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앤절라 더크워스/비즈니스북스) 독후감

by 여산희


재능은 잊어라, 현명한 노력이다


요즘 야구팬들이 바쁘다. 뜨거운 날씨에 걸맞게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는 야구장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게다가 저 멀리 미국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은 한 선수의 활약을 챙겨 보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여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주전 2루수로 뛰고 있는 김하성 선수.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팀의 공격, 수비, 주루 등을 이끌고 있다.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한 때는 2015년. 입단 때부터 대형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고, 시즌이 개막하자 바로 주전으로 뛰었다. 그해에 강력한 신인왕 후보이기도 했다. 신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인상적으로 느낀 게 몇 가지 있다. 야수로서 중요한 공격, 수비, 주루 능력은 탄탄하다. 여기에 더해 그라운드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 국제대회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패기, 시즌을 거듭하면서 성장을 거듭하는 플레이 등이었다.


김하성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의 성공을 예감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충분히 검증된 실력과 함께 꾸준히 노력하고 해마다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눈여겨보았기 때문이다. 야구팬으로서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신인 시절에 비슷한 기량을 보여준 선수들이 시간과 더불어 달라지는 모습도 확인하게 된다. 착실하게 배우고 성장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재능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했는지 곧 야구장에서 사라지는 선수도 있다.


스포츠 세계에서 성공을 보장하는 요인은 재능일까? 노력일까? 이는 인생이라는 경기장으로도 이어지는 중대한 물음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재능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재능에는 흥미롭고 놀라운 요소가 많다. 재능과 관련된 화젯거리는 차고 넘친다. 이에 반해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내 경험과 생각으로는 ‘노력’이 정답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심리학과 교수인 앤절라 더크워스의 책 <그릿>(비즈니스북스)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이 책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 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Grit)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릿’은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아우르는 개념”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라고 설명한다. 그는 책에서 그릿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많은 연구와 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한두 가지를 살펴본다.


그는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가 40년 동안 탐구한 성공의 비밀에 대해 소개한다. 캐럴 드웩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재능에 대해 두 가지 사고방식을 취한다. 한 쪽은 능력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은 ‘고정형 사고방식’, 다른 한 쪽은 능력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사고방식’이다. 우리가 어느 쪽의 사고방식을 갖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능력에 대한 고정형 사고방식은 역경의 순간 비관적 해석을 낳고, 이는 아예 도전 상황을 회피하거나 포기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와 반대로 성장형 사고방식은 역경에 대한 낙관적 해석을 낳고, 이는 다시 끈기 있기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이어져 결국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255쪽)라고 덧붙인다. 그렇다. 성장형 사고방식을 선택하고 강화하는 것이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명확한 길이다.


앤절라 더크워스가 목적의식을 가지라는 이야기도 또렷하게 다가왔다. 그는 열정의 원천이 되는 것은 흥미와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목적)이라고 짚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난 그릿의 전형들은 하나같이 목표지향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타인에게 유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고, 좌절과 실망, 고군분투, 희생, 이 모든 것들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목적 개념의 핵심은 우리가 하는 일이 자신 외의 사람들에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197쪽)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에 흥미를 가지고 그것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긍정적인 생각, 그러한 행동이 자신의 인생을 더 넓고 깊게 이끌어 줄 것이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마무리 즈음에 다시 진실을 일깨운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갈지를 좌우하는 요인이 그릿, 즉 장기적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재능에 현혹되어 그 단순한 진실을 간과하고 있다”(351쪽)


토머스 에디슨은 “천재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갈파했다. 그가 2,000번 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전구를 발명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역시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고, 그릿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재능을 타고났느냐가 아니다.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어디까지 발휘할 수 있느냐다. 그러니 재능은 그만 잊자. 그릿을 기르는 데 정성을 쏟자. 그리하여 자신과 세상을 위해 환한 등불 하나를 켜 보자.


2023년 8월 8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