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으르렁대고 있네? 언제까지 이유 없이 비난하고 욕하고 싸울 건대?
남들은 날 흔히 경상도 사나이 이미지로 잘 봐주진 않는다.
말투도 그렇게 억세지 않고(어릴 때부터 제주도를 비롯해 경남, 대구, 원주 이리저리 돌아다닌 탓에 사투리도
섞여서 이상해서 그런가?ㅋㅋㅋ) 인상파이긴 하지만 그렇게 또 막 세 보이지 않아서 그런 듯....
어쨌든 포항시라고 하면...
전국각지에서 죽도시장으로 많이들 오신다. 맛있는 회를 드시기 위해...
그 도시가 바로 나의 고향인
오랜만에 볼 일이 생겨 본가에 잠깐 들렀다가, 인근 시장에 있는 김밥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참고로 김밥 집이 있는 시장은 동해시장...ㅋㅋㅋ 나중에 대구 올라가기 전, 회를 사러 간 곳은 위 사진에
나와 있는 죽도시장이다.ㅎㅎㅎ
암튼 비빔국수가 먹고 싶었지만, 아직 여름이 아니라 개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잔치국수와 김밥을 시켰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라 테이블이 많이 비어 있어 편한 곳으로 골라 앉았다.
처음 앉으려고 했던 자리는 옆 테이블에 누군가 있길래 넓직히 앉아야겠다는 생각에 한 칸 뒤에 앉았다.
이게 나에게 있어 신의 한 수가 되는 자리 선택이 될지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앉자마자 오 분도 채 되지 않아서 음식이 나왔다. 배고팠던 참에 빨리 나와서 좋다고 생각하던 찰나,
좀 전에 내가 앉으려고 했었던...
그 옆자리에 나 보다 먼저 앉아 계셨던 분이 갑자기 사장님께 따지듯이 물었다.
경상도 특유의 말투로... 언뜻 보면 완전 화난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금 짜증 난 어투였다.
아무래도 내 음식이 먼저 나와서 조금 짜증이 나신 듯했다. 그럴 수 있다. 아니 당연하다.
그러나 사장님은 당황하지 않으면서,
"아! 손님 그거 주문하신 거 다른 거랑 해서 같이 나올 거예요. 지금 국수 만들고 있어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 그래요? 내껀 안 주길래."(ㅋㅋㅋ)
언제부터 기다리셨는지 모르겠지만, 배가 고프신 듯 보였다. 충분히 짜증날만 하셨다.
늦게 온 내 음식이 먼저 나왔으니, 나라도...ㅎㅎㅎ
어쨌든 아무렇지 않게 일단락되고 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내가 한 젓가락 뜨자마자 그분의 음식도 곧바로 나온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다행이네. 배 많이 고프셨을 텐데...'
한창 국수랑 김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국수를 거의 다 먹었을 때 즈음, 한 명의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식당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테이블에 앉으셨다.
그런데 하필 앉으신 곳이... 아까 처음 오신 분의 옆 자리였다.
두 테이블은 불과 일 미터 거리도 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그분은 자리에 앉으셨고, 첫 번째 손님은 식사 중이셨다.
흔한 여느 식당의 풍경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어르신은 잔치국수 한 그릇을 주문하시곤, 테이블 위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잡고 뜯으셨다.
그리고는...
솔직히 난 그 소리도 잘 듣지 못했다.
내 자리는 코를 푼 어르신의 바로 뒷자리였다.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먹는데 집중했던 탓인지...
전혀 그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분에게 신경 자체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
그냥 휴대폰을 보며 먹기 바빴다.
그런데 잠시 후, 어르신의 옆 자리에 앉은 그 손님이 입을 열었다.
"아따! 아저씨! 거 밥 먹고 있는데 옆에서 코 풀면 어쩝니까?"
솔직히 듣고 보면 이 분의 항의가 전혀 생뚱맞지도 않고 틀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평소 아는 사람이라도 옆에서 코 푸는 걸 보면 예의 없다거나, 더럽다고 말할 수도 있으니...)
어쨌든 이 분은 어르신의 행동이 좀 지저분하지 않으냐.. 거슬린다.. 정도의 의사를 표현한 정도였다.
그런데 앞의 대화에서도 얘기했듯이, 서울 말투처럼 결코 나긋나긋한 어투는 아니긴 했다.
인상 또한 편안하고(?) 선한(?) 인상은 아니긴 하셨다.
60대 중반으로 빡빡 머리에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시고, 체격은 호리호리한 편이었다.
그리고 모자를 살짝 눌러쓰고 있었으며, 인상도 강한 편이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시선에서 보자면 말이다...)
코를 풀던 손님 2호.
손님 1호의 말을 듣고 순간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아! 수긍하셨는가 보네. 조용히 듣고 있으니 다행이네."
단지 손님 2호는 코를 푼 휴지를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정리를 끝마쳤는지, 갑자기...
"아니! 이 정도 소리도 못 참으면 집에서 혼자 처먹을 것이지 왜 나와서 먹노!"
라며 도리어 역정을 내셨다.
"응! 그것도 못 참으면 혼자 처먹어야지! 코 푸는 거 가지고 말이야..."
쉽게 분이 풀리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이 말을 들은 손님 1호 또한, 가만히 있진 않았다.
"아니! 내가 뭐라 했는교? 밥 먹고 있는데 옆에서 코 풀고 지랄하니깐 그런 거지!"
여긴 이미 글렀다. 두 사람의 입에서 내뿜는 말 모두 전혀 곱지 않았다.
아니 곱다라는 표현 자체도 어울리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존중... 예의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대화... 아니 다툼은 계속 이어져갔다.
"아니! 코 좀 풀 수도 있지! 지랄? 이 씨발놈이! 왜 욕은 처하고 지랄이고. 죽였뿔라!"
점점 거칠어졌다. 아니 과격해졌다. 주먹만 오가지 않았을 뿐이지 거의 서로를 때린 거나 별반 차이 없었다.
테이블 사이의 거리는 1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 자리는 손님 2호의 뒤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 하필 여기서 이러시노...'
'근데 이게 이렇게까지 서로 쌍욕 할 정도의 일인가?'
솔직히 쫌 무서웠다. 말이 너무 거칠었다.
또한, 요즘 세상이 워낙 예측불가능하고, 험한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기에...
'근데 여긴 아무도 없나? 왜 안 말리노?'
그렇다고 그 두 사람 사이에 내가 껴서 말릴 수는 없었다. 괜한 싸움에 끼어들기 싫었다.
아니 끼어들 자신조차도 없었다.
내 마음속의 말을 들었는지, 그때서야 두 사람 중간에 남자 직원분 달려와 말리셨다.
각자의 얼굴을 보며 "손님이 좀 참으세요"라는 말을 건네면서...
'잉? 뭐지? 다 들리는데 서로한테 참으라고?' (ㅋㅋㅋ) 분명 말리는 거 맞겠지?'
왠지 화를 더 돋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건 분명 아닐 테니...
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분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전혀 참을 기색은 없어 보였다. 아니 진짜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입이 쉬지 않고 있었으니...
오히려 더 거친 말들이 오가고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손님 2호가 현재 이 상황이랑 전혀... 아예 1도 어울리지 않는 말을 갑자기 내뱉는 게 아닌가?
'잉? 전라도? 이건 무슨 개뿔 뜯어먹는 소리를 하시는 건지... 여기서 갑자기 이 말은 왜 하시는 거지?'
아무리 화가 나도 해야 될 말이 있고 해서는 안될 말이 분명 있는 거다.
'선을 넘으면 안 된다!'라는 말이 이 시점에 딱 필요한 말인 듯했다.
내 기준에서 손님 2호는 분명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으로 보였다.
손님 2호가 내뱉은 말의 의미...
나 또한, 그 발언의 속내를 충분히 잘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이 글의 첫 줄에서 나의 고향을 단순히 '포항시'라고 하지 않고, 그 앞에 '경상북도'를
갖다 붙인 것이다.
그렇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내 고향 경상도다.
손님 2호... 이 분을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마주친 적도 없는 분이다.
그런데 어떤 분인지 대충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은 분명 태어나고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분명 경상도를 벗어나지 않으셨을 것만 같았다.
말 그대로 뼛속까지 경상도.
또한... 이 상황에서 저런 말을 내뱉은 걸로 봐서는....
분명...
화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욕도 할 수 있고 다툴 수 있다.
손님 2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코가 막혔을 수도 있고 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코를 푼 것뿐인데...
갑자기 자기 보다 아랫사람으로 보이는 분이 자신의 행동을 지적질하니 기분이 나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분명 화가 났고, 언성을 높여 싸웠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손님 2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다.
얼마나 짜증 나고 화가 났으면 그렇게 심한 욕을 했을까 할 수도 있지만.
왜 뜬금없이 전혀 그 상황과 전혀 상관도 없는 지역비하 발언을 전혀 개의치 않고 내뱉으시는 건지...
정말 안타까우면서도 안돼보였다.
그 순간부터 그냥 연세만 많은 사람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손님 1호는 어이가 없으셨는지...
(손님 1호도 이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처음에는 웃더니 다음에는 자신이 전라도 사람이라고 받아치셨다)
"뭐! 이 씨발놈이! 몇 살이나 처먹고 말을 이 딴식으로 하노? 진짜 죽여 뿌까?"
"내가 니 나이였으면 진짜 니는 내한테 죽었다!"
티키타카가 잘 된다고 해야 되나? 두 사람의 다툼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즈음... 갑자기 손님 1호가 테이블을 딱 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경찰에 신고해야 되나? 뭐 하시려고?'
중간에서 말리고 있는 직원의 손을 보니 가위가 들려 저 있었다.
'헉! 저거 뺏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 자리에 같이 있던 나 역시도 불안했는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다 불안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손님 1호는 다른 돌발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음식을 다 먹지도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가게 밖으로 나가셨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손님 2호는 여전히 분이 덜 풀린 모양이었다.
나가는 손님 1호의 뒤통수에 대고 연신 욕을 내뱉었다. 들으라는 식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씨발 X만 한 게... 확 죽였뿔라! 아니 그것도 못 참으면 혼자 처먹을 것이지, 뭐 하로 기어 나와서 지랄하는지."
"씨발, 내가 니 나이였으면 진짜 내 손에 디졌을 줄 알아라!"
무슨 욕을 저리도 잘하시는지... 참내..
어쨌든 손님 1호가 보이지 않자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는 손님 2호.
내가 불안했다.
꼭 당장은 아니지만 무슨 불길한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거칠디 거칠었던 손님 1호가 아무런 액션도 없이 돌아가는 게 영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나의 이런 오지랖 넓은 불길한 예감이 전혀 1도 맞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오늘 이 모습...
이렇게 까지 찰진 욕을 하며 두 성인 남자가 싸우는 모습을 얼마 만에 보았던가?
요즘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렇게 심한 욕은 하지 않는데...
다소 충격적이었다.
꼭 작은 정치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래서야 진짜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통합'이란 게 가능할까?
요 작은 땅덩어리에서도 이렇게 나눠져 있는데...
물론 의견의 다름은 충분히 인정하고, 민주주의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다름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다름에 대해 맞춰나가는 것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분명,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끊이질 않는다. 진짜 답이 아예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냥 이렇게 평생 지내야만 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웃기고 어이없으면서도 씁쓸하다.
만약..
오늘 다툼의 장소가 경상도가 아닌 전라도 내 어느 곳이었다면...
쉽게 저런 말을 꺼내시진 않으셨겠지? 아니 아예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셨을 거다.
농담이지만, 손님 2호는 애초에 전라도에 발길, 눈길도 주지 않았을지도...
그리고 만약...
전라도에서도 오늘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이런 경상도 놈 같은 행동하고 자빠졌네!"
라고 얘기하실 분...
거기도 계실까?
(솔직히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겠다는 씁쓸한 생각이...)
난 정치색이 강하진 않은 편이다. 물론 내 글에서 전혀 정치색이 안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과 있을 때, 대놓고 내색하진 않는다. 그냥 잠자코 웬만해선 듣는 편이다.
괜히 정치얘기 꺼내봤자, 잘해야 본전이기에...ㅎㅎㅎ
어쨌든 같은 경상도 사람으로서 오늘의 일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반성도 했다.
손님 2호를 대신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