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모든 게 버거운 날

by 아이둘 엄마

그런 날이 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모든 게 버거운 날.


아침부터 몸이 무겁다.
해야 할 일은 늘 하던 것들인데
하나하나 꺼내는 게 유난히 힘들다.


왜 그런지
설명하려고 하면
말이 잘 안 나온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서

더 답답해진다.


괜히 작은 일에
숨이 막히고,
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먼저 움츠러든다.


이럴 때 나는
자꾸 원인을 찾으려 했다.
무슨 문제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하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그럴수록

스스로에게 더 까다로워졌다.


이유도 없이 힘들어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이 정도로 버거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은
더 조용해졌다.
설명할 수 없는 상태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가만히 지나온 시간을 떠올려보면
이유가 없는 날은 없었다.
다만 너무 여러 가지가
겹쳐 있었을 뿐이었다.


눈에 띄지 않게
쌓인 피로와,
정리하지 못한 마음과,
계속 미뤄둔 감정들.


그날의 버거움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이제야 느껴진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이유 없이 힘든 날을
억지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은
조금 무거운 날이라고
그 정도로만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루를
이름 붙이지 않고 지나가도
괜찮은 날이
분명히 있다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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