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워~
올겨울,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파 김홍신 문학관에서 AI 수업을 들었다. 인공지능을 못 부리면 시대에 뒤떨어질까 하는 불안감에 배웠다.
배운 것을 그냥 묵히기 아까워 AI로 음악을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동영상을 이어 붙였다. 그렇게 나의 목소리를 담은 '시낭송 영상'을 하나둘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시의 분위기에 맞는 선율을 입히고 영상의 옷을 입히다 보니, 제법 그럴듯한 작품이 탄생했다. 내 목소리가 시의 문장 사이사이를 흐를 때 느껴지는 그 희열이란.
하지만 만족의 순간은 짧았다. 다시 들어보면 나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이내 고개가 떨궈지곤 했다. 연습해서 녹음하고, 또다시 녹음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며 다듬어 유튜브에 올려보아도 어느 한 구석이 못내 어색하고, 또 다른 부분이 아쉬웠다. 스스로 보기에 아직 '퍼펙트'와는 거리가 먼 실력이다. 그래도 끊임없이 톤과 감정을 조절하며 몰입한 덕분인지, 이제는 나름 들어줄 만한 영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밤낮으로 공을 들여 만든 이 영상들은 내게 있어 단순한 콘텐츠가 아닌 살을 비비며 키운 자식 같은 존재다.
자식 같은 작품이 하나둘 쌓여가자 은근한 자신감이 생겼다. 주위 사람들에게 구독을 부탁하면 다들 기분 좋게 응해주었고, 그럴 때마다 내 말을 귀담아 들어준다는 사실에 너무도 행복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내심 기대를 한다.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오늘 같은 날은 구독자가 꽤 늘겠지?’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제 채널 한번 봐주세요"
라며 웃으며 다가갔다.
내 눈앞에서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흔쾌히 구독 버튼을 누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 확답의 현장을 확인하며 나는 세상이 참 따뜻하다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확인한 숫자는 차갑기만 했다.
늘어난 구독자는 고작 두세 명.
순간 멍해졌다.
분명 내 눈앞에서 버튼을 눌렀던 그들의 손길은 어디로 간 걸까. 버튼을 누르는 시늉만 했던 걸까,
아니면 누르자마자 다시 취소라도 한 걸까.
‘혹시 내가 너무 설치고 다녔나?’
‘겉으로는 웃어줬지만 속으로는 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하는 자책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믿음이 컸던 만큼 왠지 모를 배신감이라는
날카로운 감정이 마음 한구석을 찔렀다.
속상한 마음을 한 지인에게 털어놓으니 돌아온 답은 냉정하면서도 명료했다.
"사람 말 너무 다 믿지 마세요. 그게 다는 아니니까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바보인가,’‘비호감인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 또한 우리 사회가 가진 묘한 문화적 함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전에서 거절하지 못하는 한국적인 '정(情)' 혹은 '예의'가 때로는 이런 식의 허무한 결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그 숨은 속뜻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워워'하며 스스로를 진정시켜 보려 한다. 구독자 수라는 숫자에 중독된 사람처럼 나의 진심을 헤프게 말하며 다니지 않기로 다짐한다.
여전히 나의 실력은 미완성이다. 하지만 숫자에 연연하며 마음을 쏟는 대신, 그 에너지를 다시 연습에 쏟으려 한다. 부족한 만큼 더 노력하고 더 많이 읽어낼 것이다. 그렇게 묵묵히 나의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에도 '진짜' 구독 버튼이 눌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