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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돌 May 22. 2024

정중히 헤어짐을 고합니다.
팀장님! 발령 신청하겠...

어떤 선택이든 후회는 따른다. 그래도 이번에는 옮기고 싶다!

'헤어짐'. '이별', '안녕... 여기선 Good bye'와 같은 누군가와 마지막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들이 

싫다. 아니, 싫다기보다는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는 자체가 힘이 든다.

물론, 이런 것들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이성 간에 헤어지는 경우에는 좋은 상황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 외에도 그동안에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꽤 오랜 시간 동안 지내온 사람들과의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도

살아가면서 수 없이 반복적으로 겪어야 되는 경우도 많다.

쉽게 예를 들면, 학교를 다닐 적에도 졸업을 한다거나, 전학을 가게 되는 경우에는 친한 친구들과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니도 잘 지내야 돼! 우리 다음에 꼭 연락하재이!"

이렇게 헤어지고 난 후... 보통은 정말 친한 친구들이 아닌 이상 오래도록 연락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았다. 경험상...

막상 시간이 지나면 이런 아련함이나 애틋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게 되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에

적응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별을 맞이하는 그 순간은 힘이 드는 걸까?

막상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더 많은데...

어쩌면 그 순간은 절절하고 애절할 수도 있지만...

그리고 이 순간 제일 힘든 건 어떻게 말을 꺼내야 되는가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저 갈게요! 잘 있어요!"

"안녕! 모두들 건강하세요!"

이렇게 심플하게 얘기를 꺼내고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이나 될까? 

내 성격상으로는 절대.... 죽을 때 까지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너무너무 고민이 된다. 


왜냐하면 곧 다가올 인사 시즌에 발령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부서 간에 이동이 아니라 지역을 옮기려고 생각 중이다. 물론 같은 공간 안이지만, 부서 간에 이동도

그동안에 정든 팀원들을 떠나 타 팀으로 이동하는 것이기에 긴 시간은 아니지만 섭섭함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거의 3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되는 순간이다.

(물론, 아직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런데 고민은 지금부터다. 아니 내일 당장이다.


어제부터 전출을 희망하는 직원들을 조사한다는 공지가 떴다.

보통 전출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 놓는 경우도 있는 반면,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전출을 희망하는 경우도 있다. 나와 같은 상황이 후자와 같은 셈이다.

처음에는 6개월을 더 있다 갈 생각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상 옮길 결심을 거의 한 달 전부터 생각을 해왔다.

단지, 친한 직원들을 제외한 윗분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팀장님을 비롯해서 아직은 나의 이동을 모르고 계시는 것 같다.

전출자를 파악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에 더 이상 밍기적댈 수 없는 상황이기에 얘기는 꺼내야 했다.

그래서 오늘 메신저로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팀장님! 혹시 시간 되실 때 면담 신청 가능할까요?"

"네! 대리님. 그럼 내일 오후에 대리님 시간 될 때 할까요?"

이 메시지를 던졌을 때, 팀장님은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맘때 즈음의 면담이라고 하면 뻔하니깐...

더군다나 평소에는 아무 말없이 일만 하고 있는 직원이 갑자기 면담을 신청한다면 더더욱이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내일 면담해요'라는 답을 받았을 때는 한 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평소 생각은 해오고 있었지만,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 막상 팀장님과 면담을 하면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눈에 봐도 훤했기 때문이다. 분명 어버버버 하면서 버벅댔을게 뻔했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일 뭐라고 말씀을 드리지? 일이 힘들어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혹시나 6개월만 더 있다 가라고 설득을 하시면 뭐라고 거절을 하지? 거절도 잘 못하는데....'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쿨하게 '그래 잘 가!'라고 할 수도...^^;;;


관계에 있어 시작도 중요하지만, 난 특히 마지막을 더 중요시하는 편인 것 같다.

시작은 서로 모르는 부분이 많아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마지막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이일

수 있기에 오히려 더 조심해야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고민이다.

어떻게 나의 생각을 고스란히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정중하게... 그렇다고 나의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나름 연습을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요즘 몇 주 동안은 특히 일이 많았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혹시나 이 순간 많은 일 때문에 회피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건 아닐까?'

물론 일이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온전히 이러한 이유로 옮기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오해도 받기 싫다. 너무 이기적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진짜 이번에는 왜 꼭 옮기려고 하는 걸까?



"팀장님! 갑작스럽게 생각한 건 아니고... 솔직히 팀장님 발령 나기 전에도 부서 업무 자체가 안 맞는 부분도

있고 힘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긴장도 많이 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이 전 팀장님께도 이렇게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탓에 또 한 번 눈을 질끈 감고

이렇게 6개월을 버텨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그다지 바뀐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업무를 해보니 솔직히 저에게 버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해도 해도 뭔가 불안하고, 업무 처리가 제대로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힘든 것 같습니다."

"물론 주변에서는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시고 있지만, 주변 분들의 칭찬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건 아마도 제

성격상의 문제인 듯합니다. 웃긴 얘기지만 스스로 높은 기준점을 둔 탓인지 만족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을 쳐낸다고 해도 계속 쌓이는 것 같고, 마무리를 해도 머릿속에서 그 업무가 계속 맴돌고 신경이 쓰여 잠을 잘 못 자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옆에서 잘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보니 건강에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눈 딱 감고 2~3년 더 있으면 승진에도 유리할 수 있지만, 솔직히 지금 당장에는 승진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개인적인 건강과 심적인 여유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같아요."

"적은 나이가 아니라 챙겨주시려는 부분도 감사하지만, 제가 거기에 부응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본부에 근무하다 보니 업무에 대한 긴장감도 높고, 누군가 으 질문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답변을 해 줘야 된다는 그런 부담감도 높은 것 같아요. 물론 지사 업무가 쉬운 건 결코 아닌 것도 알지만 현 상황에서는 분위기 자체를 바꿔보는 게 저한테는 좋은 것 같아요."

"11월이면 이제 입주 예정이라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팀장님이 옆에서 잘 챙겨주시고 신경 많이 써주시는 부분은 진심으로 느끼고

있지만, 우선은 저를 중심으로 더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게 퇴근 후, 아니 몇 달 전부터 전출을 생각한 머릿속의 온전한 생각이다.

그런데 말로는 절대 이렇게 나오지 않는다. 버벅버벅...

또 옆에서 조금만 챙겨주고 잘 대해주면 쉽게 넘어가버리는 성격이라... 이렇게라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내 뜻을 잘 전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팀장님은 너무 착하고 여리신 편이다. 이번에 처음 팀장을 달고 본부로 오셨다.

그래서 의욕도 많으시고, 본부가 처음이다 보니 낯설어하시면서도 걱정도 많으셨다.

처음 오셨을 때, 1년만 같이 일해보자며 서로 다독이며 으쌰으쌰 기운을 북돋아 주시기도 했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회사 생활을 해보니 나이는 중요치 않았다. 직급이 나이고 경험이었다)

오히려 이 분이 성격이 까칠하고 나한테 못되게 굴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랬으면 이렇게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을 텐데...

말 꺼내기도 어렵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이렇게 글을 쓰면서 까지 연습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냥 사무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그만이었을 텐데...


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도 아니다. 평균적으로 2년 정도 본부에서 근무를 하고 나면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있었으면 미안한 마음 없이도 이동할 수 있는 건데...

왜 오히려 이런 말 꺼낸다는 자체가 민폐라는 생각이 드는 건지...


분명 내일 말을 꺼내고 나면 사무실에 소문이 돌 것이다.

"관돌 대리님! 이번에 가기로 했어? 왜? 더 있다 가지..."

"이렇게 갑자기 간다고? 원래 더 있기로 안 했어?"

"고생했어... 3년이면 오래 버텼네."

"그래도 기왕 온 김에 승진하고 내려가지... 아쉽네..."

여러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거 내고 나서 바로 옮기는 게 아니라 최소 한 달 동안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 상황은 이 전과 또 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난 이제 갈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테니깐...


그리고 남은 업무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실수 없이...

후임이 될 직원에게 인계해 줄 업무에 대해서도 더 철저히 해주어야 될 것이다.

있든 것도 가는 것도 참 편치만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시키는 사람들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업무관계로 연이 맺어진 집단이기 때문이다.

대가를 받고 일을 하는 것이기에...(물론 충분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은 맍지 않을 테지만...ㅎㅎ)


어쩌면 이렇게 혼자 골똘히 많은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웃길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 이런 만남과 헤어짐을 나를 포함하여 수없이 반복적으로 겪어 본 사람들이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괜히 자기감정에 젖어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그런 게 맞다.

좋게 헤어지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고...

아직은 같은 회사에 속해 있기에 나중에 언제, 어디서 또 만날지도 모르는 인연이기에...

그래서 헤어짐에 더 에너지를 쏟는 것일지도 모른다.


막상 말을 꺼내면 아무것도 아닐 건데...

왜 입을 떼기 전... 지금 이 상황은 복잡하고 힘든지 모르겠다.

내일이면 생각보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오히려 팀장님은 덤덤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을 텐데... 참... 웃기다.


어쨌든...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이렇게 해야 편안함을 느끼는 성격이니 이 또한 다른 누군가를

위한 행동이기보다 나를 더 생각하고 아끼기 위함이라 생각하자!


이렇게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털어내 봤으니, 절반은 제대로 뜻을 전달할 수 있겠지? ㅎㅎㅎ

참! 그러고 보니 내일 팀회식이네...

팀장님과의 면담이 끝나고, 퇴근 후 팀 회식이라... 과연 그 분위기를 내가 적응을 잘해나갈 수 있을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접도록 해야겠다.


평안한 내일이 되기를 기원하며....^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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