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너는 혼자가 아니야.
이름이 없어도, 걸음걸이와 냄새만으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사이.
《긴긴밤》 속 노든과 아기 펭귄의 우정을 읽으며
오래오래 그 장면에 머물렀다.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이
이렇게 조용하고 깊을 수 있을까...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이 문장이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바라봐 준 적이 있었을까.
그리고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이 이야기에서 나를 가장 크게 흔든 것은
절망이 아니었다.
그 절망을 뚫고 나온 ‘살아남겠다는 의지’였다.
상처투성이여도, 엉망이어도,
세상에 남은 마지막 하나여도
그들은 끝내 함께 살아남았다.
그 장면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치 나 자신에게 “여기까지 잘 왔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아기 펭귄이 바다에 닿기 위해
절벽을 오르는 장면은 꼭 나의 삶 같았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부리가 아플 만큼 바위를 쪼으며
조금씩 틈을 만들어 올라가는 모습.
수백 번의 실패 끝에 마주한 바다는
두려움이면서도 동시에 희망이었다.
요즘의 나는 안다.
나 역시 앞으로도
수많은 긴긴밤을 지나야 하겠지만,
그 밤 끝에는 반드시 나만의 별과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얼마 전 독서토론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긴긴밤은 언제인가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이제는 과거의 어두운 밤을
꺼내고 싶지 않다고.
대신 지금의 밤이 너무 소중해서,
이 순간에 충실하며 살고 싶다고.
노든이 아기 펭귄과 “우리”였듯이
나 또한 누군가의 긴긴밤에 “우리”가 되어
작지만 단단한 위로가 되고 싶다고.
왜 이제야 이 책을 만났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곧 알았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내게 와주었기에
이토록 깊이 스며든 거라는 걸.
책을 필사하며 나를 들여다본 시간들은
그 자체로 치유였다.
이제 《긴긴밤》은 내 침대 곁을 지키는
인생책이 되었다.
힘든 밤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이 책을 펼쳐 들고,
내 안의 작은 펭귄에게 이렇게 말해주려 한다.
“괜찮아.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만의 냄새와 걸음걸이로,
너는 결국 너만의 바다에 닿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