렇게 공포심을 느낄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

어쨌든 나로서는 한 생명에게 도움을 주려 했던 거고, 의도치 않게 공포심까지 같이 주긴 했지만...

밖으로 탈출하고자 했던 녀석에게도 분명 도움은 되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생각했다.

'아~~~ 새대가리... 진짜 답이 없네... 왜 그런지 진짜 오늘 깨달았네!'


퇴근 후,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잠깐 알려드렸는데....

또 한 번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엄마와 난 한참 웃고 말았다.

내 띠는 닭띠다.

엄마는 조심스럽게...

"오늘 새대가리랑 닭대가리랑 누가 더 똑똑한지 싸움했네?"

라면서 농담을 하시며 빵 터지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녀석 때문에 나 또한 사람이 아닌 '닭'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같은 조류이다 보니... 통칭은 '새대가리' 인 듯...


끝으로 그 녀석에게 당부 아닌 당부의 말을 한마디 한다면..

이 녀석아!

다시는 통로 안 쪽으로 얼씬 거리지도 말고! 밖에서 훨훨 날아다녀라!

멍청한 짓해서 몸 상하지 말고!!!ㅋㅋㅋ

참고로! 나도 너 때문에 마음 많이 상했었다. 호의도 모르는 무정한 녀석....ㅋㅋㅋ

잘 지내라!








작가의 이전글 조회수 터진 날... 이유가 뭘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