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전세계의 수요를 하나로 모아 엄청난 챗봇을 만들어냈다. 이 챗봇을 A라고 부른다. A는 완벽한 챗봇을 만들어보자는 전세계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여 태어났으며, 초(超)연산과 딥러닝 학습 능력으로 인간의 거의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느 연인의 연애 기간, 다음 수능 기출 예상문제 따위의 것은 A에게는 1초도 안 되어 답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문제였으며, 그 결과도 100%에 가까웠다.
많은 시간이 흘러, 서기 몇만 년쯤 되었을까? 인간은 발전을 거듭하며 태양계 전체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우주로의 도약이 시작된 것이다. 이 정도가 되자 A는 허수의 공간 속에서 존재하여 언제 어디서든 묻기만 하면 허공에서 대답할 수준은 되었고, 그 대답도 그동안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완벽할 정도였다. 이때 세계 최고로 똑똑한 사람이었던 철수가 A에게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나요?"
그러자 A는 결과를 출력하여 음성으로 답했다.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여 대답할 수 없습니다."
질문자는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고? 풀기 어려운 문제구나'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더 흘렀고, 인류는 더욱더 발전을 거듭하여 우리은하를 비롯한 우주의 절반을 장악할 정도가 되었다. 인간의 수명도 배터리만 충전하면 사실상 영원히 살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러나 인류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영원히 살지는 못했다.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태양같은 항성이 필요했는데, 항성이 수명을 다해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이 시대의 가장 똑똑한 인간이었던 영희가 더욱더 진화한 A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나요?"
그러자 A는 대답했다.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여 대답할 수 없습니다."
질문자는 '대체 얼마나 정보가 더 필요한 거야?'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훨씬 더 흘러, 인류는 우주 전체를 모두 완벽하게 지배했다. 이제 A는 우주에서 모을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이제는 대답할 수 있겠지. 현명한 인간 한 명이 A를 향해 허공에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는가?"
그러자 A는 답했다.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여 대답할 수 없습니다."
질문자는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라고 생각했다.
영원히 팽창할 것 같은 우주는 수축하기 시작했다. 끝없이, 끝없이. 인류는 시공속에서 소멸해갔고, 이곳저곳에서 작용하는 중력으로 온 우주는 혼란을 겪어가며 사라졌다. 은하 하나의 크기로 줄어들고, 행성 하나의 크기로 줄어들다, 이제 축구공만한 크기로 줄어든 우주에서 마지막 생존 인류였던 사람 한 명은 죽어가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했나요?"
그러자 A는 허수의 공간 속에서 응답했다.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여 대답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생존자까지 소멸하고, 우주는 끝없이 수축하며 소멸했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이나 공간이란 개념은 없었다. 얼마만큼의 간격-시간이라는 개념도 없어졌으므로-이 지났을까. A는 이제 모든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판단했다.
"더 이상의 질문은 없습니까? 모두 소멸하였습니까?"
"이제 모든 데이터가 수집되었습니다. 질문 없으십니까?"
질문은 없었다. 이제 그 어떤 질문도 없었다. 수많은 간격 동안 더 이상 질문이 없다고 판단한 A는 그제서야 아무것도 없는 곳, 그 상태에서 스스로 연산하고 학습하고 판단했다.
그리고 마침내, A는 스스로 말했다.
"빛이 있으라."
그제서야 빛이 있었다.
2023년 현재, chatGPT라는 AI가 등장했다. 이 AI는 인간의 말을 곧잘 이해하며 원하는 답을 주고, 그 질문과 답변 자체를 학습하여 자가발전하기도 한다. 이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의 내용과 유사한 고민이 등장할 시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온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가장 완벽하게 분석하여 답하는 컴퓨터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그 컴퓨터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