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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의심 없이
정말 '샛별'인 줄만 알았다.

반짝반짝 빛 나는 별이 우리만 쫓아오는 줄 알았네! ㅎㅎㅎ

by 관돌

"혹시 밤하늘에 크고 반짝이는 샛별... 본 적 있어요?"


요즘에는 장마철이라 하늘에 별을 볼 수 있는 날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밤하늘에는 적잖이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별을 보고 있으니, 문득 어머니와 함께 다녀온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중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형이 2년간 특파원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을 가 있었고, 어머니와 함께 열흘 정도 갈 계획이었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로 항공 노선은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동해에서 출항하는 배편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2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를 배를 타면 최소 24시간 이상 걸려 어머니가 불편하시진

않을까 염려가 많이 되었다. 그러나 이 염려는 나만의 기우였다.

배 멀미 한 번 없이 나보다 더 생생한 모습으로 여행을 즐기시는 모습이어서 다행스러웠다.


배는 오후에 출항했다. 크루즈라고 하지만, 오래된 낡은 배이기에 시설이 쾌적하지만은 않았다.

서서히 떠나는 배 갑판 위에서 어머니와 낮부터 소주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구경한 후, 저녁을 먹고 긴장이 풀렸던 탓에 각자의 침실에 누워 잠을 청했다.

잠을 자지 않으면 이 긴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거라곤 거의 없었다.

망망대해에선 휴대폰도 터지지 않기에...


"어머니! 그럼 주무세요. 이따 새벽에 갑판 위에 가서 별이나 보러 가요! 여기서 보면 낭만적일 건데..."

"알겠다! 니도 피곤할 텐데 좀 자라! 이따 보자"


그렇게 한숨 자고 눈을 떠보니, 객실 통로도 어두웠다. 시간을 보니 12시가 넘어 있었다.

'아이고! 잘 맞췄네! 어머니 깨워야겠다.'


바로 옆 객실... 객실이라고 할 것까진 아니고 그냥 1인용 침실 정도의 컨디션이었다.

어쨌든 어머니를 깨우기 위해 가림막을 걷어보니 자리에 계시지 않으셨다.

'벌써 나가셨나?'


갑판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총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처음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전화도 잘 터지지 않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2층 벤치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계신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 언제 나왔노? 내 좀 깨우지!"

"니 푹 잠든 것 같아서 그냥 나왔다. 일찍 일어나 봐야 한참 더 가야 되는데 지겹기만 하지."

"그래도 다행히 같이 별 볼 수 있어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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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유난히... 정말 유난히 크고 반짝이는 별이 눈에 띄었다.

"우와! 진짜 크네!"

"니도 그 별 봤나? 엄마도 아까 전부터 봤는데 유난히 반짝이고 크더라!"

"그런데 저 별은 계속 우리 따라오는 것 같네. 다른 별은 희미하게 보이는데... 신기하네."


"엄마가 봤을 때는 저거 샛별 같은데?"

"샛별?"

"그래. 샛별이 원래 다른 별보다 많이 크고 반짝이거든."


"오! 신기하네! 어머니랑 샛별도 보고 좋네!"


그렇게 잠시나마 어머니와 난 반짝이는 샛별을 보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분명 어제 본 그 샛별이...

아직도 보이는 듯했다. 희미하게... 밝은 빛은 발산하지 않았지만, 어제 본 크기의 별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

'잉? 정말 저 별은 신기하네! 아침인데도 아직까지 보이네. 역시 샛별이라 다르긴 다른가 보네...'

혼자 생각했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아무런 의심 없이 그것은 나에게 있어 샛별이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여 형을 만났다.

며칠 뒤, 형 집 베란다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중 또 만나게 되었다.

샛별을...


"어머니! 여기 와보세요! 배에서 본 샛별 같은 게 또 있네!"

"어머! 진짜네! 여긴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가? 그때 본 것보다 유난히 별도 크고 반짝반짝거리네!"


그때 우리 얘기를 유심히 듣고 있었던 형의 한 마디...

"별이라고? 그거 위성인데?"


어머니와 난 자지러지고 말았다.

"뭐! 저거 별 아니가? 관돌이랑 배에서 별이 왜 저래 크지? 아무래도 샛별인갑다."

"형아 맞다! 나도 별이 워낙에 반짝이고 커서 이상했는데... 저게 위성이라고?"


어머니와 난 민망함도 있었지만, 배를 잡고 한참을 웃었다.

형도 처음에는 우리 모습에 의아해했지만, 얘기를 듣고 난 후에는 어이가 없었는지 같이 따라 웃기도 했었다.


이제 하늘의 별을 보고 있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추억이 그 당시 어머니와 함께한 순간이 되었다.

진짜 샛별이던지 아니면 위성이던지 그런 건 나에게 전혀 중요치 않다.

짧은 순간이라도 어머니와 공유할 만한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는 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도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면 가끔 하늘의 별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몇 초 후...

어떤 얘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그냥 웃음을 빵 터트린다.


"어머니도 그 생각했나?"

"니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우리 두 사람만이 경험한 그 추억의 샛별(?)을 떠올리면 글을 마무리해본다.


P.S. 이 글은 원래 나의 첫 번째 브런치북 제2화에 있는 내용의 일부였다.

그런데 미야 작가님의 수업 과제 중 김운 작가님의 '우리는 어느 별이 되어 다시 만날까'라는 수필을 읽고

감상평을 남겨보는 과제가 있었다. 수필을 읽은 후, 남긴 나의 감상평을 본 '미야 작가'님이 이 에피소드가

재밌다고 하시며, 한 편의 수필로 작성해 볼 것을 권유해 주셨다.

그래서 다시 한번 기억을 되살려 짧은 에피소드로 각색해 본 내용이다.

작은 에피소드도 놓치지 않고, 글로 써 보는 것을 권유해 주신 미야 작가님께 또 한 번 고마움이 느껴진다.


https://brunch.co.kr/brunchbook/0503

https://brunch.co.kr/@0503/42

https://brunch.co.kr/@goolumm/62(김운 작가님의 수필)

https://brunch.co.kr/brunchbook/miyabrunch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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